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역에서 주요인물들이 텔레포트를 하여 빠지자 카스트로단은 바로 대위기를 맞이했다. 마왕성 측에서 이때다 하고 대대적인 공습을 실시했기 때문이었다. 마침 광화문역 쪽에 쳐진 결계도 한 번 뚫려 엉성하게 되어있었고, 군대도 다수 사라져 매우 좋은 타이밍이었다. 이런 맛있는 먹잇감을 그냥 두고 볼 마왕성이 아니었다.
"피해!"
슬레이어 왕국 카스트로단의 단장 카스트로 W 레인저스가 병사들을 다급하게 막아섰다. 사회 채널로 가지 않고 남아있던 신길역의 고립자들이 혼비백산하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고 하야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무기도 힘도 없는 염유현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군중을 헤치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갔다.
카스트로단은 슬레이어의 4대 병단으로 불릴만큼 대단한 실력의 병단이었지만 마왕성의 인력공세로 매우 힘들어했다. 심지어 지금은 루보의 무효화의 목걸이와 치유의 만년필같은 도구도 없어서 전세는 점점 기울어갔다. 카스트로는 결국 통신 기능이 있는 마도구를 이용하여 도움을 부르기로 했다.
"여기는 종로3가역! 마왕성과 교전중! 병력 지원바란다!"
그 사이에 카스트로는 마왕성의 병사 17명에게 둘러싸여있었다. 아무리 수적 열세라지만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게다가 마왕성은 마법이라도 쓸 수 있었지만 카스트로단은 그것도 없이 오로지 검술로만 승부해야 했다.
병사 2명이 동시에 카스트로에게 달려들었다. 카스트로가 섬세한 검의 움직임으로 검을 비스듬히 밀어내어 목에 검을 꽂아넣었다. 그리고 3명째, 4명째... 치유의 만년필도 없어서 중상을 입으면 끝이라는 생각이 그를 압박했다. 다행히 16명까지 처치하고 17명째랑 대결을 시작했다.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작렬하고 카스트로의 검이 그 병사의 머리를 베었다. 그러나 카스트로도 어깨를 크게 베였다.
카스트로가 쓰러진 17명째를 보며 어깻죽지를 쥐어잡았다. 검이 깊이 박혔는지 피가 생각보다 많이 흘렀다. 카스트로가 한 손에 힘이 약간 빠진 채 다시 자세를 교정했다. 그 때 기습적으로 다른 병사가 카스트로를 향해 검을 박았다. 본능적으로 치명타는 피했지만 오른쪽 복부를 꿰뚫고 다시 빠졌다. 카스트로는 재빨리 그를 해치우고 되도록 적이 없는 곳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죽음 직전인 카스트로를 마왕성이 가만히 놔둘 리가 만무했다. 후퇴하는 카스트로를 또다른 병사가 포착하고 달려들었다. 카스트로가 있는 힘 없는 힘 다 모아 양손으로 검을 잡고 수직으로 막아섰다. 챙하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러나 병사의 검이 점점 카스트로의 머리를 향해 기울었다. 이렇게 가다가는 죽겠다 싶어 카스트로가 더 절박하게 검을 위로했다.
검은 마침내 카스트로가 감당할 수 없는 곳까지 들어갔다. 카스트로는 이를 악물고 대응했다. 이제 죽을 시간이 머지 않았다. 카스트로는 마지막까지 전사의 숙명을 다하려 했다.

