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반일 프레임’ 토론회

“한국만 시계 거꾸로 돌려
‘이웃 악마화’ 극복할 과제”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불거진 최근의 한·일 외교 갈등이 외교적 고립과 보수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시민사회에서 제기됐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3일 자유경제포럼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주최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친일·반일 프레임을 깨자 2: 일본을 이해하고 같이 발전해야’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대한민국의 시계만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정부가 과거 지향적 친일청산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민족 어젠다’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 정부뿐만 아니라 과거 정부들도 정치적 필요에 따라 반일 민족주의를 의도적으로 부각해 왔다. 김 교수는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말 낮은 국정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헌정사상 최초로 독도를 방문했지만, 의도했던 국정 지지도는 오르지 않고 대신 일본과의 외교관계만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출범 후 2년 동안이나 일본에 과거사 재사과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외교적으로 중국에 경도됐다”며 “이후 중국으로부터 돌아온 결과는 외교적으로 유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반일 민족주의가 ‘빨갱이’ 색깔론·보수 적폐론과 결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반일 민족주의로 친일 청산과 보수 청산이 한꺼번에 되는 정치적 효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관제 민족주의는 북한의 ‘우리 민족끼리’라는 관제 반미(反美)주의와 만나 연방제 통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햇볕정책에서 배운 한 가지 교훈은 ‘평화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런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이데올로기는 민족의 염원인 민족통일을 위한 지원, 즉 민족주의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이강호 한국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은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과 6·25 전쟁을 거치면서 북한이라는 명백한 적대적 타자를 갖게 됐는데, 이미 사라져 버린 과거의 적대적 타자를 계속 현재의 적대적 타자로 되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 시대에 친일·반일의 틀을 강요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국제정세에 대응해 냉철한 호혜주의적 번영을 추구하는 미래지향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