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히스 꽃과 괴물 늑대


햇빛을 쬐며 펜리르님의 털에 파묻혀서 쓸데없는 농담을 하고 싶다.


맑은 날씨의 펜리르님에게는 약간 고소한 냄새가 나서 기분이 좋은데...



"이제 슬슬 포기할 생각이 들었니? 반푼아."



햇빛이라고는 한 점도 들어오지 않는 어둑한 지하실.


-절그럭


등 뒤로 양손을 결박한 사슬이 절그럭거리며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기분 나쁜 공간에 결박당한 채로 감금당한지 벌써 이틀째... 펜리르님 걱정하고 계실까?



"반푼아."



나를 이 곳에 감금한 발키리들중 하나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았다.



"풀어줄까?"

"...풀어 주실건가요?"



내 반문에 발키리가 어딘가 기분 나쁜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래. 이름과 함께 [괸둘의 셰이드에 참가 하겠습니다.]라고 한마디만 해. 그럼 풀어줄게."



[셰이드]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별로 없다.


발키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주술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뿐.


호기심에 펜리르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두번 다시 그딴 것에 흥미를 가지지마라!'


라고 펜리르님이 윽박을 질렀기에 그 날 이후로는 [셰이드]에 대해서는 흥미를 가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겨우 말 한마디하는 것으로 이 괴롭힘이 끝난다면 싸게 먹히는 것이 아닐까?



"..."

"자. 어서."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지만 발키리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할게요..."

"확실하게 말해."

"저 에리카는 괸둘의 셰이드에 참가 하겠습니다으핫...?"



말을 끝내자마자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서늘한 감각에 놀라 숨을 거칠게 뱉어 내고 말았다.


허벅지 안쪽으로 간지러움과 비슷하지만 확연히 다른 낯선 감각이 느껴졌다.


내가 낯선 감각에 어리둥절 하고 있는 사이...



"후후후훗.하하하하!!!"



무엇이 기쁜것인지 발키리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아~ 진짜 말했네? 반푼이는 [셰이드]가 뭔지도 모르지? 모르니까 말했겠지. 후후훗."

"무,무슨..."



-따악!



"으흣..."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찌릿한 감각과 함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에 맞춰서 온몸에 전기가 흐른 듯한 감각은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좋았기에 오히려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푼아. 어때?"

"흐...흐윽..."

"처음 느껴본 오르가슴은?"



-따악!



"오흐흣!?"



내 몸이 소리에 반응하듯 허리가 튕겨졌다.


찌릿한 무언가가 허리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머릿속까지 파고드는 듯한 감각에 눈가가 바르르하고 떨렸다.



"[셰이드]는 여성의 오르가슴으로 행하는 주술이거든."


-따악!


"사용할때마다 몸이 멋대로 절정해버리거든."


-따악!


"그러니까. 반푼이는 이제 내 마음대로 마구 가버리는 허접년이 된거지. 축하해."


-따악!


"이제 쓸모가 생겼네?"

"그,그마한. 시러. 으흣? 이상해! 튕기는거 그마핫?!"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날 때마다 몸이 멋대로 반응한다.


머릿속을 파고드는 짜릿한 기분에 눈앞이 새하얘지고, 몸이 덜덜 떨린다.


멋대로 뱉어지는 숨때문에 호흡이 부족해서 괴롭지만 동시에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부유감에 행복한 기분.


벌어진 입으로부터 제대로 삼키지 못한 침이 흘러내렸다.



"기분 좋아? 남자였다면서 침까지 흘리면서 가버리네?"

"제,제발... 튕기는 거 그만..."

"벌써? 그럼 이건?"



그녀가 손가락을 모아서 딱밤을 때리려는 듯한 모양새로 천천히 내게 손을 가져왔다.


하지만 손은 이마가 아닌 좀 더 아래쪽인 내 가슴팍으롷... 



"흐으으흜!?!"

-푸슛.



헤에?



"푸훕... 유두에 딱밤 맞았다고 시오후키를 뿜어? 푸하하하!!!"



시오후키? 내가? 가랑이가 축축해? 왜?



"하아... 진짜 걸작이네. 슬슬 충분하려나?"



충분하다니 뭐가? 이제 보내주나? 펜리르님 보고싶어요...



"으르르"

"어때? 네가 좋아하는 늑대야."



보내주세요. 무서워요.



"나는 빠져줄테니까 오붓하게 즐기렴."

"풀어준다고... 약속..."



내게로 점점 다가오는 늑대. 침을 질질 흘리면서 짐승냄새를 잔뜩 풍기며 다가오는 늑대.



"그럼~. 나아아아중에."



코를 찌르는 비릿한 냄새와 걸칠게 나를 올라타려고 하는 늑대의 움직임.


날카로운 이빨이 내 목에 닿는다.



"엉망이 되면 보내줄게."

"흐윽...흑..."



공포감에 눈물이 차올랐다.


늑대의 가랑이에 부풀어 오른 붉은 생식기가 내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숨죽여 울 수 밖에 없었다.


흐윽... 누,누가 날 좀 도,도와주세요...



-찌이익



펜리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