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광장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처형식은 자주 없을 진귀한 구경거리였기 때문이었다. 퍽퍽한 삶에 가끔씩 엿보이는

이 구경거리를 보러 온 사람들. 그들에 의해 광장은 인산 인해를 이뤘다.  


 사람들은 술과 먹을 것을 들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사꾼들은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며 씹을 거리와 음료를 분주

히 팔고 있었다.  관중들의 관심과 멀어진, 처형된 시체들은 교수대 아래에서 긴 혀를 늘어뜨리고 장의사에 의해 옮겨졌다. 


 군중들은 다음 사람들을 연호하며 감옥의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이어 그곳에서 간수, 성직자와 함께 양 팔이 묶인 

죄수가 교수대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죄수의 걸음 걸이 마다 주변 군중들의 야유가 들려왔다. 먹다 남은 음식을 죄수에게 던지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이빨 

자국이 선명히 새겨진 과실들을 맞으며 죄수는 교수대 위로 걸어 올라갔다. 


 교수대 위엔 6개의 밧줄이 긴 장대 위에 걸려있었다. 올라 온 죄수는 6개의 밧줄 중 가장 중앙에 섰다. 죄수가 올라서자 사람

들은 각양 각색의 표정으로 죄수를 바라보았다. 


 죄수의 지인들은 분노한 표정과 안쓰러운 표정, 슬픈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반면 죄수와 악연이 깊은 사람들은 혐오스러

운 표정, 즐거운 표정,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모르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광장의 분위기에 취해 진귀

한 이 축제를 즐기는 표정으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처형대 위를 관망했다. 


 그런 각양 각색의 표정들이 가득한 처형대 밑의 사람들과는 달리 교수대 앞으로 당당히 걸어 나온 죄수의 표정은 상당히 절제

된 담담한 표정이었다. 간수는 그런 그를 줄 앞에 무릎 꿇리고 차레차례 그의 죄목에 대해 읊조리기 시작했다.


  폭행, 기물 파손, 선동, 방화, 연속 살인, 테러, 국가 전복 시도 등등등...... 죄목이 하나씩 간수의 쩌렁 쩌렁한 목소리로 광장에

울려 퍼질 때 마다 대중들은 그에 말에 박자를 맞춰 야유를 퍼부었다. 그는 묵묵히 대중들의 야유를 받아 내었다. 


 죄목을 읊는 과정이 끝이나자, 곧 이어 성직자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근엄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두 손을 깍지 낀 후에 나직

한 목소리로 기도문을 읊었다.  전지 전능하신 주, 어린 양, 안식, 사하소서.


 의례적인 기도문이 성직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잠깐의 묵념. 시끄럽던 처형대 밑의 대중들도 잠시나마 소리를 줄이고 단상

쪽으로 짧게 기도했다. 


 미리 준비 할 식이 전부 끝이나자 옆에 서 있던 집행인이 다가와 죄수의 목에 밧줄을 걸었다. 간수는 마지막으로 죄인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죄인은 간수의 그 짧은 말을 듣자 가늘게 떨리는 몸으로 대중들의 앞에 서 입을 열었다.


 말을 이어나감에 있어 감정에 북받쳐 올랐는지 담담하던 표정은 달아 올라 많은 표정으로 변화했다. 처음에는 슬픈표정, 

다음에는 웃는 표정. 그 다음에는 웃으면서도 눈물을 감출 수 없는 모습과, 곧 이어 명을 달리 하게 할 밧줄을 보고 떠는

공포스런 표정까지. 


 빈 몸이 되기 전 자신의 모든 감정을 다 게워내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횡설수설 이야기 하며 감정의 응어리를 전부 대중들

의 방향으로 내던졌다.  이 서슬퍼런 남자의 한풀이가 꽤나 인상이 깊었는지 시끄럽던 대중들은 한동안 남자의 말을 조용히

들어 주었다. 그렇게 한잠을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하던 죄수의 말이 뚝, 끊김과 함께 간수는 죄수에게 한번 더 물었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는 것인가?


 죄수는 후련한듯한 표정으로 간수에게 말 했다. 네. 


 간수는 죄수를 바라보고 말 했다. 그렇다면, 형을 집행하도록 하지.  처형인은 간수의 말을 듣고 죄수의 목에 걸린 목 줄을 빈틈없이 조이고 두건을 덮어 씌운다.  한동안 침묵하던 대중들은 다시 천천히 입을 열며 죄수를 죽이라고 연호한다.


 목소리는 파도처럼 뒤로 갈 수록 점점 더 커졌다  커지는 대중들의 목소리에 맞춰 눈치를 살피던 처형인은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올랐을때, 망설임없이 레버를 당겼다. 


 널빤지의 밑바닥이 열리고 남자의 몸은 바닥으로 떨구어 지며 남자의 목은 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기이한 방향으로 뒤틀린다. 


 그와 함께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자신이 시킨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고 즐긴다.  관심을 잃은 남자의 시신은 밑에 있던 장의사들에 의해 옮겨지고, 또 다른 죄수 하나가 다른 간수의 호위를 받고 처형대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