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해두자면 나도 지금 당장 문재인 탄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명분이 부족하지. 박근혜는 "국정농단"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문재인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무능력이 탄핵 사유가 된다면 백번 연속 탄핵 당해도 싸지만 말야.

(혹시나 발끈할 보수분들이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난 개인적으로 박근혜가 "국정농단"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 최순실 사건은 "측근비리"지. 다만 최순실이 이곳저곳 해먹을 곳을 기웃거리면서 지나간 곳이 많다 보니 "국정농단"이라는 프레임이 걸리게 된 거다. 하지만 난 원래 "측근비리"도 탄핵사유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박근혜 탄핵 자체에 불만은 없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지난 대통령들이 너무 쉽게 넘어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의 수사에 탄핵할 이유가 나올 경우, 몇몇 분들은 2번 연속 탄핵은 안 좋은 선례를 남기지 않을까 걱정을 하시던데, 난 거기에 동의 안 한다. 문재인 하는 꼴을 보면 가장 가관인 점이 국민들 다 아는 현실과 팩트를 부정하고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를 돌이켜 봐도, 보수정당이 진보정당보다 사과한 횟수가 더 많다. 진보정당이 더 깨끗하고 실수를 안 해서? 노노. 진보정당들은 자신들 잘못이 튀어나와도 억지 개논리로 정당화하고 야당 탄압이다, 가짜 뉴스다 떠들며 늘 책임회피를 해 왔다. 통진당 부정선거 사례를 봐도 알 수 있고, 정의당이랑 페미가 엮였을 때도 그렇고, 현재 민주당이 그렇다.

그렇다고 보수정당이 더 도덕적이라는 것도 아니다. 사실 사과를 많이 해도 같은 걸로 여러 번 사과하잖아? 말실수도 잦고. 다시 말해 말뿐인 사과가 많다는 얘기지. 지금만 넘기고 보자는 사과를 도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내가 보기에는 지금 민주당과 자한당은 "박근헤 탄핵"이 자신들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자기들의 정의의 승리"로 보는 거고 자한당은 "우리의 실수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개뿔. 사유야 어쨌든 박근혜 탄핵은 국민이 선택한 거다. 그 이유가 옳다, 또는 선동이다 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선택은 국민이 한 거고 그 권한과 책임은 늘 그렇듯 국민에게 있었다. 대한민국 정당 패거리가 만들어낸 역사가 아니다. 문재앙 같은 사이비 진보의 덕으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계는 자신들이 그 주체라고 착각하고 있다.

즉 결론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거다. 국민들 표를 받아서 뽑힌 인간들이 국민들을 떡으로 보는데, 그게 가장 큰 문제 아니냐? 사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보다 더 나쁜 "전례"가 어디 있냐?

난 지금 당장 문재인을 탄핵하자는 게 아니다. 사실 문재인이 무능하더라도 앞으로 반드시 탄핵할 이유가 생긴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만약 탄핵할 이유가 생긴다면 나는 서슴치 않을 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가 "국민이 주인"이라는 뜻이라는 걸 우리나라 정치계에 강하게 새겨주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