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국가정보원의 광고방송이 나온다. 요지는 간첩, 좌익사범, 국제범죄, 사이버범죄, 뭐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보면 신고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방송을 무심코 듣다보면 늘 걸리는 게 있다. 소위 ‘좌익사범’이다. 도대체 ‘좌익사범’이 뭘까, ‘좌익사범’은 있는데 왜 ‘우익사범’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한 순간 뇌리를 스친다.

 

 

 

 

‘좌익사범’이라는 말은 바로 국정원의 사상적 편향성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아마 그 광고에서 ‘좌익사범’은 국가보안법을 염두에 둔 말인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친북좌파 세력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쉽게 말해 국정원의 그 광고방송에는 소위 ‘좌익’를 적대시 하고 더 나아가 범죄시하는 사고가 압축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나라 전체가 우익으로 치우친 나라라는 반증이다. 

 

 

글쎄 ‘간첩’도 아닌 ‘좌익사범’이 이 나라의 공공질서를 얼마나 위협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광고에서는

 

이 땅의 진보세력을 폄훼하려는 '우익 사범'들의 의도가 다분히 묻어난다. 그러나 그들이 애써 무시하는 게 하나 있다. 그들은 지금 이 나라의 자유와 공공질서를 가장 위협하는 세력은 ‘좌익사범’이 아니라 극우세력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땅에서 척결해야 할 대상은 ‘좌익사범’이 아니라 ‘우익사범’이다. 

 

 

‘우익사범’이야 말로 지금 이 땅에 가해지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위협이다. 그들은 걸핏하면 격렬하고 원초적인 행동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 그들은 광적인 국가주의로 무장해 선악을 떠나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반대되는 모든 세력을 맹목적으로 적대시한다. 자신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와 자식들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말이다. 

 

 

얼마 전 극우세력들이 가스통까지 동원해 격렬한 시위를 벌인 것은 그들의 광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그들의 행위는 여차하면 이 나라 공공의 안녕에 실제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들은 한 마디로 테러분자들이나 다름없이 행동했다.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권리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마녀사냥식 종북매도를 하거나, 심지어 가스통까지 동원해 협박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테러이다. 더욱이 그런 테러가 국가에 의해 묵인된다면 이 나라는 머지않아 파시즘의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가스통 테러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저들의 그 원초적인 국가주의에 아찔한 현기증마저 느낀다. 히틀러의 광기가 괜히 태어났겠는가? 바로 저들과 같은 맹목적인 국가주의가 히틀러라는 괴물을 만들었다. 그들의 그런 행위는 결국 그들의 자식들을 가장 먼저 파시즘의 희생자로 만들게 될 것이다. 그들의 행위 뒤에는 그것을 부추기고 어둠 속에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권력과 언론과 자본이 있다. 그들이 그것에 눈 뜨지 못한다면 그들의 광기는 계속되고 더 격렬해질 것이다. 

 

 

한국정부가 정말 민주주의를 신뢰하고 추구하는 정부라면 ‘우익사범’들의 그런 테러 행위에 대해 엄격한 조사와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그들의 행위를 방조했다는 혐의를 벗기 힘들 것이다. 아울러 국가권력이 방송에서 거리낌 없이 ‘좌익사범’이라는 말을 내뱉는 한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얻을수 없고 사상통제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