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시대정신을 잃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투신한 지 11년이 지났고, 그동안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생전의 그것과는 180도 뒤집어졌다


노무현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 대통령이 된 뒤부터 투신할 때까지 한나라당에 까이고 열린우리당에 까이던 ‘미숙한 대통령’, ‘실패한 대통령’이 아니라 ‘권력을 위해 신념을 소비하지 않고, 신념을 위해 권력을 소비한 대통령’이 되었다


노무현은 소신있는 정치인의 대명사가 되었고 좌, 우 모두에서 까이던 대통령이 아니라 좌, 우 모두에서 계승하고자 하는 대통령이 되었다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진보가 시대정신을 얻었고, 보수의 시대정신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역주의 타파, 남북 평화, 민주적 정치개혁, 권력기관 개혁,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노동자-중소기업-대기업의 상생, 재벌 개혁, 극일‘


평범한 사챈러에게는 죄다 병신같은 소리일지 몰라도 이게 민주당 전국선거 4연승, 180석 압승을 만들어낸 2020년의 시대정신이며 ‘노무현 정신’이다


‘그 날’ 이후 민주당 10년 빌드업의 결과로 중도층이 노무현-중년-호남-좌파의 축으로 돌아섰고, 이제는 노무현 정신이 곧 시대정신이 되었다


여태껏 5.18, 위안부, 세월호, 노무현이라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내세워 표를 얻어온 민주당에 구린 면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통합당이 시대정신을 잃었다면 민주당에 아무리 약점이 많아도 통합당이 정권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을 빌드업하려면 시대정신을 잃으면 안되지만, 여태껏 붙들고 왔던 박정희-노년-영남-우파의 축은 연한이 다했다


이제는 10년간 정권을 내주더라도 새로운 보수의 시대정신을 만들어야 할 때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수 정치의 본령’을 되찾아야 한다


단순히 문재인과 민주당의 안티테제가 보수 정치의 본령은 아닐 것이다


여태껏 MB, 박근혜만 믿었지 보수의 가치를 고려해본 적이 없기에 한국 보수 정치의 중심 가치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어려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딛고 진정한 보수 정치세력으로서의 빌드업에 성공하면, 중도층에서 지지받는 노무현같은 정치인이 반드시 나오고, 노무현-중년-호남-좌파의 축을 대체할 새로운 주류 정치세력이 보수가 될 수 있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과 함께하고, 사회적 분쟁을 조정하면서 배고픈 국민을 배부르게 하고 억울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이번 국회에서는 보수가 지난 10년 간, 이명박, 박근혜 때 그랬던 것처럼 싸우다 정치의 목적을 잃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