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 로멜루 루카쿠 (벨기에) 

 

득점왕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원톱이 득세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최전방 공격수의 면모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약체인 첫 두 팀(파나마, 튀니지)과의 경기 이후 4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지만,
일본전에서 샤들리의 역전골 과정에서 보여준 움직임이나 8강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펼친 저돌적인 플레이는 스트라이커의 진수를 보여준 것으로 꼽을만하다.
 
SS/AMC/ | 앙투안 그리즈만 (프랑스) 

이번 대회에서 프랑스가 치른 거의 모든 경기에서 공격의 중심으로 나서며 4골 2도움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최전방에 나선 첫 경기를 제외하곤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지루 바로 뒤에 위치,
실질적인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도맡았다. 공격 포인트 이상으로 공격에 기여한 그리즈만은 '0골 스트라이커' 지루가 수비에 관여하느라
부족했던 공격적 리더십까지 훌륭히 발휘했다.
 

RW | 킬리안 음바페 (프랑스)

 

공을 잡는 것만으로 모두를 설레게 하는 공격수는 그리 흔한 존재가 아니다.

포그바가 공간으로 찔러주는 전진 패스가 음바페의 발에 닿을 때면, 곧 뭔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기대감과 함께 엉덩이가 절로 들썩인다.

압도적인 스피드와 나이에 걸맞지 않는 침착함,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결정력까지 겸비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60년 전 펠레에 이어 1경기 멀티골을 기록한 10대 선수로 기록됐고 PK없이 총 4골을 만들어내며 득점 2위에 올랐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첫 골로 이어진 PK를 얻어낸 '폭풍 질주' 장면은, 아마도 먼 훗날까지 수 없이 회자될 결정적 순간이 아닐까.

 

LW | 에당 아자르 (벨기에)


콘테 체제에서 제로톱을 맡기는 게 최선은 아니라는걸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입증했다.

모드리치에 이어 실버볼을 받은 아자르의 플레이는 이번 대회에서 수 많은 사람들을 경탄시켰다.

'볼아일체(공과 내가 한 몸)'의 경지를 보여준 트래핑과 드리블, 동료의 움직임을 예측하여 정확하게 내어주는 패싱,

위치와 각도에 구애받지 않는 슛팅 능력은 아자르가 왜 아자르인지 보여주는 수 많은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벨기에가 결승에 올랐다면 골든볼은 그의 차지였을 것이다.

 

CM1 | 루카 모드리치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축구의 얼굴이며 심장. 후방에 배치될 때나, 브로조비치를 뒤에 두고 전진할 때나,

크로아티아 전진 패스의 대부분은 그의 발을 거쳐야 가능했다.

라키티치의 상대적 부진으로 중원에서 더 많은 '장면'을만들어내진 못했지만,

윙어와 스트라이커가 두루 많은 골을 뽑아낼 수 있게 이끈 것은 결국 모드리치의 역량이었다.

세 차례의 120분 연장을 (잉글랜드전 119분 교체아웃) 사실상 전부 다 치러낼만큼 모든 걸 쏟아부었지만 우승에 이르진 못했고

그래서 이번 대회의 '성 루카'는 더욱 절절한 신화로 남았다.

 

 

CM2 | 로만 조브닌 (러시아)


팀동료들에 비해 눈에 띄는 활약은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원에 조브닌이 없었다면 러시아의 순위는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라는 데에한 표를 던지겠다.

8강에서 탈락했음에도 이번 대회에서 태클 성공과 가로채기를 가장 많이 기록한

조브닌은 팀이 치른 5경기에 모두 풀타임으로 출전(510분)하며 살림꾼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RB | 키에란 트리피어 (잉글랜드)


소속팀 토트넘에서도 좋은 선수였지만, 대표팀에서의 트리피어는 필수불가결한 선수나 마찬가지였다.

활발하게 상대 진영을 넘나드는 줄기찬 움직임에, 셋피스 때마다 보여주는 날카로운 킥력은

이번 대회에서 유효슛팅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긴 잉글랜드 공격에 숨통을 틔워준 것이었다.

 

CB1 | 셰르게이 이그나셰비치 (러시아)


한국 나이로 마흔인 선수다. 그것도 대표팀에서 은퇴했다가 월드컵 개막 직전에야 합류한 노장 센터백.

