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선진국치고는 반기업정서가 유달리 강한 편에 속하지.

근데 기업은 나라의 경제의 근간인데, 왜 기업을 싫어할까?


민주당과 노조, 전교조의 선동과 프로파간다는 일부 기업혐오자들의 결집을 부를순 있어도 전국민 단위로 기업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킬수는 없지.


그럼 블랙기업의 행태나 불량제품으로 인한 사상자와 손실 때문일까?

겪은 당사자들에게는 반응이 크겠지만 제3자에게까지 마음속에 뿌리내린 불신을 심어주긴 힘들지. 미국이나 유럽같은 경우도, 가끔 대기업이 획기적인 병신짓을 저지르긴 하지만(엑손 사태나 엔론 사태, 전기 상수도 민영화로 인한 독과점 횡포 등등) 결말은 그 기업을 개박살내는 징계를 때리고 정부가 뒤치다꺼리를 하는 식으로 끝났지. 그리고 사람들은 금세 그 일을 잊어버리지.


그렇다면 한국에서만 유달리 전국민 단위로 사람들에게 기업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를 갖게한 대사건이 있었을까?

문문히 생각해보니까, 하나 있긴 하더라.


외환위기.


그 시절은 힘든 시절이었지. 많은 사람들이 정리해고당하고, 기업들은 줄도산했지. 그리고 한가지 유념해야 할 사실은, 외환위기는 좌파세력에 의해서 일어난 경제사태가 아니란 점이지. 그때는 좌파가 경제계에 어떠한 영향력도 없었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외환위기가 일어난 원인이 상당부분 기업 쪽에 있다고 생각해.

국민이 개돼지라서 돈을 사치스럽게 흥청망청 쓰니까 나라 경제가 망했다? 주류경제학을 안배운 프렌즈구나.

외국 세력이나 적성국이 의도적으로 한국 경제를 망하게 하려는 작전을 펼쳤다? 음모론을 잘믿는 프렌즈구나.


외환위기는 시장에서 생겨난 위기이지만 피해와 뒤치다꺼리는 국민이 온전히 해결해야 했지.그러면 기업은 책임을 졌느냐?

기업 줄도산이 책임을 지는 행위는 아니지. 그건 기업들이 맞이한 운명이지. 전경련이나 문제된 기업 CEO가 나와서 기자회견하고 "우리는 반성합니다, 저희의 탐욕이 사태를 일으켜서 송구스럽습니다" 한적도 없잖아.


그리고 3040대는 IMF를 직접적으로 겪은 세대였지.

외환위기동안 사람들은 서로 좋은 꼴은 못봤겠지. 그땐 서로 살아남기 바쁜 시대였으니.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3040대를 만든거지. IMF를 겪은 세대에겐 기업이 언제든 국민(고객 겸 노동자인)을 통수칠 수 있고 배신할 수 있는 존재라 여길테니까.


우리 할아버지는 보수파이시지. 할아버지의 가족은 625때 입은 피해를 지고서 살아가야 했고, 할아버지는 청년시절에 박정희 대통령의 비전을 믿었지.


반면 우리 아버지는 노조 지지파이시지. 아버지는 외환위기 때 실직을 경험하셨고, 그때 느꼈던 배신감을 아직 기억하고 계시지.


사람들은 무언가를 이유없이 미워하지 않아.

사람이 무언가른 미워한다면, 그럼 경험에 따른 이유가 확고하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