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빛 파랑을 한껏 머금은
시냇가 추운 날이 이리도 서러워...



손때 묻은 칼도 비리어진 한숨도
싸그리 씻겨 내려 가라

수첩 속에 빼곡히 적혀내린 이름들도
싸그리 씻겨 내려 가라

찬물에 더러운 몸을 내질러라
시커먼 탄화 매만진 손에 거뭇하게,
점박이 무늬 손거죽도 싸그리 씻겨 내려 가라



구정물이야 언제 품었냐는 듯 흩여 다시금
명료한 빛깔로 겨우날 따수위 누운 강물은
흘러 흘러서 바다로 한아름 안겨 들어갈 텐가



역행으로 빚은 염료
피부에도 의복에도 수첩 지갑에도
더는 색색이 찍힌 도장이 없다
아직도 구름 낀 들판을 거닌다지마는

저 멀리에 눈발 쌓인 보리밭 너머로
여직 움직이는 개천이나 하나 있을런지



어지러워졌던 물살도 잦아들고
송구함은 말할 데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