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토눌라의 난 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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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트릴랑의 결심 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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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왕의 강인한 위병 스무 명이 테펜수스로부터 플로브릴레가 죽은 곳을 듣고, 어명에 따라 악녀들을 끌고 그곳으로 갔다. 이들 중 열두 명은 죄인들을 때려죽이기 위한 자두나무 몽둥이를 챙겼다. 마리 수녀와 파보리제르도 그들을 따라갔으나, 테펜수스만은 몸이 좋지 않아 함께 가지 않겠다고 전하였다.


이때 플로브릴레는 센 강에서 여느 때와 같이 포타모이를 도와 요정들과 고기들을 다스렸다. 그런데 그날 망뜨 강변에 살던 고기들이 찾아와 그곳 강변에 느닷없이 사람들이 몰려와 다른 사람들을 때리고 있다고 보고하여, 포타모이와 플로브릴레가 그곳으로 향했다. 과연 고기들의 말대로 갑옷을 입은 장정들이 여자 네 명을 둘러싸고 몽둥이로 사정없이 때리고 찍고 있었는데, 플로브릴레가 자세히 보니, 매 맞는 여자들 중에 십육 년 전에 자신을 죽이고 남편을 데려간 여자 뱃사공이 있고, 처형을 지켜보는 이들 중에 자신의 아버지가 있지 않는가?


"저 매 맞는 자는 십육 년 전에 저를 해한 원수였고, 그걸 지켜보는 저 노인은 제 아버지입니다!"


플로브릴레가 고하자, 포타모이는 그의 양쪽 어깨를 부여잡고 말했다.


"부인, 저도 기억이 납니다. 이곳은 부인이 죽은 곳이지요. 아무래도 저 원수들의 죄가 밝혀져 부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와 형을 지행하는 모양입니다. 죄인이 벌을 받고 억을한 피해자가 원수를 갚으니 이제 모든 것이 주님께서 정하신 순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입니다. 부인의 도움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이제 부인께서도 원래 따라야 했던 운명을 다시 따를 때가 되었습니다."


포타모이는 플로브릴레의 영혼을 그 육신을 모셔 둔 곳으로 데려가서 입 속의 보물을 다시 꺼내고 영혼을 그 안에 들어가도록 하였다. 플로브릴레의 육신과 영혼이 다시 합하여 그가 온전히 살아나려 하자, 포타모이는 마법으로 물풀과 흙을 모으고 펴 옷을 만들어 입힌 뒤 신속히 수면으로 올려보냈다.



물 밖에서는, 병사들이 데보르데와 그의 잔인한 졸개들을 몇백 번이고 몽둥이로 후려쳐 시체가 사람의 형상조차 유지하게 못하게 되자 그것들을 물에 던져 버렸다. 그 뒤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가 무장을 벗고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하였다. 이때 그들의 한가운데에 마리 수녀가 나서 기도를 읊었다.


"전능하신 하느님,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신 말씀을 저버린 모든 이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악인들이 더 많은 죄를 지으려는 것을 막으려 하였으나 목숨을 빼앗지 않고도 그들을 저지할 만큼 힘과 지혜를 가지지 못하였을 뿐이니, 자비로우신 주님께서는 헤아리소서. 그리고 이미 이 악인들의 만행에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을, 오로지 주님만이 베푸실 수 있는 끝없는 사랑으로 보듬어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순교자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주변 사람들이 이에 호응하여 순교자들에게 전구를 청하는 기도를 바쳤다. 마리 수녀는 다시 손을 모아 어머니를 위해 기도하였다.


"자비하신 하느님, 당신이 죄악을 헤아리신다면 감당할 자 누구이리까? 당신은 용서하는 분이시니 사람들이 경외하리이다. 저희 영혼이 주님께 바라며 당신 말씀에 희망을 두니, 파수꾼이 새벽을 기다리기보다 저희 영혼이 주님을 더 기다리나이다. 주님, 저희와 같이 당신 구원을 바라다 불행을 겪고 스러진 플로브릴레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그에게 죄 있거든 당신의 자애로 없애시고, 그 자리를 구원의 기쁨으로 채우소서."


