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이를 남몰래 흠모하던 후붕이는

후순이에게 이것저것 챙겨주며 온갖 투정도 다 받아줌


자존감이 낮은 후붕이는 이것이 썸이 아니라 알파걸인 후순이가 자신과 놀아주는 것뿐일 거라고 생각하며
친구같은 관계에 만족한 채 고백은 하지 않음


그럼에도 다른 남자들보단 더 친한 사이에서 그나마 우월감을 느끼며

혹시 모를 연인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상상했다 포기하기를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함




어느날 얼굴, 몸매, 재력, 성적 모두 뛰어난 후돌이가 전학을 오고

후붕이에게 접근해서 너랑 친한 후순이라는 여자 좀 소개시켜주면 안되냐며 후붕이에게 부탁함


후붕이는 이렇게나 완벽한 남자가 후순이에게 대쉬하면 후순이를 정말로 뺏길 것 같아서,


질투심+후순이에 대한 걱정+지금 관계가 무너질 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거짓말이 들킬 시 보복에 대한 공포 등

복잡한 감정 속에서 변명을 궁리함




후순이는 연애에 관심이 없는 여자라고 말할까?

그럼 친구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할 거야.


내가 후순이의 남친이라고 할까?

감당할 수 없는 거짓말이야.


후순이는 여자랑만 논다고 할까?

그럼 남사친인 내 존재는 뭐라고 설명하지?



차라리 어울리지 않는 나 따위는 후순이의 인생에서 사라져버리고

후돌이랑 이어지는 게 후순이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까?


고백해도 차일게 뻔하고 현상유지를 위해 후순이의 곁을 맴돌기만 해봤자 맺어질 리도 없는데

차라리 둘이 연인이 된다면 이 마음도 단념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끝까지 자신보단 후순이를 우선하는 후붕이는 결국 후돌이를 후순이에게 소개시켜줌




잘생기고 여자에 능숙한 후돌이는 금세 후순이와 친하게 지내며

어느 순간부터 후붕이보다도 더 후돌이와 자주 다니기 시작함


며칠 지나지 않아 후순이와 후돌이는 공식으로 사귀고 주변에서는 둘을 축하하면서도 걱정을 함




그동안 분위기로 볼때 후순이가 후붕이랑 이미 사귀는 줄 사귀는 줄 알고 있었는데

전학생인 후돌이랑 만나다니 정말 놀랐다.


후돌이에게는 후순이처럼 예쁜 여친이 생겨서 좋겠다.

후순이에게는 후돌이처럼 멋진 남친이 생겨서 좋겠다.


그리고 후붕이에게는...

솔직히 네가 후순이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는데 둘이 저렇게 사귀게 되서 옆에서 보니 정말 안타깝다는 진심어린 걱정도,

솔직히 네가 생각해도 후순이는 너한테 아까운 여자이니, 차라리 후돌이랑 이어지는 게 어울린다는 태클도 들어옴


후붕이는 고통스런 팩트뿐인 친구들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덤덤하게 넘기며 마음속에서 후순이를 점점 지우기 시작함



후순이와 후돌이의 사이가 깊어질수록 후붕이의 마음은 찢어지지만, 그만큼 후순이에 대한 미련도 사라져가고


그동안 후순이에게 뒷바라지를 해주느라 소홀했던 본연의 일들에 집중하며 나름 인정도 받게됨




그렇게 몇개월이 지나자 후순이랑 후돌이가 후붕이의 눈 앞에서 과감한 스킨십을 하거나 어디로 데이트할까 등등의 얘기를 나누더라도

후붕이는 전혀 질투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식어있었음


옛날 같았으면 후순이는 내가 먼저 좋아했으니 당장 손 때! 이 경박한 놈!이라고 마음속에서 분노를 표출했겠지만

지금은 사람들 불편하게 다 보는데 그 짓거리를 해야겠냐? 커플이면 단가?라는 심정만 들 정도로 감정이 무뎌졌지 



확연히 변한 본인의 감정에 스스로도 놀라면서 한층 어른스럽게 성장한 후붕이는 나름 반에서 인기도 많아지게 되고

반 여자애들 중에선 자연스레 후붕이에 대한 평가가 올라가게 됨




옛날에는 후붕이가 후순이의 따까리로 보였는데, 지금은 꽤 괜찮아졌다며 저정도면 시험삼아 사귀어도 되겠다는 연애를 가볍게 보는 흑갸루 후희


후붕이가 이전에 비해선 많이 성장한 건 인정하면서도 딱히 본인 취향은 아니라 남자로는 안 보는 후양


후붕이가 더 성장해서 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면, 기꺼이 사귀어주겠다고 입을 터는 부잣집 딸래미 금발 롤빵 머리 후정


반에서 인기도 없고 외모도 별로인 본인을 후붕이가 무자각하게 도와준 것을 계기로,

누구보다도 먼저 후붕이를 짝사랑해온 소심하고 음침한 후진(처녀)


등 여러 여자들이 후붕이의 주위에 어슬렁거리고 후붕이 본인만 모르는 여학생들의 캣파이트와 눈치 싸움이 시작됨




후붕이는 과거 후순이를 쫒아다니던 본인의 애처로운 모습과 겹쳐보이는 후진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 이후로 처지가 비슷했던 탓인지 주변 여자들 중에선 자연스레 그녀에게 마음이 먼저 가게 됨


다만 후붕이는 후진이가 친근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후순이를 짝사랑할 때와 같은 연심은 느껴지진 않았음


어차피 진짜 사랑하는 것도 아니니 이대로 졸업 후 멀어진다 해도 후붕이 입장에선 상관 없었지만,

동병상련의 느낌으로 후진이의 소심한 성격이라면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도 못하고 그저 혼자서 외로워할 것이 명백하다는 결론을 도출해냄



어차피 설렘이 평생 지속 되진 않는다고들 하는데, 후진이랑 마음은 편하니 차라리 정으로 사귀어줄까 쉽다가도

누군가 찐따 커플이라고 놀리면 어쩌지? 난 후진이를 나보다 아래로 보고 있는 건가?