그런데 그 때였다. 거대한 빛이 카스트로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 마법은 카스트로를 죽이려던 병사를 단숨에 덮치고 얼어붙게 했다. 칼날의 끝이 코앞까지 와닿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넘긴 카스트로가 날에 닿지 않게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흰 로브의 마법사가 보였다. 그녀는 자그마한 체구와는 맞지 않게 거대한 스태프를 들고 있었는데, 그 스태프의 끝에는 푸른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과 함께 작은 방울 몇 개가 함께 달려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남자 한 명이 동행하고 있었다.
"다행히 늦지 않았군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할 일을 다 한 것 뿐인데요."
마법사는 짧게 받아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향해 몰려드는 병사들이 보였다. 아렐은 자기를 죽이러 온다고 판단하고 마법을 부려 그들을 모두 불태웠다. 역시 달의 사는 인간들 중에 마법의 끝에 가장 가까이 다다른 사람이었다.
"인사가 늦었네요. 아렐 스타시커입니다. 달의 아륵토니아에서 왔습니다."
"저는 이너스 하이렌더입니다. 혹시 지금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렐도 대단한 사람이었지만 사실 이너스도 만만치 않았은 놈이었다. 그는 한때 마음만 먹으면 가장 비옥한 땅에 거대한 제국을 세워 죽을 때까지 누릴 수 있던 자였다.
"물론이죠. 그러니까 이제..."
카스트로가 그 말까지 하고는 기력이 다해 풀썩 쓰러졌다. 안 그래도 이미 출혈이 어마어마한 상태였다. 아렐이 그걸 보고 다급하게 달려가 치유시키려 했다. 그러나 내장이 이미 심각하게 손상된지라 오래걸릴 것 같았다.

아렐이 카스트로를 되살리는 동안 이너스는 다른 사람을 찾기로 했다. 설마 이곳에 한 개의 병단만 있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너스는 역사 중앙 부근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안전지대라서 전쟁으로부터 안전했다. 이너스는 그곳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가 그들 중 한 명에게 정중히 물었다.
"혹시 여기 싸우는 사람들 못 봤니? 검이라던가 마법이라던가 이런 걸로 적을 해치우는 사람들 말이야."
그 질문을 받은 염유현은 그가 알고있는 지식을 토대로 답했다. 그는 사회 채널로의 텔레포트에 대해 가장 집중해서 들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그분들 지금 여기에 없어요. 여기 있는건 병단 하나뿐일걸요?"
이너스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수정구를 보고 주요 전략기지라고 판단하고 왔는데 병력이 이토록 허술하단 말인가.
"다들 사회 채널로 갔어요. 거기가 이 사태를 끝낼 수 있는 지름길이래요."
"사회 채널? 나무라이브 시 말이야?"
"네. 거기서 어떤 과학자를 만난다나 뭐라나 했어요."
"그래? 그럼 안내 좀 해주라. 어떻게 갔는 지는 알 거 아니야."
"죄송하지만 저 못해요. 마법도 쓸 줄 모르고, 그분들은 이미 다들 그쪽으로 가셔서요."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는 지 알아?"
"몰라요. 저희들은 신길역에서 지하철 타고 이쪽으로 온 거라서 전체적인 전투 상황에는 아는 게 없죠."
그 정보대로라면 그쪽으로 가기에는 곤란했다. 이대로 달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지구인이 '세계십력'과 '검열'이라는 마법을 쓰듯이 달 사람들에게도 그들에 특화된 마법이 있는데, 그중에 순간이동 마법은 약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아렐의 마법으로 사회 채널로 간다고 해도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그 때 남녀 한 쌍이 그곳으로 들어왔다.
"늦게 와서 좌송합니다."
병력 지원 요청을 받고 온 고등학생 추강찬과 주연재가 이미 상황이 다 정리된 것을 보고 이너스에게 말했다. 이미 카스트로와 아렐의 모습은 보고 온 터였다.
"이너스 스타시커입니다. 달의 아륵토니아에서 왔죠."
"아, 그거라면 이미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뭐하고 계셨습니까?"
추강찬의 말이었다. 이너스가 친히 답했다.
"병단장으로 보이는 자가 쓰러졌길래 다른 사람들한테서 정보를 얻고 있었죠. 보아하니 다들 나무라이브 시 사회채널로 옮겨간 모양인데, 그 쪽은 안 가셨나봐요?"
추강찬과 주연재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아직 그들에게는 그런 보고가 가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래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 뒤로 그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너스와 추강찬, 주연재의 이야기에 염유현이 살짝씩 거드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사회 채널에 이 사태를 해결할 돌파구가 있단 말이지?"
"네. 그래서 다들 그쪽으로 가셨어요."
"그래, 음... 그럼 일단 그쪽으로 갈까요?"
"일단 다른 분들이랑 상의해보고 결정하죠."
"따라오세요. 안내해드릴테니."
추강찬과 주연재가 연이어 말했다. 오랜 파트너답게 둘의 호흡이 일심동체가 되어 착착 맞아 떨어졌다 .

