소녀, 아버지께 문안인사 올립니다.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의주의 겨울이 올해는 유난히도 매섭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날에 지나치게 정사를 돌보시면 폐병을 앓으실 수 있으니 옥체를 챙겨 동부여를 평안토록 하십시오.
 세자저하께서 벌써 훌쩍 크셨다고 들었습니다. 두 해 전 동부여를 떠날때만 하여도 옷깃을 붙잡으며 서럽게 우시던 얼굴이 밟혀 마음이 쓰였는데, 어느새 다시 활발히 지내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소녀는 조선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국왕전하와 세자전하께서 잘 챙겨주시어 예법도 배웠습니다.
 최근에는 국왕전하와 세자전하께서 어떠한 문자를 만드는데 열중하시여 국왕전하께선 눈병까지 앓으셨습니다.
 새로운 문자라 들었는데..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해 이 곳에는 적지 아니하겠습니다.
 여하튼 소녀는 조선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걱정은 마시고 옥체를 보존하소서.
 조선에 감귤이라고 하는 과일이 무척이나 달아 편지와 함께 보내니 사양치 말고 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