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엥? 뭔 개소리야? 해군은 화생방전 대비를 안해?" 라고 생각한 당신, 잘왔다
이 글은 해군의 화생방전에 대한 내용이다

당연히 해군도 화생방전 대비를 한다
그러나 육/공군처럼 화생방 직별이 따로 있어 그들이 화생방전을 전담하는 구조가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화생방병"은 있으나 화생방사나 화생방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함정에선 제한된 인원으로 최대한 많은 일을 해내야 하기에 해군에서는 비슷한 계통의 일은 한 직별로 통합시키는 경향이 있다
화생방은 함의 생존을 보장하는 일이기에 수리의 역할을 맡는 보수 직별이 담당한다

즉, 사진에 나오는 인물들은 전부 보수사와 보수병들이다
그런데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어온 사람들은 이상한 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해군에서 화생방사는 없으나 화생방병은 있다는 서술이다
해군 화생방병은 육/공군과 마찬가지로 화생방전을 전담하는 병이 맞다
그러나 보수병과 다른 점은 보수병은 배를 탄다는 것이고 화생방병은 배를 타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화생방병은 보수병과 달리 소화/방수와 관련된 교육은 듣지 않는다
이는 육상기지는 움직일 수 없기에 화생방전에 더 꼼꼼히 대비해야만 하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부사관의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배와 육상을 오고가기에 화생방사는 존재하지 않고 보수사가 모든 화생방전 대비를 담당한다
또한 보수병이 배를 내리게 되면 화생방병과 같이 화생방지원대로 편성된다

해군에서 화생방전은 화생방지대를 회피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도 그럴것이 해군 전투력의 기본인 함정은 그 자체로 움직이는 기지이기에 화생방 공격이 예상되면 기지채로 도망가면 끝인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상황은 꼬일 수 있기에 해군에도 화생방전 메뉴얼은 존재한다

먼저 첩보를 통해 적의 화생방 공격이 예상되면 함정은 화생방전에 대한 대비를 시작한다
외부 인원은 모두 함내로 대피하며 외부로 통하는 모든 통로는 기본이고 통기관까지 전부 차단한다
그러나 함 외부 공기를 완전히 차단하면 함내 생명유지장치의 운용이 곤란하므로 화생방전을 대비한 통기관이 별도로 존재한다
이곳을 통해 대용량 화생방 필터를 장착하여 함 내부로 깨끗한 공기를 공급할 수 있다
이후 함 내부 공기압을 높여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양압장치를 가동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함 내부 승조원들은 화생방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준비를 화생방 지대에 돌입하기 전에 모두 끝마치는 것이 해군 화생방 훈련의 우선 목표이다

화생방 지대를 이탈한 후에는 외부 제독을 실시한다
함 외부에는 물을 뿌릴 수 있는 살수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먼저 살수장치를 가동해 외부 갑판과 장비에 내려앉은 화생방 물질들을 씻어낸다

이후 본격적으로 제독반이 투입되어 외부 갑판을 씻어낸다
화생방 보호구를 착용한 제독반은 소화호스를 통해 물을 뿌리며 솔과 걸래를 이용해 갑판 구석구석까지 닦아내고 청소한다
이 과정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기에 갑판, 조리와 같이 보수와 상관없는 인원들도 나가서 보수사와 보수병의 진두지휘 아래 작업한다
외부 제독이 끝나면 그때부터 함은 통상 임무 수행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까지가 함정에서의 화생방전이며 육상기지에서의 화생방전은 공군과 비슷하게 진행된다

우리 모두 오늘만큼은 불끄고 물막는걸로도 모자라 가스까지 씻어내야 하는 해군 보수사와 보수병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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