그렇게 아렐 하이렌더와 이너스 스타시커는 추강찬과 주연재의 인도 하에 용산역으로 갔다. 부상당했다가 아렐 덕분에 치유받은 카스트로단과 기타 지원병들은 그곳에서 계속 방어를 하겠다고 했다.
가는 길에도 공격은 끊이지 않았다. 추강찬과 주연재가 어느정도 막으려 했지만, 역시 고등학생 최강인 그들보다는 달 최고의 마법사가 더 강했다. 추강찬과 주연재가 처치하지 못한 적들을 아렐과 이너스가 전부 해치워버려 누가 누구를 호위해주는 지 무색해질 지경이었다.
용산역에 다다르니 역시 서울에 정해진 5개의 주요스팟인 것이 실감이 났다. 종로3가역보다 훨씬 압도적인 혈투가 빗발치고 있었다. 그곳에는 검열, 제나, 박태오, 임경빈, 조정수 등이 있는 힘껏 적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아렐과 스타시커는 그들에게 가서 자신이 아륵토니아에서 온 지원자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같이 따라온 염유현을 통해 나무라이브 시 사회 채널로 많은 인원이 텔레포트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종로3가역에서 지원병을 보냈던 건가? 어쩐지 마왕성의 정예병력들이 전부 모여있는데 어떻게 지고있나 했네."
제나는 이 상황에서도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이너스는 어찌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있나 했디만 이내 그녀의 성격이 원래 이렇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요? 지원 가야 되는 건가요?"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 마왕성 공략전에서 큰 활약을 했던 비트립 병단이 그쪽으로 갔어. 걔네들이라면 문제 없을 걸? 게다가 신길역의 고립 인원들도 합류했다고 했잖아."
박태오의 말에 임경빈이 답했다. 합류한 신길역 출신들이 얼마나 잘 할 지는 몰랐지만 일단 기대해보았다. 그러나 이너스의 의견은 상반되었다.
"그래? 내 생각은 다른데."
그러고는 그의 가방에서 수정구를 꺼냈다. 그리고 거기에 비춰지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여러 미래들이 쓰여져있었고 가장 좋은 선택지를 크게 보여주고 있었다. 수정구 속에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녀의 나이는 이미 결혼하고 아이를 여럿 가졌을 정도였지만 그 마력은 웬만한 실력자들을 능가하고 있었다.
"여길 봐봐. 여길 보면 지원병을 보내주는 게 낫다고 나와있어."
"근데 저희들은 텔레포트를 못 쓰는데요?"
"아니야. 텔레포트를 쓸 수 있다고 나와있어. 근데 처음 보는 사람이라 누군지 모르겠네."
리내가 그걸 보고 말했다.
"이 분, 드워스터 레나 아니야?"
"드워스터 레나? 아무튼 여기에 그 사람을 파견해야 한다고 쓰여있네. 그러니까 그 분을 보내는 게 맞을 거야. 근데 이분 누구야?"
"이분, 마족 최고의 마법사 중 한 명입니다. 헬드레이크 왕국 최강이죠. 방금까지 마왕성의 엑셀시온 왕자랑 싸우고 있었다가 막 이긴 상황입니다."
조정수의 답이었다.
"좋아. 그럼 그 분을 사회 채널로 보내자고!"


