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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옛한글 음절로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


표준어가 필요한건 그 누구도 동의하지만, 한국어의 표준어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1. 구개음화 등 모음자에 의한 자음 변동 현상

예시로, ㄱ의 발음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연구개 파열음(기본형)

-경구개 파열음(ㅣ 앞에서 경구개음화)

-구개수 파열음(ㅗ 앞에서 구개수음화)

그런데 표준어는 이 변동을 인정할까? 치경음의 치경구개음화도 인정하지 않는 마당에 이걸 인정할 리가 없다.

여기서 치경구개음화를 왜 인정 안하냐?

국어의 구개음화는 '치경구개 파열음의 파찰음화'를 뜻하는 것으로(ex: 굳이→[구디]→[구지]) 사실상 구개음화의 탈을 쓴 파찰음화이다.

아니 두음법칙은 철자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좋아하면서 이건 왜?


2. 자음동화

자음동화는, '두 모음자가 충돌하여 발음이 바뀌는 현상'으로, 구어체에서 말을 빨리 하고자 할 때 일어난다.

이는 바꿔말하면, 말을 또박또박 하면 모든 자음동화를 피할 수 있다는 뜻으로 모든 경우에 원칙적인 발음이 자음동화 미적용이고 자음동화 적용은 허용 발음이어야 하나

한국어의 표준어는 주객이 전도되어 자음동화 적용이 원칙적 발음, 자음동화 미적용은 허용 발음 혹은 틀린 발음이라는 어이없는 표준 발음이 제정되었다.

2-1. 불파음 vs. 비음

파열음(ㄱ, ㅋ, ㄷ, ㅌ, ㅂ, ㅍ, ㆆ)과 파찰음(ㅈ, ㅊ), ㅅ이 종성에 오면 불파음이 된다.

ㅅ과  ㆆ은 애초부터 후행 자음의 발음을 따라가니 논외

불파음이 비음(ㄴ, ㅁ, ㆁ) 및 반설음과 만나면 비음이 되는데, 이는 자음동화로 인한 구어체에서의 변동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성문 불파음을 동원하여 불파음을 제대로 조음하는 것이 맞겠다.

하지만 표준어는? 성문 불파음은 커녕 성문 파열음의 존재조차 부정하기 때문에 동화된 발음으로 발음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니까 불파음 그대로 발음하면 오히려 틀린 발음이 됨.


2-2. 반설음(ㄹ) VS 비음

반설음의 발음은 어두초성에서 설측 치경 접근음, 어중 초성에서 치경 탄음, 어말종성에서 설측 권설 접근음으로 발음된다.

하지만 앞에 비음(ㄴ, ㅁ, ㆁ)이 선행하면 반설음이 치경 비음(ㄴ발음)으로 발음되기도 하는 현상이 존재한다.

이쪽은 개인차도 있고 하니 원칙적으로는 본래 발음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맞음에도, 표준어는 얄짤없이 비음화된 반설음을 원칙적 발음으로 규정했다.


2-3. 자음군 단순화(후행 자음이 ㅇ일 경우는 해당사항 없음)

한국어의 자음군은 종성에 존재한다. 그중 된소리인 'ㄲ, ㄸ, ㅃ, ㅆ, ㅉ'를 제외하면 'ㄳ, ㄵ, ㄶ, 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ㅄ'이 그 주연들.

중세국어 당시에는 이 자음군들을 모두 발음했으나, 최근에는 붕괴하여 하나만 발음된다.

이쪽도 원칙적으로는 둘 다 발음하도록 하는 것이 맞음에도 표준어는 이것마저 단순화된 발음을 자음군들의 발음으로 제정해 버렸다. 그러니까, 모두 발음하는거 표준어는 인정 안함.


2-4. 다른 자음동화

위의 예시 말고도 한국어의 자음동화는 많다.

대표적으로 종성 ㄴ의 후행 자음 모방을 들 수 있다.(ex: 안감→[아ᇰ감], 안먹음→[암먹음])

그런데 정작 이런 건 인정 안하네?


3. 종성 ㅅ 발음

굳이 종성이 아니더라도 ㅅ은 예로부터 경음화 기호로 쓰였다. ex)ㅺ, ㅼ, ㅽ, ㅾ

그것처럼 종성 ㅅ은 단순한 치경 불파음이 아니라 후행 자음을 모방하는 '촉음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후행 자음 없는 종성 ㅅ은 ㄷ으로 발음.

하지만 표준어는 사이시옷으로 쓰는 ㅅ만 후행 자음을 모방할 수 있도록 했고 그 외에는 원칙적으로 치경음으로 발음하도록 해놓았다.


