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챈러스 채널

"하늘에 별들이 얼마나 떠 있든지 간에 밤하늘은 밝아지는 법이 없지."

 

"그래도 밤하늘은 아름답다고. 나는 밤하늘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둘은 오랫동안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만약에 너가 별을 보고 싶어서 밖으로 나왔어. 그런데 구름이 많이 껴서 밤하늘이 보이지 않아. 그러면 어떻게할거야?"

 

"항상 흐린날만 있는 건 아니니까. 하늘이 맑은날이 왔을 때, 그때 나가면 별들을 볼 수 있지. 물론 사시사철 흐린 지역에 사는사람들은 오래 기다려야겠지. 내가 알기로는 그런 곳이... 런던? 거기 사는 사람들한테는 미안한 이야기네."

 

"그렇다면 너가 도심지에 살고있다고 하자. 그러면 아무리 맑은 날이라도 별을 볼 수가 없어. 그렇다면 어떻게 할거야?"

 

"그때는 도시를 떠나야지. 어쩔 수 없는거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수고가 필요한 법이니까."

 

"그래......"

 

"저 수많은 별들의 탄생을 과학적으로 거의 모두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아니? 앞으로 우리의 일상언어도 점점 과학적 사고방식이 지배해갈지도 몰라. 왜 '별'에서는 목동이 별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잖아.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그 이야기가 아름답다는 건 나도 알지. 이과적 사고방식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망치지 말자고."

 

"하하.."

 

"그렇다고 해서 과학적 사고가 잘못되었다는건 아니야. 오히려 시대가 지나면서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끊임없이 요동치면서 변화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과학적 사고라고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지."

 

"그래."

 

"지금 시간이 깊었어. 이제 슬슬 들어가볼까?"

 

"그러자."

 

 나는 밤하늘을 보면서 잠시나마 현실의 것과 격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밤하늘의 별들의 반짝임은 마치 파도로 일렁이는 넓은 바다를 보는 것 같았다. 만약에 내가 별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다면 별을 바라보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다. 그 무한하게 느껴질 만큼 아득한 거리, 우리의 지구까지 도달할 만큼, 그리고 오랫동안 진득하게 빛나는 그 밝기와 지속성. 별을 싫어할 이유가 어디있는가? 확실이 별들을 좋아하게 되는데에는 지구와는 아득하게 멀리 떨어져있는 바로 그 거리에 있는 것 같다.

 

 그날 나는 별 사이를 오가는 꿈을 꾸었다. 침대에서 내 몸이 두둥실 떠올라서 자연스럽게 창문을 열었고, 그리고서 하늘로 쭉 올라갔다. 우주쓰레기에 맞아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자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아주 멀리 날아갔다. 달의 뒷면을 볼 수 있었다.

 

 '달의 뒷면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 하지만 지금 내가 보는 바로는 사실이 아닌 것 같군.'

 

 그리고 나는 계속 우주를 향해 날아갔다. 내가 관심이 있는것은 순수하게 별에 대한 것이었다. 지구에서 일어났었던 일상은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었다. 아니, 확실하게 잊어버리는게 좋겠다. 그것들은 우주를 담는데에 방해가 되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지구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시점부터 나는 강한 태양광에 노출되어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나의 꿈에 과학적 오류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돌이킬 수는 없다. 그 대신에 나는 재빨리 태양으로부터 도망가버렸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니 우주에서 태양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일단 태양계를 거의 벗어나게 되자 나는 정말로 사방이 그냥 아주 작은 별들로 들어차있는 그야말로 우주공간 그 자체인 곳에 이르게 되었다. 지구인이든 외계인이든 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의 감정뿐이였다. 나는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 상황이 처벌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별을 좋아했으니까 지금 우주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이런 것이였다. 어떤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다음날 천문대에서 나가는 셔틀버스를 타면서 나는 동료에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밤하늘에는 도시의 불빛이 별들을 대신해서 밤하늘을 가득 채우긴 하는데, 그것을 '광공해'라고 부르는데에는 그 이유가 있겠지? 나는 역시 별이 빛나는 밤하늘 쪽이 좋은 것 같아."

 

 "그렇다면 우리 같이 귀농이나 하자."

 

 "그럴까?"

 

 "그래. 미련없이 그렇게 해보는거야."

 

 "진짜로?"

 

 "진짜로. 난 할거야."

 

 "하지만 도시에 비해서 시골은 모든 것이 불편할 거야. 시골이면서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 당연히 비싸다고."

 

 "야! 밤하늘을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정도는 감수해야지! 나는 매일 밤하늘을 볼거야."

 

 "그러면 회사가 도시에 있으면 어쩔건데?"

 

 "원격근무할 수 있는 곳을 찾거나, 아니면 대도시 근처의 농촌이라도 찾아가야지. 꼭 엄청멀리 떨어질 필요는 없잖아."

 

 "그렇게까지 밤하늘을 보고 싶은거야? 너 대단하다."

 

 "대단하다고? 진정으로 보고싶다면 이정도의 결단은 내려야지. 안그래? 너도 그래.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서 모든것을 바꿀 용기가 있어야 하는거야. 할 여력이 있다면 해! 그것도 못하면 너가 너의 인생을 사는게 아니지!"

 

 "사실...... 나는 어제 꿈을 꿨어. 밤하늘을 여행하는 꿈 말이지. 침실에서 몸이 두둥실 떠올라서 지구에서 한참 떨어진 우주 저멀리까지. 나는 그 꿈속 우주 한가운데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내가 지금 그럼에도 머뭇거리고 있는 반면에 너는 곧바로 결단을 내려버렸네. 변하지 못하는 건 나였나봐."

 

 "왜 그래. 나의 이런 변화를 이끄는데에는 너도 일조했다고. 아무튼 일단 칭찬으로 알아들을게. 그리고 난 어제 그냥 푹 잤는데."

 

 그렇다. 앞으로 밤하늘 붐이 오는 것이다. 광공해가 없는 지역의 집값이 올라갈 것이다. 반면 광공해가 심한 지역은 집값의 하락이 예상된다. 당연히 주민들은 구청 및 시청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민원을 넣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밤 시간대의 광공해 측정에 따른 지역지구별 부과세가 걷어질 것이다. 아파트 분양 광고에 '광공해-Free'라는 문구가 들어갈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그렇게 밤하늘 붐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