*


사회 채널은 검은색이나 회색 계열의 건물과 벽이 가득했고, 밝은 색깔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거리 곳곳에는 술병이 깨져있거나 부서져있는 잔해물이 널려있어 슬럼가를 연상케 했다. 삭막하다는 느낌이 물씬했다. 그리고 지구가 아니라 달이어서 그런지 한국 시각으로는 약 오후 9시였는데 이곳 시각으로는 대낮이었다.
거리에는 시위대가 '독재자 물러가라', '추방정책 폐기하라' 등 각종 구호들을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경비대가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서로 맞붙어서 소동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막상 경비대는 아주 편안했다. 아니, 심각하기보다는 귀찮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그런 경비대들에 갑자기 명령이 떨어지며 그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목표로 한 것은 시위대들이 아닌 어디선가 갑자기 뿅하고 나타난 사람들이었다.
"출입 기록에 없는 자들은 여기서 나가라! 어디서 갑자기 몰려온게냐!"
사회 채널의 경비대들이 텔레포트로 온 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려 들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빨랐다.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비트립 병단을 따라 온 병사들 대여섯명 가량이 경비원들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 채 건물 안으로 끌려갔다. 지구에서 온 일행은 다급히 전열을 다듬고 경비대와의 사투를 벌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그걸 까먹다니."
비트립 단장이 자신의 실수를 자책했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김수빈 기관사가 뭔일인가 하며 전투를 지휘하고 있는 비트립에게 물었다. 비트립은 학자 베르너 폰 하인리히의 딸답게 지식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사회 채널은 들어올 때 경비대가 출입 기록을 적거든. 그런데 우리들이 텔레포트해서 그 과정을 빼먹었으니까 당연히 침입자인 줄 아는 거지."
"근데 이 시위대들은 뭐에요?"
"이게 뭔지 알아?"
 비트립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종이를 들어보였다. 그 종이에는 'BIG IRON IS WATCHING YOU'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이게 뭔데요?"
"이곳 독재자가 내건 문구야. BIG IRON은 거대한 철, 즉 CCTV를 말하는 거고."
김수빈 기관사가 그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가득했다.
"이 시위대들은 이곳 독재자에 반대하는 시위대인거지."
"그럼 이제 뭐해야 되죠?"
"뭘 하긴 뭘 해. 일단 그 과학자 분을 찾아야지. 자, 여러분! 일단 그 과학자 님을 찾아봅시다!"
비트립이 소란 가운데서도 잘 들리게 목청껏 소리쳤다. 그리고 사람들을 한데 불러모았다. 비트립이 코더에게 부탁하듯 명령했다.
"그 IP 주소의 정확한 위치 한 번 찾아봐줘."
혜움이 찾아내고 이민이 비트립에게 말한 그 주소를 비트립의 말에 코더가 다시 찾아내었다. 그리고 관리자 옵션의 지도에 띄웠다. 어떤 건물 하나가 특정되었다. R-2번 건물이었다.
비트립이 여기서 멀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쪽으로 갈 사람을 뽑았다. 원래부터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았던 이민과 이한서를 그쪽으로 가게 했다. 그리고 고등학생인 둘을 따라갈 사람으로 검열을 뽑았다. 아무래도 작아지는 능력이 있다고 하니 안심했지만 검열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들 외에도 호위용으로 마법사 소녀 카일라 플뢰르가 따라붙게 했다.
비트립은 코더를 시켜 모든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는 통신망 구축을 부탁했다. 코더는 미리 준비했는 지 말이 나오자마자 바로 꺼내 배당해주었다. 사실 그것은 머루가 오늘 죽을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광화문역 즈음에서 비상시를 대비해 몰래 만들어놓은 연락망이었다.
"그럼 임무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과학자를 찾기 위해 결성된 5인은 R-2번 건물로 향했다.

가는 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진압하려는 경비대를 비트립 쪽에서 잘 유인해준 덕분에 10분만에 그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5인은 R-2번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입구를 찾았다. 그러나 아무리 이곳 저곳을 다 둘러보아도 모든 입구가 다 잠겨있었다. 모두 전자식으로 되어있었고, 혹시 과학자의 계획을 방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카일라의 마법과 이한서의 파괴자를 쓰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 그들은 구멍 하나를 발견하였다. 작은 환풍구였다. 그리고 이쯤되면 항상 나오는 반응이 있었다.
'씨발?'
검열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검열을 향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검열이 본 검열의 표정은 감히 말로 형언할 수 없었다.
검열은 억지로 솟구치는 마음을 억누르고 마지못해 알겠다는 몸짓을 했다. 그리고 아직 미성년자인 나머지 3명의 안구보호를 위해 검열을 이끌고 다른 한적한 골목길로 갔다.