"주님, 주님께서 사랑하신 딸을 죽음에서 구하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이번에도 다른 이들이 화답하였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마리 수녀의 주도로 모든 이들이 기도를 마쳤다. 그 순간 포타모이도 수면에 도착하여 부인을 물 밖으로 나오게 하였다. 플로브릴레가 정신을 차리니 그 살갖에 젖은 천이 들러붙는 느낌이 들었고, 눈에는 기도하는 사람들이 비쳤다. 부인은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형제 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갑자기 낯선 여자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인사를 하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기겁하였다. 그러나 단 한 사람, 파보리제르만은 자기 눈에 비친 여인의 정체를 곧 깨닫고 외쳤다.


"내 딸이다! 저 자는 틀림없는 내 딸 플로브릴레다!"


그러자 플로브릴레 또한 아버지를 알아보고 그에게 다가가 안겼다. 노인은 기쁨에 목이 메어 미처 말을 잇지 못하고 울면서 딸을 힘껏 안다가, 마리 수녀가 멀뚱거리며 그들을 바라보자 더듬거리며 그를 소개하였다.


"플로브릴레야, 이 사람은 너의 딸, 마리 드 로셀리에 수녀다. 진리이신 주님께서 네 딸을 구하시어 어진 이들의 손에서 자라게 하시고, 열여섯이 되자 나와 루앙 영주 나리께 인도하시어 원수를 갚게 하셨다. 마리 수녀여, 이 여인이 당신의 어머니 플로브릴레일세. 성모님을 말하는 게 아니고, 당신의 아버지로부터 정을 받아 당신의 육신을 잉태한 이란 말이야."


이에 플로브릴레는 수녀의 눈을 지긋이 보고 말하였다.


"이 눈. 내 남편 테펜수스의 눈이군요. 수녀님, 당신은 정말로 제 딸이고, 저는 당신의 어미입니다."


부인이 딸을 알아보고 포옹하자, 마리 수녀도 흐느끼며 어머니의 어깨를 감쌌다.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이 이것을 보고 기적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그 지방 사람들이 이를 기념하려고 큰 성당을 세울 계획을 짰다. 자금과 인원이 쉬이 모이지 않아 오백 년이나 흘러서야 공사가 시작되었으나, 다행히 공사는 성공적으로 끝나 지금까지도 망뜨에 웅장한 성모 성당이 남아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들의 일대기는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지 못하니, 마리 수녀가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모시고 파리로 달려가 아버지를 뵈려는 찰나, 그가 운영하던 가게에서 하인들이 흐느끼며 뛰어나와 입을 모아 이렇게 외쳤다.


"오오! 주인님이 죽었다! 목매달아 죽었다!"


경악한 수녀와 그 가족들이 와서 보니, 정말로 테펜수스가 서까래에 묶인 밧줄에 목이 매인 채 죽었고 바닥에는 책상이 쓰러져 있었다. 파보리제르가 분노하며 뛰쳐나온 하인들을 향해 호통을 쳤다.


"누구야! 어떤 놈이 내 사위를 죽였느냐!"


하인들은 모두 자신들이 죽인 게 아니라며 주님의 이름으로 맹세했다. 그때, 너무나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을 목격하여 오히려 마음이 굳어 버린 마리 수녀가 죽은 아버지의 허리에 묶인 천에 글씨가 쓰여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것을 풀어 펼쳐 보니,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나의 딸 마리 드 로셀리에야, 네가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은 내 시체를 발견했다는 뜻이겠지. 미안하구나. 너를 속인데다 놀라고 울게 만들어서.


사실 나는 네 어머니 플로브릴레에게 청혼할 때, 그의 주인이었던 루앙의 부인께 맹세를 했단다. 만약 내가 그 여인이 아닌 다른 여자와 동침한다면, 이 영혼이 이미 지옥에 있을 것이라고 말이야. 그래서 데보르데가 나를 탐하여 네 어머니를 죽였을 때, 나도 따라 죽고 싶었단다. 하지만 그가 너마저 죽이려고 하기에, 너를 살리는 대신 그를 따라가겠다고 했고, 혹여나 이후에 마음이 바뀌어 다시 널 찾아 해할까 두려운데다 네가 무사히 성장하여 날 찾아올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기에 쭉 그에게 순종하며 지냈지. 