주전 수비수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한 러시아가 믿을 수 있는 사실상 최후의 보루였던 이 베테랑 수비수는

러시아가 치른 5경기(510분)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면서 승부차기에선 골까지 책임졌다.

스페인전 자책골의 아픔이 전혀 누가 되지 않을만큼 대단한 존재감을 과시한 월드컵이었다. 

 

CB2 | 도마고이 비다 (크로아티아)


말총머리 휘날리며 세계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센터백.

러시아와의 8강 연장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웃통을 벗어던지던 화끈함도 인상적이었지만,

그의 진정한 가치는 상대의 카운터어택을 매번 확실하게 차단해주는 수비력에 있다. '

월클' 센터백 로브렌과 짝을 이뤄 크로아티아를 준우승으로

이끄는 과정에서 투지 넘치는 달리기와 과감한 태클로 팀을 여러 차례 위기에서 구해냈다.

 

LB | 나가토모 유토 (일본)


오랫동안 발을 맞춰온 선수들로 재편한 일본 대표팀은,

여러 해 동안 할릴로지치 감독이 작업해 온 것들을 대거 버리고 출전한 팀이다.

배제됐던 노장들이 돌아와 기존의 패스 축구를 통해 16강 진출의 성과를 이루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공격 전개 과정에서 결국 일본의 가장 강한 무기는 나가토모와 이누이가 자리잡은 왼쪽이었다.

그 중에서도 나가토모의 질주와 크로스는 여전히 매우 위력적이었다.

왼쪽 풀백 자리에 걸출한 선수가 없던 이번 대회에서 팀 기여도가 가장 높은 풀백 중 한 명이다.

 

GK | 조현우 (대한민국)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쿠르투아를 넣기엔 이미 벨기에 선수에게 배당된 2자리가 찼다.

요리스(프랑스)는 결승에서 큰 실수를 했고 무스렐라(우루과이) 역시 8강에서 자책골급 실책을 저질렀다.

하지만, 이 자리에 조현우를 넣고도 '국뽕'이란 비판이 두렵지 않은건 저런 쟁쟁한 선수들의 실수가 아니고서도

자부심을 가질만한 그의 활약상 덕택이다. 이미 여러 외신들이 '현우 조'의 활약에 찬사를 보낸 것은

그가 단 3경기만 뛰고서도 펼쳐낸 수 많은 선방이 그만큼 가치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조별리그 3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잡은 것은 김영권과 손흥민의 연속골 덕택이지만,

조현우의 선방쇼가 없었다면 그러한 기회조차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게 (또는 더 많은 축구팬들에게) 아주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수문장이다.

 

 

 

감독 :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러시아) 

대회 개막 전까지 '개최국 조별리그 탈락'의 가능성이 심도있게 거론될만큼 약체로 꼽혔다.

월드컵 참가팀 가운데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팀이었다는

사실도 부정적 전망의 확고한 근거. 게다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치른 개막전에서도 별다른 희망의 조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늘 자신만만했던 체르체소프 감독은 내내 실험하던 스리백을 과감히 배제하며 4-2-3-1을 들고 나왔고,

대회 초반 연달아 발생한 돌발 변수들을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며 러시아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자고예프의 부상을 대체한 체리셰프의 활약, 에이스 스몰로프의 부진을 잊게 만든 쥬바의 기세가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상대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유연한 전술 적용과 교체 멤버들이 투입되는 족족 성과를 냈던 족집게 용병술은

체르체소프 감독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대목.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팬들에게 응원을 이끌어내는 리더십과 데니소프 배제와 쥬바 재영입에서 보듯 과감하면서도 전략적인 선택들도 돋보였다.

 

MVP : 앙투안 그리즈만 (프랑스) 

월드컵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되는 '골든볼'이 언제부턴가 '우승하지 못한 팀의 에이스'에게 주는 상으로 고정된 것 같은 느낌이다.

1998년 호나우두(브라질)를 시작으로 2002년 올리버 칸(독일), 2006년 지네딘 지단(프랑스),

2010년 디에고 포를란(우루과이), 2014년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거쳐 이번 대회의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까지,

벌써 6회 연속 비우승팀에서 골든볼 수상자가 나왔다. 거론된 선수들이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것은 분명하지만,

애써 우승팀 에이스를 배제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닌지 아쉬운 맘이 든다. 그리즈만을 '뷰티풀게임' 선정 MVP에 적극 추천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