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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닥에 엎드려 하얀 이불을 덮고 아래를 내려다 보면


가끔 풀밭에 드러누워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녀석이 있다.


가끔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가장 큰 감정은 역시 궁금함이다.


왜 나를 저리도 보고있을까.


저 녀석의 눈빛을 보고 짐작하건데 분명히 나에게 빠져든 것이다.


내가 이렇게 빛을 뿜어내주는 한 나에게 매료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내가 관용을 베풀어 숨지 않고 계속 보여준다.


저 녀석은 여기 오면 항상 입을 움직이는데, 먹기 위함은 아니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니 아마 나에게 말을 걸고 있을 것이다.


뭐, 이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한번이라도 말이나 붙여보고 싶을테니, 이번에도 관용을 베풀어 음성을 듣는다. 


내가 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온갖 말들을 쏟아내는 녀석을 보며


저 녀석의 귀에 '나 여기 있어' 라며 속삭여 주고는 반응을 지켜보는 상상을 하며 키득키득 웃는다.


뭐. 여기는 도저히 오락거리라고는 없으니 이것도 꽤나 재미있는 일이다.



어떤 날은 우울한 표정으로 그는 나를 찾아온다.


나를 보며 온갖 하소연과 푸념, 불평을 늘어놓는 그를 보며 나는 기분이 썩 좋지 못했는데, 


왠지 모르게 그에게 짜증이 나기보단 그 이야기 속의 사람들에게 짜증이 났다.


그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감정이 드는건지. 그 생각을 하면 더욱 기분이 좋지 못하다.


짜증이 난다.



오랜만에 온 그의 표정이 밝다.


멀리서 걸어오는 그의 표정이 환한 것을 보자마자 요즘 계속해서 우울했던 내 기분도 너무 좋아져 


무심코 빛을 엄청나게 뿜어냈는데, 그가 보고는 아주 행복하게 웃자, 순간 엄청나게 몸이 달아올라 급하게 이불로 몸을 가렸다.


내가 갑자기 숨어버리자 그의 웃음이 살짝 사라지는 듯 했다.


급하게 바람을 불어 이불을 치우고는 다시 그에게 모습을 드러내자, 그의 미소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 생각을 하자마자, 저번과는 다른 종류의 짜증이 나를 덮쳤다.


하여튼, 짜증이난다.


그를 처음 만나고 몇 년, 아니, 몇 십년인가?


나야 별 차이가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세월이 가득했다.


주름진 그의 얼굴을 보자 마음 한 켠이 찌릿거리는 듯 했지만, 어느 정도일지 모를 그 세월동안 


단 한번도 변하지 않던 미소를 나에게 띄우자, 별로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는 왠지 모르게 의욕이 났다.


늘 나를 보러 오는 그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져, 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온통 나로 가득했다. 그는 가슴에 나를 품고 있었다.


심지어 하루 이틀 된 생각도 아닌, 수년, 아니 수십년... 아무튼 그런건 크게 상관 없었다. 


그의 마음에는 그의 몸에 불어온 세월 만큼의 내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나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의 마음 속에서, 나는 온 힘을 다했을 것이 분명한 빛과 온기를 뿜어냈다.

그도 그것을 느꼈는지,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으며 한 손을 가슴에 올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 나 여기 있어.




그 후로 세월이 더 지났다.


당연히 이번에도 정확한 햇수 따윈 모른다.


지금까지 보단 좀 더 지난 것 같긴 하지만.


뭐, 아무튼 그는 언젠가부터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건지 걱정하기를 다시 한 세월, 나는 언제나처럼 그를 기다리며 아래를 내려다보던 중, 한 행렬을 발견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무 상자를 들고 옮기고 있었고,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 울고 있었다.


나무 상자를 옮기는 남자들의 선두에는 그를 닮은 한 남자가 사진을 들고 입술을 깨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액자는 검은 색 리본이 두 개 매달려 있었고, 액자 속의 사진의 얼굴은 내가 기다리던 그였다.




나는 가만히 그 행렬을 끝까지 지켜보고는, 다시 몸을 일으켜 이불을 덮고 눕는다.


죽었구나.


뭐, 내가 사람 죽는걸 한 두번 본 것도 아니고(저 들판에서는 전쟁도 자주 났었다), 별로 상관 없을터였다.


분명 그랬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가 울고 있다는걸 눈치채자,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는 목놓아 울었고, 폭우와 천둥번개가 지천을 뒤흔들었다.




그렇게 울기를 대충 며칠 정도, 나는 겨우 눈물을 멈추었다.


물론 간간이 주륵주륵 흐르긴 했지만, 예전만큼 나오지는 않았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린 나는 그를 생각했다.


그를 생각하니 울음이 다시 터질 것 같았지만, 겨우 참아내고 그를 생각했다.





그의 마음 속에 들어갔을 때를 떠올리며, 그는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생각에 도달하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너는 모르겠지만, 너가 나를 품었던 그때, 나도 너를 품었어."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더이상 그에 대해 어떠한 말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를 떠올리며 낮게 읊조린 그 말은, 허공에 애도하는 나의 마지막 진혼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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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처음 써봐서 많이 미숙합니다.
예쁘게 봐주세욤...
믾은 피드백과 평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순애가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