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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 90%가 화웨이로부터 발생

“美제재, 단기 영향 없어도 장기 위협…1년내 풀리지 않으면 타격”

“ARM·시놉시스 등 英·美기업 라이선스 의존도 높아”

“신제품 개발 3년 지연될 것…국제 표준서 제외될수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핵심 칩셋을 생산·개발하는 하이실리콘이 미국의 블랙리스트 제재로 장기 실적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이실리콘이 칩을 생산·개발하는데 있어 미국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다. 화웨이의 자급자족 계획도 수년 간 지연될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가 스마트폰에 쓸 자체 반도체 칩과 부품 등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설립한 회사다. 중국 심천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다. 화웨이가 지난 15년 간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은 덕분에 중국 최대 반도체 칩 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하이실리콘은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셋부터 5세대(5G) 네트워크 기지국 등까지 화웨이가 쓰는 모든 제품을 만들고 있다. 거의 전량을 화웨이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에 부품으로 납품한다. 하이실리콘은 지난해 전년대비 38% 증가한 79억달러(약 9조4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 중 90%는 화웨이로부터 발생했다. 


화웨이가 지난해 내놓은 하이엔드 스마트폰 ‘P20프로’ 역시 부품 중 27%는 하이실리콘이 제공했다. ABI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생산한 부품은 7%만 쓰였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ZTE(중싱통신)와는 달리 미국의 제재에도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로 꼽힌다. 


미국 정부의 거래제한 제재가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끼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하이실리콘과 화웨이가 기술 진화를 추격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기업인 영국 ARM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ARM은 반도체 칩 설계의 지적재산권(IP)을 쥔 회사다. 여러 반도체 회사들이 설계를 할 때 기술을 판매하고 도움을 준다. 


미국 기업인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과 시놉시스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차세대 칩 개발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홍콩 증권사 크레디리요네(CLSA)의 세바스찬 후 애널리스트는 “하이실리콘은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지식재산권을 미국 기업들의 라이선스를 구입해 쓰고 있다”면서 “1년 안에 미국의 제재가 해제되지 않을 경우 큰 위험을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히타치의 칩 디자이너 출신인 슘페이 카와사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존 라이선스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동안) 신규 칩 개발을 약 3년 가량 지연시킬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중국 제품 수출이 제한될 경우 반도체 칩 국제 표준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제품을 더이상 쓰지 않게 되면 하이실리콘이 정하는 규격을 따를 필요가 없어진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