솔직히 후진이가 엄청 예쁜 것도 아닌데 사귄다고 해서 기쁠까? 연애도 못해본 나랑 사귄다해도 후진이를 잘 챙겨줄 수 있을까?

후진이를 후순이의 대체로 보는 건가?


등등 상념에 파묻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함

 


하지만 자신에게 항상 진심어린 언행만 보여주고, 작은 것에도 감사히 여기며,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후진이를 혼자 내버려둘 정도로, 후붕이가 차가운 남자는 아니었음


본인도 무엇이 옳은 결정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어차피 사랑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며

후진이에게 혹시 날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같은 남자로도 괜찮겠냐며 동정티 풀풀 나는 소심한 선고백을 박아버림


여기서 후진이가 거절하면 그냥 내 오해였다고 생각하며 어색해더라도 어물쩍 넘어갈 생각이었음




본인이 먼저 고백하다가 거절당하면 이 관계가 무너질까봐 항상 전전긍긍하던 후진이는

좋아하는 사람이 나한테 고백하는 꿈만 같은 상황에 너무 기뻐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선언하고


그날 이후로 후진이는 매일 도시락 챙겨주기 등 풋풋한 사랑을 나누고

후붕이도 그녀가 비록 외모는 이쁘지 않더라도 마음이 이뻐서 그런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사랑이 커지게 됨


후붕이는 어느샌가 후진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더욱 애정공세를 펼치며

머릿속에서 후순이의 존재를 모두 후진이로 채워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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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이는 반의 공식 커플이 된 후붕이와 후진이를 축하해줌


후붕이는 후진이와의 사랑놀이에 연신 싱글벙글하며, 후순이에게 후돌이랑 연애는 어떻냐고 물음

사실 둘이 잘되는 말든 본인과 상관없는 그냥 예의상 물어보는 말일 뿐이었음



후순이는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운을 틔움


후돌이가 처음에만 잘해주더니 공공장소에서 외설적인 스킨십을 자주 시도하며

사귀고 몇 주가 지나지도 않았는데 금세 잠자리를 요구해오고,  성관계는 더 시간이 지나고 해야한다며 거부하자

그동안 내가 쏟은 돈과 시간이 얼마인데 그깟 몸 한번 못 주냐며 폭력적으로 변했다고 함


이후로도 둘 관계는 차갑게 식었고 데이트도 전무했으며, 최근에는 후돌이가 바람핀 정황까지 발견했다고 함

내가 생각했던 연애는 이런게 아니었는데, 후돌이는 겉모습만 번지르르하지 완전 내 몸만 노리고 접근한 최악의 남자였다고 하소연함




그리고 후돌이의 전전전여친이라는 사람과 우연히 얘기했는데

사실 후돌이는 이전 학교들에서도 온갖 문제를 일으켜서 강제로 전학을 오고,

그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로 자신을 처음 본 순진한 여자들을 꼬셔서 먹버하는게 유명한 양아치라고 함 



후순이는 차라리 후붕이 너랑 사귀진 않았더라도 같이 다니던 때가 훨씬 즐거웠다며,

어차피 후돌이랑은 헤어졌으니 후붕이 너만 괜찮다면 지금이라도 나랑 다시 만나는 건 어떻냐며 유혹함



후붕이는 후진이라는 여친이 있으니 그런 말은 농담으로라도 하지 말라며 거절하고,


후순이는 본인은 후돌이랑 안 자서 아직 처녀인데다가, 오랜 기간 만난 후붕이라면 내 정조를 바쳐도 괜찮다며 몸으로 유혹하고


후붕이는 네가 지금 외롭고 심란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이해하지만 받아줄 수 없다며,

혹시나 다른 남자들에게 그런 말을 하면 더 후회할 수 있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언행 조심하라고 마지막까지 친구로서 걱정어린 일침을 가함





후순이는 끝까지 자신을 챙겨주려는 후붕이의 배려심에 감동하고, 후돌이를 만나지 않았어도 후진이의 자리가 내 것인데라며 미련이 남고

 

후붕이는 자신이 반강제로 소개해준 남자때문에 슬픔을 겪게 된 후순이가 씁쓸했지만,

어차피 후돌이랑 며칠만에 사귀는 것도 후순이의 선택이고, 그런 남자로부터 정조를 지키고 헤어진 것도 그녀에게 다행인 데다,

더 큰 일로 번지지 않고 불순한 남자를 사전에 거를 수 있는 경험을 겪게 되었다며 긍정적으로 넘기고


후진이는 아무리 외모가 매력적인 여자가 접근하더라도 절대 바람필 일 없는 후붕이의 옳게 된 정조관념에 한번 더 반해 사랑을 키우는


그런 복잡미묘한 후회물 추천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