4. 치경 불파음의 마찰음화, 어중 ㅎ의 유성음화 및 탈락

치경 불파음이 ㅇ에 의해 연음될 때 마찰음화하는데(ex: 디귿을→[디그들]→[디그슬]) '기역을→[기여글]→[기여흘]', '비읍을→[비으블]→[비으훌]' 같은 발음이 없음을 보면 이쪽도 파열음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쪽은 정보가 안들어와서 아는 자가 증언 바람.

그리고 어중 ㅎ의 유성음화 및 탈락. 대부분의 화자는 어중 ㅎ을 유성음화하거나 아예 탈락시킨다.

물론 'ㄱㅎ, ㄷㅎ, ㅂㅎ, ㅈㅎ' 등은 ㅎ축약에 의한 격음화를 나타내기도 하므로 일부 예외.

또, 어말종성 ㅎ 및 연음된 ㅎ은 치경음화하여 ㅅ 혹은 ㄷ으로 발음된다.

이 역시 정보가 안들어왔으므로 아는 자가 증언해주길 바람.


5. 띄어쓰기 및 사이시옷 등 부가 문법 요소

띄어쓰기는 가독성 향상을 위해 부가적으로 도입된 것이라 없어도 가독성이 바닥을 길 뿐이지 읽을 수는 있고, 사이시옷은 과거 중세국어 당시 소유격 조사 ㅅ의 잔재이므로 딱히 없어도 별다른 지장은 없다.

하지만 표준어는 이런 부가 문법마저 일일이 다 규정하고 있다. 특히 띄어쓰기는 원장조차 자신 없다고 시인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부가 문법 요소가 필수가 아닌 선택적 맞춤법으로 격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6. 외래어 표기법

외래어 표기법도 군데군데 나사빠진 데가 있다.

6-1. ㅈ, ㅉ, ㅊ 다음의 경구개 접근음

한국어의 외래어에서는 '쟈, 쨔, 챠' 등을 쓰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왜?

그것은 '자, 짜, 차'와 '쟈, 쨔, 챠'의 발음이 같기 때문으로, 혼용을 줄이고자 나온 규정이다.

하지만, 이 이유도 '통일성'을 보면 설득력이 없다.

w-발음에는 -wi를 '-ㅡ위'로 적는 규정이 있는데(ex: Switch→스위치)

이는 ㅟ가 자음과 만나면 전설 원순 고모음으로 단모음화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나온 대책이다.

그것과의 통일성을 중시하여 -we, -wo 등도 '-ㅡ웨', '-ㅡ워' 등으로 적도록 통일성을 맞췄음에도(ex: Sweater→스웨터, Dwarf→드워프)

'쟈, 쨔, 챠'는 통일성 개나 주고 언제 어디서든 '자, 저, 조'로 바꿔 표기하도록 되어있다.

예시로 ザ와 ジャ를 보자.

ザ는 반치음(ㅿ)을 쓰면 'ᅀᅡ'로 거의 완벽히 옮길 수 있겠으나 따로 입력기와 글꼴이 필요한 데다 표준어도 인정치 않으므로 어쩔 수 없이 그나마 비슷한 '자'로 옮긴다.

여기서 '자'와 발음이 비슷한 ジャ와의 충돌이 발생한다.

중국어를 가져와서 비교를 해보자면, 중국어의 '上'(Shang)은 권설 마찰음으로 '샹'에 가까운 발음임에도 '샹'으로 적는 '像'(Xiang, 치경구개 마찰음이며 '썅'에 가까움)과의 구별을 위해 '상'으로 적도록 해놓았으니 ザ에 '자'를 배당하고 ジャ에 '쟈'를 배당하여 둘을 구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애초부터 외래어의 목적이 '발음 재현'이 아닌 '발음 최적화'이므로 통일성을 위시한 '쟈, 쨔, 챠'의 사용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6-2. 종성 t발음

현재 종성 t발음은 종성 ㅅ으로 적도록 되어 있다.(ex: Rocket→로켓)

하지만 위의 '종성 ㅅ'에서 다뤘듯이, 종성 ㅅ은 후행 자음의 발음을 따라간다. 지들 딴에는 'ㄷ은 머릿속에서 ㅅ 음소로 기억된다'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도 원칙적으로는 ㄷ으로 발음하는 게 맞으므로 종성 t발음도 ㄷ으로 적는 것이 맞을 것이다.

'로켓'은 익숙한데 '로켇'은 어색하다라고 생각될 텐데, '굳'을 보면 설득력 없음. 그저 적응의 문제이다.


B. 언어의 사회성?

'언어의 사회성' 운운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일러둔다.

표준어가 진짜로 '언어의 사회성'을 인정한다면 띄어쓰기와 사이시옷은 진작에 부가 문법(지키는 것이 좋으나 안지켜도 되는 문법)으로 내려앉았을 것이고 '쟈, 쨔, 챠' 역시 허용되었을 것이며 수많은 변이음들도 모조리 허용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