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에 기생한 좀비 곰팡이. 주로 목수개미류 등의 왕개미족 개미들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징그럽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한 오늘 소개할 이 녀석, 이름도 오싹한 좀비 곰팡이 되시겠다. 동충하초목 실동충하초과 실동충하초속에 속하는 이녀석의 정식 학명은 오피오코르디켑스 우닐라테랄리스 (Ophiocordyceps unilateralis), 즉 약용 버섯으로 친숙한 동충하초와 친척관계고 특히 박쥐나방동충하초와는 같은 속에 속할 정도로 가깝다. 이렇게만 보면 그저 타이와 남미 열대우림의 개미에게 기생하는 평범한 곰팡이류로 보이겠지만 그건 큰 오산이다. 



BBC의 다큐멘터리에서 방영한 모습. 감염된 개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녀석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녀석의 생태에 있다. 먼저 개미의 몸 위에 내려앉은 포자는 개미의 단단한 키틴질을 녹이는 물질을 분비하며 안으로 파고든다. 일단 최소한 여기까진 다른 동충하초와 비슷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진짜는 지금 부터다. 자리를 잡은 포자는 개미를 조종하는 호르몬을 내뿜으며 개미의 뇌를 조종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만든 뒤, 이후 온 몸에 균사체를 퍼뜨리며 뿌리를 내리고 개미의 머리에서 둥근 공 모양의 포자낭이 달린 뿔 처럼 생긴 자루가 올라온다. 이렇게 포자를 널리 확산시키는데 최적인 높은 곳으로 올라 온 뒤, 공기 중으로 포자를 뿌려 또 다른 개미를 감염 시키고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며 이것은 개미 군체 하나를 전멸 시킬 정도로 강력하다.

그러나 2012년, 이들의 감염으로 부터 안전한 개체들이 발견되었다. 이 개체들은 다른 동료들이 전부 감염되어 죽어버린 와중에도 멀쩡히 돌아더니고 있었으며 그 원인을 파악한 결과, 이 개미들은 몸 속에 좀비 곰팡이 감염을 막는 공생성 균류가 있음이 밝혀졌고, 이들의 존재로 인해 군체가 완전히 날아가는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