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사과

프롤로그

A 부족

B 부족


마지막 족장이 사람들을 모았다. 

“저는 동쪽으로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됩니다. 그러니 다들 짐을 꾸리십시오.”

 

 그들은 떠났다. 그렇게 한참을 가니 두 갈래의 강이 나왔다. 토양이 기름져 식생이 풍부하였다. 족장은 강 둘레에 캠프를 세웠다.

 

 근처에 나는 식물을 채집하다가 떨어지면 다시 옮기고, 또다시 떨어지면 옮기기를 반복하였다. 그러다 1년쯤 후에 다시 돌아왔다. 웬 누런 곡물들이 잔뜩 자라 있었다.

 

 부족장이 말하였다.

 “저 식물에 신의 가호가 깃들었음이 틀림없습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족장이 입을 열었다.

 “아니, 저건 우리가 1년 전에 먹었던 곡물 낟알들입니다. 캠프로 운반해 오다가 떨군 것들이 저렇게 자란 것이지요.”

 

 “허, 그렇습니까.”

 

 족장은 다시 곡물들을 가리켰다.

 “아직도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이렇게 합시다. 저 곡물의 알맹이를 수거해서 이 바위 옆에 심고, 일 년 뒤에 여기 와서 다시 확인해 보는 것으로요.”

 

 부족장은 그리하였다. 1년이 흘러 다시 돌아오니 족장의 말처럼 거기에 곡식들이 자라 있었다. 족장은 흐뭇해하며 말했다.

 “지금 늘어나고 있는 부족민 수를 현재의 생활방식으론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여기 정착해서 저 곡물을 체계적으로 키워보는 것 어떻습니까? 저 곡물은 하나의 씨에 열리는 알갱이들이 꽤 많기 때문에 제대로만 키울 수 있다면 우리 부족을 유지하는 데에 충분할 겁니다.”

 

 그들은 강가에 정착했다. 농사라는 것은 획기적이었다. 수렵채집보다 훨씬 더 많은 열량을 얻을 수 있었다. 부족은 점점 커져 마을이 되었고, 마을은 도시가 되었고, 도시는 문명이 되었다. 후대 사람들은 이 문명을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라고 부른다.

 


3개의 부족

서로 다른 길을 떠난다

 

첫 번째 부족은

오만으로 사라졌고


두 번째 부족은

안주하다 잊혔고


마지막 부족은

문명을 이루어서


그 위대한 이름

전설이 되리라



뭔가 더 쓰고 싶었는데 생각이 안 나서 이렇게 끝냄.

그래도 2022년엔 끝내야 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