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채널
정말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이 부분만 몇 번째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만

한동안 여기에 들락거리며 여러분의 이야기를 읽다가 겨우 용기 내어 처음 글을 씁니다.

일단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지금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나이를 밝히긴 그렇지만 아직 학생 신분으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평소 말이 별로 없고 생각이 많지만
별로 많지는 않은 친구들에게는 '밝은 아이'로 비춰집니다.

수/공학을 잘하고 문학을 즐기며
미술과 음악을 좋아하지만 아주 잘 하지는 못합니다.

스스로 얘기하긴 부끄럽지만
어른들의 눈에는 보통 '잘생긴 남자애 범주'에 들며,
또래 여자아이들 눈에는 '예쁘게 생긴' 남자애.

속눈썹이 제가 알고 지내는 웬만한 여성보다 길거나 비슷한 길이이고
흉부와 둔부에 평균보다 지방조직이 많지만
신체 건강은 표준,
유륜 주위에 작은 몽우리가 잡히고 몇 년 간 가끔씩 가슴에 통증을 느끼지만
생식기는 남자의 것을 가진,

감정기복이 심하고 목소리 톤이 자주 바뀌며
가끔 성전환 욕구가 들기도 하는 조금 특별한 아이입니다.

초등 고학년 때 부터쯤 친구들이 게이니 레즈니 하며 한창 성 호기심이 가득 차 가끔 부끄러운 말들도 서슴지 않고 내뱉는 것을 들으며
처음으로 제가 다른 대부분의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는 제가 그냥 평범한 아이인줄 알았습니다.

당연하게도 '성 소수자'라는 개념을 몰랐으니까요.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으니까요.

그 후로 크게 달라졌습니다.
뭐 다들 그럴 때에, 혼자서 욕구를 해소하다가
우연히 동성애물을 접하게 되었고.
속한 사회적 분위기상, 여기저기 너머로 들리는 이야기로,
이런 것은 '다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분명 이성에게도 성적으로 끌렸던 것은 확실했습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이후로 온 책과 인터넷을 뒤지며
대체 이게 뭔지, 나는 대체 뭐가 다른 건지 알려고 했습니다.

그동안 제 생각 속에서 수많은 궁금증을 해결해줬던 철학 따위의 것들은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몇 주를 성 소수자에 대한 개념과
동성애, 양성애, 범성애니 하는 것들,
안드로진, 바이젠더 같은 정체성에 대해서도,
도착과 지향, 섹슈얼과 젠더,
그동안 제가 무지했던, 대한민국 사회가 알려주지 않았던 내용들을 새로 찾고,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데에 보냈습니다.

그때부터 여러 커뮤니티도 구경해보고, 외국 자료를 번역하면서 읽으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다행이면 다행이라는 것은, 제 생각보다 저와 비슷한 사람들은 이곳저곳에 많았습니다.

그러나 제 궁금증이 사라질수록 마음 속 아픔이 커져만 갔습니다. 이 사회에 대한 증오, 종교에 대한 증오, 다수의 무지에 대한 슬픔 등.

그때까지 스스로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한 존재라도 생각했던 것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수많은 복잡한 생각들에 얽매였습니다.

저는 너무 어렸고, 전부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지금 스스로 생각해보면 좀 우습지만, 한동안 우울에 휩싸였고
제가 가장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던 자해도 시도해 보았습니다.

다행히도 그 시간은 빨리 지나갔습니다.
제가 누굴 증오하든, 무얼 원망하든 변하는 건 없었죠.

그때부터 저는 보란듯이 성공해서 '소수'중 한 사람으로 떳떳하게 서겠다는,
그 목표 하나를 보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정말 그때부터 매 순간이 다르게 보였고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부터 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무리 오랫동안 찾아보고 생각해봐도,
저는 무언가 부합하는 정의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지금까지의 모든 게 다 착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이걸 숨기고 살 수 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가족이 진보적인 편이지만, 여느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포스러웠습니다.

그래도 꿈 하나를 가지고 노력하며 우수하게 유지했던 학업 성취도도 흔들리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아직 저는 아무에게도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습니다.
할 용기도 없었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도 몰랐습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이렇게 힘들었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커밍아웃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고 싶은 질문이 참 많은데요...
제발 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말 한 마디만이라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