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일 기자 = "공격할 때는 더 적극적으로 올라가야지!" 
"고민하지 말고, 그럴 땐 단번에 반대편을 보라고."

축구대표팀의 울산전훈지 마지막 훈련이 진행된 19일 오전 울산종합운동장. 8대8 미니게임 때 파울루 벤투 감독의 가장 많은 '개별지시'를 받은 이는 왼쪽 측면 수비수 김진수였다. 벤투 감독은 한발 떨어져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가 어느 시점부터 선수들에게 빠른 전개, 속도감 있는 축구를 주문했다. 

많이 관여하지는 않았으나 필요할 때는 강한 어조로 주문했는데 이례적으로 김진수를 향해서는 개인 교습을 두어 차례 실시했다. 전체적인 흐름과 일맥상통했다. 공격 시에는 마치 날개 공격수처럼 치고 올라가라는 것, 여의치 않을 때는 빠르고 간결하게 전환 시키라는 것 등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김진수는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땀 흘렸다. 

대표팀 왼쪽 수비는, 꽤 오래도록 대표팀 감독들을 괴롭힌 포지션이다. 당장 지난여름 러시아 월드컵 때도 신태용 감독의 고민이 깊었다. 최종적으로 박주호와 홍철을 택했는데,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박주호가 부상을 당하는 악재까지 발생해 더더욱 애를 먹었던 위치다. 

벤투 감독 역시 왼쪽 측면은 저울질을 거듭했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 기량이 더 발전한 이용이 붙박이로 뿌리내린 오른쪽과 달리 박주호, 홍철, 윤석영 등을 번갈아 투입했는데 모두 확실한 신뢰를 주지 못한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부상에서 회복된 김진수가 울산 전지훈련을 통해 처음 벤투호에 승선, 흥미로운 구도가 만들어졌다. 

김진수는 '불운의 아이콘'이라 불러도 무방할 선수다. 그는 러시아 월드컵행이 유력했던 좌측면 수비수였다. 하지만 올 3월 평가전에서 큰 부상을 당해 본선행이 좌절됐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직전에도 부상으로 눈물을 흘렸는데, 두 번이나 믿을 수 없는 악몽이 반복됐다.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난 김진수가 눈물을 씻고 이제 아시안컵 본선 출전의 꿈을 키우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 당사자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경쟁자 홍철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것도 김진수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는 소식이다. 

19일 훈련 때 대표팀은 4명이 빠진 19명만이 훈련에 참가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홍철, 장윤호, 김문환, 한승규 등 4명이 경미한 부상으로 인해 숙소에서 훈련한다"고 전했다. 모두 심각한 수준의 부상은 아니나 더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무 트레이너와 개인 훈련을 진행키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홍철은 왼발목 염좌 부상이다. 전날(18일)도 훈련하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대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감독 입장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김진수에게도 기회가 찾아오는 분위기다. 김진수는 불운의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대표팀은 왼쪽과 오른쪽 불균형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벤투의 선택은 20일 오후 2시15분부터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