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종이 한 장 차이’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다. 물건과 물건의 사이나 틈새가 종이 한 장 겨우 들어갈 만큼 그 틈새가 좁고 가까울 때 그런 표현을 곧잘 쓰곤 한다.

한 연인이 종이 한 장 차이만큼 서로 거리를 두고 있을 때, 우리는 종이 한 장 차이만큼 가깝다고 할 테지만, 그때만큼은-그와 그녀만큼은 종이 한 장을 두고 떨어진 견우와 직녀이리라. 

하지만, 종이 한 장만큼의 거리에서는 들숨과 날숨이 섞인다. 

들이쉬는 숨에 이 남자의 체취가 묻어난다. 

방금 씻은 그에게서는 굴곡을 따라 코끝을 자극하는 시원하고 청량한 향이 조금씩 흘러내리다가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뒤섞이고 따뜻해진다. 내쉬는 날숨에 여자의 뭉근하게 끓어 오른 뜨거움이 차차. 차. 뿜어나오고, 달콤한 청포도 향에 함뿍 파묻히기도 전에, 약간 미끈하고, 오묘한, 그녀가 자주 바르는 립스틱의 내음이 톡 튀어나온 곡선을 타고 미끄러져 남자의 폐부를 자극한다.

적당히 어두운 전등은 두 남녀의 실루엣만을 보이도록 허락한다. 연인의 종이 한 장 틈새는 이미 거의 사라졌다.

이윽고 그 좁은 틈마저 사라지고,

가쁜 숨을 내쉬며 아까보다 조금 더 벌어진 틈에서는 남자의 것인지 여자의 것인지 모를 물방울 하나가 거룩한 그날 밤에 생겨날 역사(歷史)처럼 함께 기대어 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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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짧아서 소설이라 하기도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