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앞에는 한쪽 팔이 없는 사람이 산다.

 

비록 한쪽 팔이 없지만 너무나 밝고 명량한 사람이다.

 

언젠가 환상통에 시달려 길에 쓰러질 때가 있었는데 그때 내가 도와준 이후로 꽤나 친하게 지내고 있다.

 

어느 날 집앞이 소란스러워 잠시 나가봤더니 정장을 입은 사람들과 함께 그 팔없는 사람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조금 자세히 살펴봤더니 문에 무언가가 붙어있다.

 

"5.18유공자의 집"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린다.

 

호흡이 가빠진다.

 

심장이 떨려온다.

 

수 십년 전 기억이 살아난다.

 

군복을 입고, 철모를 쓰고, 총을 들고 어디론가 간다.

 

지휘관에 말에 따르면 광주에 북한군이 침투해 그것을 막으러 간다 했다.

 

트럭에서 내리고 보았더니 수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군복을 입은 북한군은 보이지 않았다.

 

검은색 모자를 쓴 머리짧은 고등학생이 보였다.

 

하늘색 와이샤츠에 안경을 쓴 회사원이 보였다.

 

아이를 안고있는 한 어머니가 보였다.

 

전혀 북한군으로 보이지 않았다.

 

"우 상탄 확인. 탄창 결착!"

 

반사적으로 훈련된 동작으로 탄입대에서 탄창을 꺼내 총에 꽂아 넣는다.

 

"탄환 일발 장전!"

 

재빠르게 노리쇠를 후퇴시킨다.

 

"견착후 조정간 단발!"

 

무거운 안전장치를 해제시킨다.

 

"저놈들은 빨갱이다. 북한 빨갱이 새끼들이다. 다시 말한다 저 폭도들은 북한 빨갱이들이다!!"

 

그래... 난 빨갱이들을 죽이는거야. 내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지키는거라고.,

 

"조준...사격 개시!!"

 

그 뒤론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한명. 내가 쏜 총알이 팔을 맞춰 그 떨어져나간 팔이 나뒹구는 장면...

 

그 장면이 갑자기 생각난다.

 

그는 왜 팔을 잃게되었는가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알것같다.

 

왜 팔을 잃게되었는지

 

누가 그렇게 하였는지.

 

나는 아닐꺼다. 나는 명령에 따랐으니깐...

 

명령에 따랐으니깐...

 

명령에 따랐...

 

명령에....

 

명...

 

......

 

이로써 난 편해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