*

"쟤넨 또 누구야!"
또다시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을 보며 경비대들이 귀찮아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그들을 향한 살육의 맛을 보아야 했다. 성녀 하이렌, 검열, 검열, 전청아, 김미영, 미르 등 여러 사람들이 경비대를 향한 무자비한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따라오래서 따라왔는데 무슨 일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하게 있는 검열 인력사무소의 김정철 팀장이 있었다.
"공격!"
성녀 하이렌의 그 말과 함께 비트립 병단에게 재앙이 닥쳤다. 사방이 순식간에 마법으로 가득해졌고 흑백의 건물들은 산산조각 나 부서졌다. 비트립 병단을 따라온 몇몇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가기를 택했다.
코스타의 매직 미러에 광선이 맞아 다시 그들에게로 반사되고 갈릴레오가 파괴자를 피해 공중전을 펼치는 등 난전히 이루어졌다. 루보가 마법이 온다는 걸 보고 빠르게 판단해 무효화의 목걸이를 꺼내 그들의 마법을 무력화시켰다.
파괴자와 마법이 모조리 먹히지 않게 되자 그들은 미르를 투입시켰다. 미르는 이스밀라와 같은 드래곤 종족의 소년이었고, 최강의 전사들 중 하나였다. 2m가 넘는 훤칠한 키에 빨간 머리였는데, 그는 드래곤으로 변신할 때 레드마운틴드래곤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미르가 갈릴레오와 신경전 끝에 폭발적인 전투를 벌였다. 몇 번의 교전 끝에 갈릴레오가 리타이어했다. 그의 누나인 이스밀라가 응급처치를 도와주었다. 무효화의 목걸이가 가동된 지금으로서는 코더의 관리자 옵션도 루보의 치유의 만년필도 쓸 수 없었다.
미르는 그 다음으로 루티온과 교전했다. 아무리 모든 것을 베어낼 수 있다는 전설의 명검 플라즈마 소드였지만 역시 최고의 전사는 최고의 전사였다. 예전에 상급 마법사인 카일라가 미르와 교전해 이긴 적이 있었지만 지금 카일라는 없었기에 매우 비등비등한 싸움이었다.
그렇게 그 부근에서는 엄청난 결전이 펼쳐졌다.


*

'살아야 한다. 도망쳐야 한다. 저곳에 있으면 확실히 죽는다. '
안 그래도 검열검열 때문에 심적 고통을 갈 데까지 받은 장의민 기관사가 성녀 하이렌 측의 대공습을 받고 정신이 안녕할 리가 만무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나무라이브 시까지 따라오는 게 아니었다.
장의민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무작정 뛰었다. 뒤에서 마법이 발동되는 소리가 들렸고, 뒤이어 검과 검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장의민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있는 힘 없는 힘 젖 먹던 힘까지 전부 끌어다모아 도주했다.
'그래, 골목길이라면 안전할 거야."
힘이 거의 다 뻐진 그가 쉬기 위해 내린 선택이었다. 그는 골목길을 대충 하나 골라 코너를 돌아 안쪽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골목길을 돌자마자 장의민 기관사는 그의 인생 최대의 트라우마를 다시 한 번 겪어야 했다.
"으아... 악..."
장의민 기관사가 코너를 도는 순간 검열을 작아지게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 장의민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검열검열은 뭔 일인가 했으나 장의민 기관사가 바닥과 물아일체가 된 것은 골목길을 이미 지났을 때였으므로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검열은 마침내 검열을 작아지게 하였다. 검열은 옷을 다시 챙겨입고 검열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채로 그 3명이 있던 곳으로 갔다. 안타깝게도 손바닥 안에 있는 검열을 놀리느라 코너 오른쪽에 쓰러져있는 장의민 기관사를 알아채지 못했다.
아한서, 이민, 카일라에게 가니 그들은 박수를 쳤다. 그러나 옷을 입고 있지 않는 것을 보면서도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들은 상의한 대로 카일라의 마법으로 대충 옷을 만들어준 채 검열을 환풍구에 넣었다. 검열 입장에서는 파이프라는 긴 길을 가야 하고 크기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검열의 '그것'을 다시 먹고 커지지 못해 기분이 마우 언짢았다. 아무튼 검열은 그렇게 R-2 건물로 들어갔다.