다행히 너는 착한 사람을 만나 정숙한 수녀가 되어 나를 찾아와서 복수까지 해 주었어. 하지만 이 못난 아비이자 어리석은 사내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한 맹세를 지키지 못하여 몸은 살았어도 영혼이 지옥에 떨어진 지 오래로구나. 게다기 이 육신에는 그 여인을 죽인 원수의 체액이 묻어 아무리 씻어도 그 죄악의 냄새가 빠지지 않으니, 설령 네 어머니가 다시 살아난대도 이런 몸과 마음으로 어떻게 그를 다시 안을 수 있겠니. 그렇기에 나는 너를 다시 만난 그 순간부터 이렇게 스스로 남은 육신마저 불구덩이에 버릴 결심을 했지만, 네가 말릴 것을 염려해 널 안심시키는 거짓말을 하고 할아버지께 보낸 것이야.


용서하라고, 날 위해 기도하라고 빌지 않으마. 누구든 영혼을 내건 자는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벌을 받아야 마땅한 법이니. 다만 테펜수스가 플로브릴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사실 하나만은 기억해 다오.


너를 그리워한 아버지, 테펜수스가 쓴다.'


플로브릴레는 통곡하며 남편에게 입을 맞추었고, 그것을 제지하는 이는 없었다. 훗날 많은 이들이 탄원하여, 그가 스스로 목을 매달은 자임에도 성대한 장례를 치렀으며, 그의 육신이 땅에 묻힌 다음날에 과부가 된 플로브릴레는 시아버지 프로스페레누의 만류에도 파리의 수도회에 들어가 평생 동안 테펜수스를 위해 기도하였다. 파보르제르와 프로스페레누도 자식들의 슬픈 사랑과 운명을 안타까워하며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을 나오지 않고 여생을 보내기로 하였다.


마리 수녀 또한 몬탄도레 수녀원으로 돌아가 마르타 수녀에게 모든 사실을 밝히고, 슬픔을 억누른 채 물었다.


"저는 처음부터 그 갈대밭에서 죽어야 했을까요? 무사히 자라났다 하더라도 친부모가 누군지 신경쓰지 않아야 했을까요? 그랬다면 아버지가 스스로 목매달지 않고, 이런 슬픈 결말도 맞지 않았을까요?"


마르타 수녀는 조용히 마리 수녀를 토닥이며 대답하였다.


"잃은 딸을 만나 기쁜 와중에 자결할 결심을 한 자가, 딸을 못 만났다 해서 제 명대로 살았겠느냐. 그리고 네가 오지 않았다면 네 어머니는 계속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었을 테고, 할아버지는 장님인 채 죽었을 것이며, 임금께서는 도적의 농간에 평생을 속고 사셨을 것이다."


"그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도저히 옳게 여기기 어렵습니다."


마리 수녀의 고뇌에 마르타 수녀가 답하였다.


"네가 한 일은 모두 거룩하신 성령께서 너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걸어간 결과이니, 그 끝에 네 뜻과 다른 것이 있었다 하여 책망하지 마라. 을 보거라. 주님께서 거룩한 영으로 네가 하는 모든 일을 도와 이루신 일이 언제나 네가 원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단다. 그러나 그 얻은 것이 무엇이든,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주님께서 주신 것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우선 내리신 것에 감사하고 다시 청하거라. 너를 다시 일으킬 굳센 팔을, 네가 다음에 할 일을 찾게 할 빛을, 네가 이 세상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뻗는 길을 다시금 청하여라. 그래야만 어찌 되었든 미래를 그리고 살아갈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느니라."


마르타 수녀의 가르침을 듣고, 마리 수녀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기도하였다. 그것은 자신과 관련한 모든 이들이 과거에 겪은 슬픔과 미래에 행할 회한을 거두고 그들에게 위로와 축복을 내릴 것을 청하는 기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