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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지쳤어 그만해"



게이빈에서 계피 말고 시나몬 가루를 살짝 흩뿌린 카푸치노를 마시던 기순희는 커피잔을 테이블에 탁! 내리치며 내게 말했다.



헤어지자는 이야기인 걸까.



나는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살며시 내려놓으며 가늘게 눈을 뜨고 기순희에게 말했다.



"이유가 뭐야? 내가 뭘 그렇게 힘들게 했니?"



나 역시 흥분한 상태였지만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기순희에게 물었다. 그동안 함께했던 메이크업 강좌와 훈녀생정을 잊었을 리가 없다. 그 누구보다 나와의 홈플러스 주부강좌를 즐겨듣던 기순희다. 내가 틀렸을 리가 없다는 확신이 내게는 있었다.



"언니는 날 이해 못해! 내가 뭘 바라는지도,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몰라! 겉으로만 여자인 척, 정작 진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언니! 대한민국 마초들의 온상이야!!"



카푸치노 거품을 입술에 묻힌 채,

내게 울먹이며 화를 참지 못하는 기순희가 귀엽지만

나도 나대로 인정 못 할 부분이 있기에 무심코 반박을 하고 만다.



"내가 마초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나와 같이 에뛰드 세일일 때 장바구니를 들고 무쌍을 펼치던 지난 추억을 잊은거야?!"



"언니는 항상 말 뿐이야!! 그때도 보지년들 쌍싸대기를 후려 갈기며 앵두알 맑은 틴트를 쟁취한 건 나라구!! 뒤에서 어줍잖게 10+10 팩만 챙겼으면서 생색은!!"



기순희는 그 말을 남긴 채 게이빈을 뛰쳐나갔다.



플랫슈즈를 신고 와서일까,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기순희가 더욱 귀여워



나 역시 자리를 박차고 기순희를 붙잡으려 나갔다.





"내 얘길 들어봐!! 앵두알 맑은 틴트는 세일이라도 재고가 남아돌아 미친년아!!"

 
 
 
 
예전에 그나마 성소게가 가끔 쓸만한 글도
 
올라오던 때에 썼었는데
 
지금도 저런 게 팍팍 떠오를 때가 있음
 
성소게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