*

"준비 됐나?"
"준비 됐습니다. 다만 연료가 아직 부족합니다."
살인체스의 주최자, 살인체스의 진행자나 다름없는 산양, 그리고 검열 인력사무소의 김정철 소장의 일치된 견해였다. 사실 예정시간보다 억지로 2시간 더 빠르게 완성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장치의 이름은 '크립토 윌 Mk.2'로,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을 조종할 수 있는 사기템이었다. 이는 그들이 모두 NPC였기에 가능했다.
"그럼 연료를 충전해와라!"
그 말에 그들은 연료를 찾기로 했다.
크립토 윌에 쓰이는 에너지는 지정한 NPC들이 정신적 데미지를 얻었을 때 나오는 '혼잡에너지'를 중심으로 한다. 살인체스를 기획했던 것도 작은 공간에서 쓸만한 정신적 충격을 최대한으로 뽑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살인협박, 감금 등 여러 직접적 공포를 주는 수단보다 효과적이어서 지금까지 연구했던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은 기밀이었기에 이를 모르던 아군이 그 호텔을 파괴해버렸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제팔력(악마소환술) 발동의 패널티로 인해 머리에 음란한 마구니가 가득해진 김초은을 썼으나 살인체스만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또다른 NPC를 찾아나섰으나 모두 영 좋지 않은 결과만 있을 뿐이었다.

김미영 팀장이 이에 주변을 둘러보며 적절한 타깃을 찾기로 했다. 이곳 사회 채널은 독재정부기 때문에 쓸만한 NPC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모두 크립토 윌에 쓰기에는 부적절했다.
김미영 팀장은 혼잡에너지 측정기를 꺼냈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에 의해 혼잡하기 짝이 없는 시위대와 경비대들에 의해 발산되는 힘이 수두룩했지만 모두 부적합했다. 
그녀는 주변을 두루 다니던 중 어디선가 매우 적합하고도 아주 강한 혼잡에너지를 발견하고는 심봤다고 생각하며 달려갔다. 그곳은 R구역의 작은 골목길 입구였다.
김미영 팀장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기관사복을 입은 남자를 끌고 갔다. 그는 장의민이었다.
김미영 팀장이 끌고간 곳은 텔레포트 한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기관사를 한곳에 대충 놓고 허공을 위에서 아래로 가르는 선동작을 했다. 그러자 마치 코더의 것처럼 창이 떴다. 그 창은 코더의 관리자 옵션처럼 모든 것을 다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혼잡에너지 추출 기능이 수락되어있어 요긴하게 쓰였다.
김미영 팀장이 가동을 준비했다. 이제 몇 개만 더 쓰면 발동될 터였다. 김미영 팀장의 주변에는 검열, 김정철 등 여러 사람들이 그녀를 호위하고 있었다.

김미영 팀장이 가동을 하려고 마지막 문장을 치려는 순간 아주 강력한 마법이 김미영 팀장에게 내리꽂혔다. 김미영 팀장은 그 자리에서 리타이어하고 쓰러졌다. 마지막 구문을 걸지 않았기 때문에 가동은 돼지 않았다.
모두 적대감을 느끼면서 김미영 팀장을 단숨에 쓰러뜨린여자를 쳐다보았다. 파란 머리의 마검사인 그녀는 다른 모든 적수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녀는 다름아닌 드워스터 레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