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9일 한반도 평화협정체결을 위해서는 한국전쟁 당시의 남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 “전쟁종식 때 사과나 배상은 패전국에 부과되는 것”이라며 “북한은 법적으로 패전당사자가 아니며 (따라서) 법적으로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남북정상회담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는 도발에 대해 (북한이) 책임을 져야 하며 사과 요구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상대방에게 이를 강요할 수 있겠느냐, 현실적으로 화해와 협력의 전제로서 요구할 수 있겠느냐, 그런 불일치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이유로 남북관계는 언제까지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인가, 정전체제를 그대로 가져가야 하는가,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라며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거꾸로 ‘사죄받지 않으면 평화체제로 가지 말라는 것인지, 사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북일 관계 개선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 노 대통령은 “내가 전달한 후쿠다 총리의 메시지는 ‘관계개선의 의지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납치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일본은 대화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었고, 그 이상 어떻게 해야 한다는 기본인식과 해결책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았다.”고 전하며 “김 위원장은 ‘북일 관계개선이 필요하다. 총리의 대화 의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납치자 문제에 대한 용어와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기본 전제는 (북일) 쌍방이 관계개선과 대화의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며, 내용에 대한 기본입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내 이야기는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북일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선언의 차기 정부 이행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다음 정부가 하기 싫은 일,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다만 하기 싫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경제협력 추진 비용과 관련, “대부분 사업은 기업적 투자 방식으로 될 것이며, 철도 또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초기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일비용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북한은 붕괴되지 않을 것이고, 흡수통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독일 통일의 경험과 90년대 중반 북한붕괴론을 기반으로 통일비용론이 대두됐고, 지금 북한 붕괴가능성이 없는데 지금도 그 개념을 쓰고 있다. 이제 독일식의 통일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