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인을 저울질한다고 가정해보자.
누구나 인간으로 태어났으면서 좋은 일도 많이 해봤겠지만, 나쁜 일 한 번 정도는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혹은 반반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살인을 저지른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선과 악이라는 두 틀로 이분할 수 있을까?
내 개인적인 생각은 No임. 그 말은 즉슨 완전한 악인과 완전한 선인은 없다는 것임.
실존인물이라는 가정 하에 심지어 그 예수조차도 서른 살 이전에는 나쁜 짓을 아주 안하고 살진 않았겠지. 많이 성역화되긴 했지만, 예수에 대한 나쁜 기록은 은폐되었을 가능성이 큼.
반대로 신창원 같은 사람도 여러 건 살인을 저지르긴 했지만, 모자를 죽일 수도 있었는데 죽이지 않고 자비를 베푸는 경우도 있었고 말이야.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특정 개인을 완전한 선과 악으로 나누는 건 굉장히 원시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함.
좌우 대립, 세대 대립, 그리고 국가나 이념 대립 등을 포함해서 말이지.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이나 박정희겠지. 박정희의 경우 경제 성장의 기틀을 다졌지만, 독재자였고 노무현은 서민을 위해 노력했지만, 뇌물을 수수했지.
이렇듯 윗대가리들조차 아주 깨끗하고 아주 더럽지 않은데 완벽하지 않은 토템을 들고 서로 진영을 갈라 싸우는 것 자체가 아직 우리의 지능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반증임.
진정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려면 그 사람의 모든 행적을 보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음. 그리고 만약 체험으로 그걸 알게 된다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깨끗하지 않고 완전히 더럽지 않다는 걸 깨달을 거임.
왜냐면 내 자신을 평가하기에도 내 자신이 스스로 깨끗하다고 장담하지 못하는데 남을 깨끗하다 깨끗하지 않다 평가하는 건 참으로 병신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거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이분적인 사고에서 깨어나자는 거임.
정치적으로도 좌나 우가 대립하고 남녀가 대립하고 세대가 다르다는 이유로 대립하고 국가와 인종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대립하고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못가졌다는 이유로 대립하고
결국 두고 보면 다 똑같은 인간들인데 어째서 서로 못잡아먹는지 모르겠음.
서로 조금만 더 양보하고 배려해주면 될 텐데 말이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것도 잘 알음. 호의를 베풀어도 통수로 돌아온 헬피엔딩도 많이 봤고 말이지. 그래서 범죄자가 된 사람들도 여럿 많지.
물론 난 범죄자를 옹호하는 입장은 아님. 죄를 지었으면 마땅한 벌을 받는 게 도리고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시간으로 고통스럽게 치루는 것만큼 공평한 체계는 없다고 봄. 오히려 사형제를 구형하는 게 더 불공평하지. 왜냐면 시간으로 고통스럽게 죄값을 치룰 새도 없이 깔끔하게 죽음으로 해방시켜 주는 거니까.
그러나 충분한 시간만큼 댓가를 치뤘다면 어떨까? 고통스러운 시간동안 범인이 배운 게 있다면?
적어도 갱생의 기회는 주는 게 맞지 않을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범죄를 저지르게 된 사람들 중 범죄를 저지르고 싶어서 저지른 상황은 거의 없고 그게 나쁜 일이라는 걸 알려줄만한 사람도 없이 방치당하듯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봄.
만약 그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려줄 사람이 있었다면? 혹은 나쁜 짓을 하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걸 알았다면 그런 일 자체를 벌이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그들로서는 최선의 생각이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결론은 우리가 배운 선과 악 따윈 허상에 지나지 않음. 만약 그런 프레임을 씌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말로 악랄하고 잔인할 가능성이 큼.
이분적인 사고에서 깨어나자. 쓸데 없는 잡설이 길었지만, 줄곧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