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승리다!”

 

그가 사악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뭐... 뭐라고? 억... 크악...”

 

옆에 있던 전부가 하나 둘 가슴을 잡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두운 창고 안에는 남자들의 시체에 둘러쌓인 채, 우두커니 서 있는 그만이 남아있다. 이윽고 그는 어두운 창고에서 나왔다. 드디어 신세계가 펼쳐졌다.

 

그만의 신세계에는 선량한 사람들만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선량한 사람들이 순수한 의도로 서로를 돕고 살아가는 유토피아. 그것이 그가 그리던 신세계.

 

하지만 인간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을 실수를 하지 않는다. 완벽한 존재인 신은 하등한 존재 인간의 개념인 실수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점점 실수를 용납하지 않아져만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자비는 작아져만 갔다. 단순한 실수도 그의 신세계의 완벽함을 해치는 존대. 하나 둘, 신세계에 머물 자격이 없는 불완전한 양민들을 제거해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로 붐비던 도시들은 조용해져만 갔다. 머지않아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가득찼던 도시는 실수에 대한 대가를 받아 쓰러진 사람들의 시체로 널브러져 갔다.

 

어느 날, 그의 여동생이 열을 내며 쓰려졌다. 급히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전화를 꺼냈지만, 전파가 터지지 않았다. 전화국의 사람들도 죄의 대가를 치르었기 때문이다. 급히 여동생을 안고 시체의 밭 사이를 헐레벌떡 뛰어 쓰러져 가는 병원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곳 역시 시체만 있을 뿐이었다. 의사, 간호사, 환자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실수라는 죄에 대해 신이 심판을 내린 불완전한 인간들의 허물일 뿐이다.

 

비어있는 병실을 찾아 힘겹게 숨쉬는 여동생을 눕혀놓고는, 온 병원을 뛰어다녀 약을 공수하고 물수건을 만들어서 여동생을 간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불완전한 존재인 의사가 필요했지만, 이미 불완전에 심판을 받은 지 오래이다. 힘차게 숨쉬며, 그녀가 그를 향해 손을 뻗으며 눈물을 짜내며 애원했다.

 

“오빠... 아... 아파... 도와... 줘... 죽기 싫어...”

 

말을 끝마치자, 그녀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그녀의 숨도 멈추었다. 불완전한 존재였나, 완벽한 존재였나. 완벽한 신세계의 완벽한 신의 여동생 역시 불완전한 필멸자일 뿐이다.

“내가... 내가 왜... 이럴 수가... 나는 신이다... 왜... 이런 일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으며, 그는 싸늘해진 여동생의 시체를 들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불완전한 세계에서는 사람들로 붐비었지만,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신세계의 한적한 강가에 배 한 척을 띄워 그녀의 시신을 곱게 내려놓고는 배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본 후, 어두운 안색을 한 채 집으로 향했다.

 

그가 아무도 없는 집에 도착한 후, 그는 삐걱되는 계단을 올라가 자신의 방에 들어가고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았다. 그가 한숨을 내쉰 후, 방의 한 켠에 있는 검은 공책 하나를 꺼내고는,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완벽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신세계의 완벽한 신 역시 완벽하지 못하다. 결국 신세계의 역시 죽음 앞에서는 하찮은 인간일 뿐이다.

 

쓰러져 가는 필멸자들의 도시를 바라보며, 부식되어 쓰러져 가는 전봇대 위에 앉은 커다란 검은 물체가 피식 웃고는, 까마귀들을 울음소리를 들으며 붉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어딘가로 향했다.

 

인간은 천국에도 지옥에도 갈 수 없다.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죽은 후에 가는 곳은 무(無)다.

 

- "데스노트"의 2차 창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