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곰팡이가 습한 향기 품고

빛바랜 벽지 위에 피어날 적.

녹 슬은 철장 사이로

창틀은 누렇게 썩어 들어가

부서져 내린다.

땀기 어린 방바닥 아래로

힘없이 누울 적.

시 허연 먼지 더미 수의 삼아 

바닥 아래로 육신을 맡긴다.

아무리 책에서 

지독한 사취 풍긴 들

바퀴벌레조차 

그 육신 탐하지 않으니

난 이렇게 허망하게도 

무너진 단어들 아래 깔려

힘없이 눈을 감는구나.


-2018년 작전동. 방안 책장 정리할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