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의 노벨상을 받은 일본과의 기초과학 기술격차가 50년이나 된다고 한다. 소재와 부품 산업을 키우겠다지만 어떻게 짧은 시간안에 기술 개발을 한다는 것인가"

여기서 "50년" 드립을 주목하다보면 자유당의 말장난에 놀아나게 된다. 정작 중요한 부분은 그게 아니라 "노벨상" 운운이다.

다시 잘 보라. 자유당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마당에 기초과학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며 그 대책을 세우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이 불화수소나 포토레지스트 '생산 기술'과 관련해서 노벨상을 받았을까? 당연히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소재의 생산기술은 특허는 될 수 있을지언정 노벨상 같은 기초과학과는 무관하다. 그러니 일본이 노벨상을 24개를 받았든 2억4천만개를 받았든 현 시국과의 직접적 연관성은 거의 없다.

'순수과학'과 '공학기술'은 완전히 별개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비유해서 과학계에서의 뛰어난 업적이 '노벨상'으로 귀결된다면, 공학기술에서의 업적은 '특허'와 '경제적 이익'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순수과학과 공학기술은 지향하는 목적이 그렇게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자유당은 서로 너무나 상이한 이 두가지를 마치 하나인 것처럼 뒤섞어서 마치 소재, 부품들의 생산기술 전반적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에 무려 50년이나 뒤처진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는 말장난을 늘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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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야 따져볼 것이 그 "50년 격차" 드립이다. 50년? 그럼 기초과학이든 공학기술이든, 우리나라는 일본의 1969년 수준이라는 건가? 당연히 말도 안되는 황당한 주장이다.

도대체 이 "50년 격차"의 근거는 뭘까? 이렇게 말하는 과학자 혹은 업계 전문가가 있기는 할까? 그 비슷한 거라도 있나 싶어서 미친듯이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조금이나마 비슷하게 들릴 수 있는 것이 두가지가 나오더라.

하나는 2012년 나로호 발사 당시 잠시 이슈가 되었던, "한일 우주기술 격차 50년"이다. 기초과학도 아니고 소재부품 생산기술도 아니고 '우주기술'이다. 그런데 당시 기사를 다시 잘 살펴보니, 그것도 우주기술 전반에 50년 뒤쳐졌다는 얘기도 아니고, 위성과 로켓 기술중 위성 기술은 수준급인 데 비해 로켓 기술은 50년 뒤쳐졌다는 얘기였고, 그것도 일본 언론의 일방적인 주장이었다.

사실 그마저도, 우리나라의 로켓 기술이 뒤진 이유는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개발 가능한 미사일의 사거리에 계속 발목을 잡혀왔기 때문이다. 박정희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사거리 200km 이내 미사일만 개발하기로 했고, 그게 97년, 2012년 개정에도 불구하고 500km에 묶여있었는데,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 마자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 한번만에 즉시 800km로 개정한 바 있다.

기가 막힌 것이, 전범국인 일본조차 아무런 제한 없이 우주급, 즉 ICBM급 로켓을 개발하는데 아무 죄도 없는 전쟁 피해국인 우리나라가 사거리 제한으로 우주급 로켓 개발은 꿈도 못꿔온 것이다. 이걸 일본이 50년 앞섰다고 자랑질하는 것은 매우 파렴치한 일이고, 애초에 박정희가 미국에 굴복한 것이 첫단추를 잘못 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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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격차"의 또다른 예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얼마전인 올해 7월31일에 국회 민관정 대책 협의회에서 한 발언이다.

"일본의 첨단 기술을 따라가려면 반세기가 걸린다. 단기간에 국산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든 다른 나라에서든 원천 기술을 구매해 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박용만 회장의 주장은 현재 각 업계에서 진단하고 있는 전망과는 한참 거리가 먼 주장이고, 아무런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박용만 개인은 중장비를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회장이고,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만드는 중장비에 일제 부품을 얼마나 쓰는지 모르겠지만 전체 산업계의 현실과 일맥상통할 거라는 근거는 없다.

그러니까 박용만의 "반세기" 드립은 그냥 박용만 개인의 "느낌적인 느낌"일 뿐이다. 그걸 뻔히 아니까 누구도 그 "반세기 격차"의 근거는 뭐냐고 박용만에게 따져 묻지도 않는다. 현 시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한 개인의 주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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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일본과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기술격차는 얼마나 될까. 수없이 많은 각 업계마다 천차만별일 것이 뻔하다. 뒤쳐진 분야가 더 많을 것은 예상이 되지만, 그중 어떤 분야에서는 일본을 이미 오래전에 앞선 부분도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해 개략적이나마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분석은 지난해 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내놓은 "2018 중소기업 기술통계조사보고서"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3800개의 중소기업들을 표본조사했고, 그 결과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기술력이 미국에는 1.9년, 일본에는 1.8년 뒤쳐져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연말에 나온 이 분석 결과가 지금처럼 냉엄한 현실에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만한 100% 믿을 수 있는 완벽한 조사결과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박용만의 "느낌적인 느낌에 반세기 격차", 자유당의 "닥치고 묻지마 50년 격차"보다는 훨씬 근거가 확실하고 신뢰도도 훨씬 높은 조사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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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요악하자면, 자유당은 아무런 반대 근거조차 없이 "1.8년 격차"를 "50년 격차"로 뻥튀기한 것이다. 전쟁 상황에 적군의 병력을 수십배 뻥튀기하며 아군 지휘부를 후려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사실 물어볼 것도 없지 않나. 문재인정부를 물어뜯을 수만 있다면 당장 나라도 팔아먹을 수 있는 작자들 아닌가.

이런 밑도 끝도 없는 거짓말을 내놓아도, 생각 없는 좀비노인들을 포함한 자유당 지지층 대다수는 '그런가보다, 정부가 일본에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벌이고 있나보다' 할테고. 결과적으로 적어도 지지층 결집 효과는 나올 것이다. 그 얼마 되지도 않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조국을 팔아먹는 작자들이 자유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