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각은 오전 1시.


눈 내리는 밤, 멀리 희미하게 캐롤이 울리고, 육교는 앙상한 몸매를 드러내고 있다.


초록색으로 칠해진 육교는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져 녹이 슬었다.


소복이 쌓인 눈 위를 행인들은 걷는다. 사박사박, 사박사박… 발자국을 남기며.


그중 몇몇은 이따금 육교 계단을 오른다. 건너편으로 넘어갈 것이다.

 

[1장]

노인과 여자가 계단을 오른다.

팔짱을 끼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계단을 오른다.

여자는 노인의 손녀뻘 되며, 화장이 짙다.

그들은 적당히 취했고 사이가 좋다.


계단을 다 오르고, 둘은 아직 지나간 이 없이 깨끗한 눈 위를 걷는다.

사박사박, 사박사박… 발자국을 남기며 깨끗한 눈 위를 걷는다.

걷다가, 더 이상 걷지 못하고.

 

꺄아악- 째진 비명이 밤거리를 울린다.

 

남자는 자리에 주저앉아 구토한다.

먹은 게 없는 물구토.

저 멀리 캐롤만큼 희미한 위스키의 잔향.

토사물 위로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오른다.


여자는 늙은 남자를 두고 도망친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이 몹시도 빠르다.

파리하게 질린 채로- 그나마도 얼마 가지 못해 전봇대를 껴안고 우웩- 구역질을 한다.

 

하얀 눈과 까맣게 녹은 물, 아스팔트 위에 누렇고 빨간 토사물.

 

이것이 1번.

 

오, 호산나! 거룩한 밤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

 

[2장]

늙은 창녀가 육교를 오른다.


이날 밤 화대를 많이 받았다.

 

육교를 반절쯤 지나, 그녀는 구토한다.

 

뾰족 굽 구두가 벗겨지고, 맨발로 도망치는 길.

정신없이 뛰는 와중 깨닫는다.

모처럼 번 화대를 모두 잃었다.

 

토악질을 하느라 번진 눈 화장.

그녀는 이제 집에 가서 남편에게 얻어맞을 테다. (그건 분명해.)


안 팔리는 화가가 육교를 오른다.


화구통을 등에 맸고, 주머니 속 동전이 짤랑거린다.


배가 고픈 그는 꿈을 좇는 청년. (푸핫! 개가 웃었다.)

 

뱃속은 소주가 찰랑이고, 끄윽, 그는 길게 트름한다.


그리고 육교의 중앙.


그는 어김없이 구토한다.

아까운 소주가 펼쳐진다.

왼쪽에서 왔어도 오른쪽에서 왔어도 사람들은 어김없이 구토한다.

 

그것이 2번.


오, 호산나! 거룩한 밤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

 

[3장]

제1의 행인이 구토하고

제2의 행인이 구토하고

제3의 행인이 구토하고 그래도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

무섭다고 그러고

그래도 좋소, 이러고

쓰러져 피를 토해도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


오, 호산나! 거룩한 밤


캐롤은 힘없이 늘어지는데 개 짖는 소리만 우렁찬 밤.


이러나저러나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


그것이 진실.

 

삐유, 삐유, 장난감 같은 엠뷸런스 소리가 길게, 기-일게 늘어지며 페이드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