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국 딸 조민과 동갑이고 같은 해 대입을 치뤘다. 게다가 동일하게 고려대 환경생태학과에 지원했었고 떨어졌다. 물론 조민이 붙어서 내가 떨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그래도 기분이 묘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 아버지는 국립대 교수다. 친척 중에도, 부모님의 지인중에도 이공계 및 의과계열 교수인 분들이 여럿 계시다. 즉, 조국 일가가 행한 그러한 비위를 저지르려면 얼마든지 저지르는게 가능한 조건이다. 하지만 우리 친척 중에 그 어느 누구도 그러한 편법을 사용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돈을 때려부어 고액과외를 하거나, 입시컨설팅을 받거나, 해외로 유학을 간 사람이 있을지언정 조국일가와 같은 그러한 편법을 쓴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심지어 나는 몸이 아파서 수술하고 입원하는 와중에도 그냥 고지식하게 수능공부해서 수능우선 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한번은 어느날 우리 대학 총장이 우리집에 와있더라. 교수이셨던 우리 할아버지의 제자였다고 한다. 내가 본인이 총장으로 재직하는 학교의 신입생임을 알자 매우 반가워하며 어느 학과 소속이냐고 물었다. 나는 공손히 대답했고, 알겠다고 환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달 뒤 갑자기 뜬금없이 학생처에서 연락이 오더니 나에게 특별장학금이 나왔다고 했다. 나에게 학생처에서 무슨 장학금인지 아냐고 물었다. 나는 모르니까 모른다고 대답했다. 조금 생각해보니 총장 재량으로 준 장학금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당황스럽고 부끄러웠고 부모님께 이야기하니 난감해하셨다. 결국 인간관계를 고려해서 반납까진 하진 못했지만, 이러한 식의 도움을 원치않음을 전달하였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다.

나는 지금 미국에서 박사과정 중이고, 그럭저럭 생활에 만족한다. 남이 보기엔 별거 아니어도 온전히 내 노력과 의지로 한발자국씩 전진해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조민과 같이 남이 떠먹여주는 인생이 부러울때도 있지만, 오히려 내 스스로에게 부끄러워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한참전의 그 받지 말았어야 할 반액 장학금을 받은게 아직도 불편하니까. 이 와중에 생일식사로 친구들이랑 코스요리 때린걸 Sns에 업로드해서 flexing하는 민초의 멘탈이 대단하긴하다만.

나는 내 자신이 딱히 즈엉이롭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난 그냥 내 소신을 지키는거고 그게 정의로운지는 사회가, 시간이 판단해줄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라면 도저히 양심에 걸려서 하지않을 일들을... 입으로는 정의를 외치는 와중에 수없이 저지르고. 그래놓고도 뻔뻔하고, 거짓말하고, 감성팔이까지 하는 그 가족을 보면 괜히 정신이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