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서웠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면 생기는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간혹 미운 사람이 있지요. 

어쩌면 저도 그런 인간인 적이 있을까 싶습니다. 

 

감정이 무뎌집니다. 

점점 분노가 사라지고 웃음도 잃어갑니다. 

간혹 재미없는 어른이 있지요. 

어쩌면 저도 그런 어른이 될까 싶습니다. 

 

그래도 하루를 살아갑니다.

직장이 있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안전하니까. 

그냥 그렇게, 안주하고 살아갑니다.

고치가 싫어 세상으로 기어 나온 애벌레는 나비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무섭습니다.

내가 애호랑나비인지, 모시나비인지, 꼬리명주나비인지, 사향제비나비인지, 호랑나비인지, 산제비나비인지, 제비나비인지, 기생나비인지, 북방기생나비인지, 남방노랑나비인지, 극남노랑나비인지, 각시멧노랑나비인지, 멧노랑나비인지, 노랑나비인지, 갈고리나비인지, 대만흰나비인지, 배추흰나비인지, 큰줄흰나비인지, 줄흰나비인지, 풀흰나비인지, 참까마귀부전나비인지, 큰주홍부전나비인지, 작은주홍부전나비인지, 남방부전나비인지, 암먹부전나비인지, 푸른부전나비인지, 산꼬마부전나비인지, 부전나비인지,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인지, 뿔나비인지, 왕나비인지, 봄어리표범나비인지, 여름어리표범나비인지, 작은은점선표범나비인지, 큰표범나비인지, 흰줄표범나비인지, 큰흰줄표범나비인지, 암끝검은표범나비인지, 은줄표범나비인지, 은점표범나비인지, 제이줄나비인지, 제일줄나비인지, 별박이세줄나비인지, 황세줄나비인지, 중국황세줄나비인지, 두줄나비인지, 북방거꾸로여덟팔나비인지, 거꾸로여덟팔나비인지, 네발나비인지, 산네발나비인지, 청띠신선나비인지, 큰멋쟁이나비인지, 작은멋쟁이나비인지, 먹그림나비인지, 황오색나비인지, 번개오색나비인지, 은판나비인지, 밤오색나비인지, 유리창나비인지, 대왕나비인지, 물결나비인지, 애물결나비인지, 산지옥나비인지, 도시처녀나비인지, 굴뚝나비인지, 조흰뱀눈나비인지, 부처나비인지, 부처사촌나비인지, 왕팔랑나비인지, 왕자팔랑나비인지, 멧팔랑나비인지, 수풀알락팔랑나비인지, 참알락팔랑나비인지, 돈무늬팔랑나비인지, 지리산팔랑나비인지, 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인지, 수풀떠들썩팔랑나비인지, 황알락팔랑나비인지, 줄점팔랑나비인지도 모른 채로 변태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출처 한국의 나비 - 대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