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월 27일에 이탈리아에서 인천으로 입국해서 4월 9일에 확진되어 격리, 4월 15일에 격리해제된 사람이다. 이태리 확진자 3,500명씩 나올 때까지는 나도 코로나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했고 생계 때려치운 다음 한국으로 도망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국행 결심한지 10일 가까이 질질 끌다가 한국에 들어왔고 그동안 이태리 확진자가 6천의 정점을 찍고 4천 5백까지 떨어지고 있던 상황을 다 겪었다.


지금은 내가 그 지옥에서 벗어나서 이런 얘기를 하고 앉았지만 정말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불렀던 나라 중에 국민 한명 한명의 생명이 위태로운 나라가 많다...


우리 앞집에 독일인 아저씨가 계셨는데, 그분이 4월 초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3월 24일, 공항 가기 전에 이탈리아에서 마지막으로 외출하던 나를 만난 그 아저씨가 열이 난다고 그래서 '코로나때문에... 검사 받으러 가봐요' 하니까 아저씨 왈, 병원에서 '네 동료가 감염됐고 너도 증상이 있다고? 그럼 너도 아마 감염된 걸거야. 그러니 쓸데없이 검사 받지 말고 집에서 약 먹고 기다려' 이랬다고 한다(...) 지금 돌이켜 볼 때 이태원 갔다 왔어요 말만 하면 검사라도 받을 수 있는 게 어디냐 싶음.


그 아저씨는 북부 봉쇄 전날에 봉쇄 걸리기 전에 본국으로 돌아가려다 봉쇄령 떨어져서 국경도 못넘고 거기서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결국 코로나에 걸려서 혼자 돌아가신 거임. 내가 나간 뒤로 아파트에 사람이 없어서 며칠동안 신고도 안들어가고 시신 수습도 못했다고 그러더라.


좋은 분이셨음... RIP.


봉쇄 초기에는 사람들이 집단적 광기에 휩싸여서 슈퍼마켓에 나와서 사재기를 했음. 슈퍼마켓이 사람들로 가득 차니까 담배가게도 터져 나갔고, 2차대전때도 이지경까지 가지는 않았다고 뉴스에서 떠들었음. 봉쇄 전날에 남부놈들은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려고 중앙역에 줄 서있고 그랬음.


그 혼란 와중에 나는 그나마 1월에 이탈리아 첫 확진자 나오자마자 한국에서 부모님이 보내준 보건용 마스크 한 상자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진짜 거기 사람들은 들은 덴탈마스크도 없어서 면마스크 쓴 다음에 안면보호대 조악하게 만들어서 쓰고 다녔음. 


내가 같은 아파트 사는 이웃들 그렇게 하고 장보러 가는걸 볼 수가 없어서 한국 오기 전 마지막 주에 갖고 있던 KF94 다 풀어버리고 나는 마스크 대충 쓰고 생존물자 사냥하러 갔는데 나는 아마 그때 감염됐나 싶음. 아무튼 나 혼자 KF 마스크 쓰고 다니니까 승리자의 기분이 든다고 할까...?


이후의 의료붕괴는 진짜 심각했음. 그나마 너네들은 내가 이름 대면 다 알 꽤 큰 도시지만 그래도 지방 중소도시는 중소도시라 시내에 대형 의원이 없고, 약국이라고 해봐야 화장품 사러 가는 곳 정도? 근데 사태 터지고 나서 처음에는 50대 이상만 골라서 검사한다 이런 말도 나왔고, 총리가 ‘니들이 검사 많이해서 이지경임’ 할 때는 아저씨들 빡쳐서 손으로 만두 만들어서 흔들어대고 했음. 좀 더 가면 3일동안 고열에 시달리는 데도 진료는 커녕 병원 문턱도 못밟는 사례는 내가 들은 것만 해도 차고 넘쳤다. 


내가 한국으로 빠져나올 무렵에는 집에서 사망한 사람들도 꽤 나왔음. 그리고 이쪽 사람들은 신문 부고란으로 사망 소식 알리는데 너네들도 뉴스로 봤겠지만 진짜 몇장을 다 채움. 3~4년 가까이 거기 살면서 젊은사람부터 50대 아저씨들, 어르신들까지 다 부고란에 빽빽이 적혀있는,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음.


그리고 군용트럭으로 시신 수송하는 그거는 나도 뉴스에서만 보는 일, 롬바르디아 쪽에서만 하는 일 같았는데 밤 되면 진짜로 군용 트럭이 시신 싣고 강변 도로 타서 도시 외곽으로 빠지는 고속도로로 들어가더라. 거의 2주동안 그 차량의 행렬이 매일 한두대씩 더 늘어나는데 '사태가 이렇게까지 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음.


며칠 지나니까 도시 전체가 비현실적인 정적에 젖어들었다. 관광객들이 오지게 많이 오는 도시라 막 약국도 관광지고 광장에 있는 스테이크집도 한국사람들 많이 오고,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술먹고 노는 도시였는데 쥐새끼 하나 안돌아다님. '비현실적인 정적' 이게 가장 맞는 표현이었다. 경찰도 아니고 군인이 통행증 다 검사하고 광장에 쓸데없이 돌아다닐까봐 아예 들어서지도 못하도록 통제하는데 솔직히 공포스러웠음.


내가 거기 계속 있다가는 진짜로 기침하고 열나다가 방에서 죽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내가 원래 국뽕은 아니지만 그 봉쇄망을 탈출해서 공항에 들어가고, 또 열몇시간 비행해서 엄청 고달픈데 공항에 내리고 공항에 태극기 있고 한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 너네는 어떨지 몰라도 내가 이 지랄을 겪고 나니까 그래도 한국에서 검사받고, 한국에서 확진받고, 한국에서 치료받고, 아직 안전한 한국에 있는게 감사하다.


아무튼 결론은 이런 무시무시한 사태를 막아주신 의료진들과 당국에게 정말 감사하자. (내국인이 죽든 말든)입국금지해라, 생계를 걸고 하는건데 클럽 닫으면 죽으라는 거냐, 조작으로 만든 통계주도방역 이런 망언을 입에 올리는 새끼들은 한 대 때려주도록 하자. 조작이 아니라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으로 만든 결과다.


코로나는 진짜 좆같이 잔인한 병이다. 제발 손 깨끗이 씻고 집에서 뒹굴면서 남라나 해라. 클럽충 좆천지들은 걸려도 안죽어 이러는데 ㄹㅇ로 죽을 수도 있고, 특히 증상이 나타나면 여태 느꼈던 통증과 매우 다른 새로운 통증을 느낄 수 있을거다. 발열에서 나는 통증이 아니라 온몸이 바이러스에 탈탈 털리면서 나는 통증을 경험할 수 있다. 제발 우리가 저 꼴이 되지 않게 다같이 협조하고 방역 수칙을 잘 지키자.


질문 받았다가 좆같이 구는 놈한테 뜯어먹혔던던 적이 있어서 질문은 안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