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 거기는 천연자원이라도 좀 있고 인구수가 적기때문에 애초에 파이가 적게 돌아가도 복지 자체로 해결이 가능하지.. 그걸 한국에 실현시키겠다라는 말이었음?

지식이 느러따

그리고 아래 문재인 얘기는 답이 없는 정치적 사안이므로 그닥 작당한 주제는 아닌듯. 지지자는 아니라고 시뻘겋게 불탈 거고 비판자는 맞다고 시뻘겋게 불탈 거니까

현 대통령의 이념은 "리버럴"에 가깝습니다. 기본적으로 "법대로 하자"는 주의고 대통령의 발언 대부분이 "모르겠고 법대로"로 해석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통령은 법에 대해서 상당히 믿음이 강한 전형적인 법률가이고(판사되었으면 오소독스한 판사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옳다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시각을 보여줍니다.(반면에 경제는 누구도 이게 옳다고 확답하기 어렵죠)
                  문제는 한국 사회의 제도가 "법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거죠. 그래서 법을 수정하는 작업과 동시에 "법대로"를 추진해야 했습니다. 정부 정책 라인도 이 걸 알고 있었고요. "법대로"와 "실현가능한 법으로의 수정"이라는 두 개의 축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데 첫 번째는 행정부가 할 수 있으나 두 번째는 행정부가 못합니다. 이념을 떠나서 통치 철학에 있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딱 반대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께서는 현대 사장 출신답게 어떤 수를 써서라도 하면 된다는 주의죠.

민주주의의 여러 교훈을 보면 어느 정도 성숙한 국가에서는 "법대로"가 맞습니다. 그렇게 안 하면 관료를 컨트롤 할 수가 없거든요. 2000년대 이후 관료들이 규정에 없는 거 하면 내 커리어 다 날려먹는다는 학습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스타일의 대통령이 오더라도 행정부가 작동을 안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점에서 "법대로" 하는 대통령은 나쁜게 아니죠. 문제는 대통령제가 반드시 입법부의 과반정당일 수는 없다는 겁니다. 이게 대통령제의 큰 문제이고 대통령제 국가들이 정책추진력이 낮은 이유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동거 정부 2번 경험하고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거의 동시에 치르고 임기를 같게 만들었습니다. 저쪽이든 이쪽이든 일관적인 정책을 펼쳐보라는 겁니다. 미국은 하원의 경우에는 대통령과 함께 선출되고 대통령 임기 중에 한 번 물갈이 되는 방식으로 대통령이 최소한 초기 2년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요.

52시간 근무제의 엄격적용이 대표적인 "법대로" 논리입니다. 문제는 현 근로기준법이 지식노동자 등 대규모의 설비가 동반되지 않는 직무에 대한 고려가 별로 없다는 겁니다. 노동을 특정 시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시간으로 노동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가정이 깔려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가 돌거나 반복업무들은 컨트롤이 됩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새로 창출되는 직무들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근로기준법에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어떻게 법적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담겨져야 됩니다. 그런데 국회가 그런 기능을 못 하고 있죠.

산업정책의 부재를 지적하는 분도 많은데 사실 이건 이명박 정부 때부터의 문제입니다. 얼마 전에 (보수적인) 모 경제지에 이른바 '경제 원로'들의 인터뷰가 실렸을 때도 경제원로들은 공통적으로  십년 이상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산업정책이 실종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저도 중후장대형 산업에 대해서 연구도 하고 그쪽 회사도 다녀봤는데 최근 10년 간 잘 되던 산업에 대해서 정부가 도와준 게 없습니다. 과거 두 정부 모두 대놓고 잘 나가는 산업에서 뭔가를 뜯어먹겠다는 자세만 취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아버지 때문에 뭔가 산업정책을 잘 할 이미지였으나 정작 한류 내세우면서 이미지 좋아지는 쪽만 지원했습니다. 그 와중에 산업부의 산업정책 기능 자체가 실종된 걸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잘 살렸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이미 10년 간 산업정책이 실종되면서 모든 산업이 기초체력으로 버티는 상태입니다.

최소한 산업은행만 놓고 봤을 때는 지난 12년 중에 지금이 제일 일 잘하고 있습니다. 민유성, 강만수, 홍기택 3명은 산업정책이나 구조조정은 거의 신경을 안 썼습니다. 혹은 위의 눈치보느라 욕먹을 일은 회피했겠죠. 종합금융기관하겠다고 금융지주를 만들고 IB 외의 다른 금융사들 인수하고 소비자금융하겠다고 시간 날리면서 모든 역량을 날려먹었습니다. 덕분에 구조조정은 모조리 유예되었고 대우조선해양처럼 안에서 썩어들어가는 자회사에 대해서 재무관리도 못 했습니다. 당시 거제도 고현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은 회사 적자나도 돈 잘 쓴다는 농담이 공공연했습니다. 차장이 수십억 횡령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산은 퇴직자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던 재무팀은 서울에 있었거든요.

전 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당분간은 규정을 중시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규모가 커지고 사회문제가 복잡해져서 지도자가 개인기로 돌파하기는 너무 리스크가 큽니다. 지도자가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도 없고요. 기본적인 규정에 대한 존중이 상식이 된 상태에서 새로운 혁신가들이 지도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 낙선운동 이후 입법부 구성원들에 대한 모든 특권을 빼앗아야 한다는 접근에는 부정적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게 하려면 4년 내내 지역구 관리만 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날이 갈수록 지역구 관리가 국회의원의 본업이 되면서 산업정책이나 새로운 근로형태에 대한 고민 등은 아무도 하지 않는 상태가 되고 있습니다. 남라 분들은 잘 알겠지만 자고로 잉여가 있어야 생산적인 결과물이 나옵니다.(아닌 것도 많이 나오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