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채널

먼 타지에 올라가 막 내려온 손자를 걱정하시며

할머니는 묵은지 한포기를 도마에 올리신다.

사각 사각

칼질소리에 도마가 울리며 내는 소리에

잠자코 있던 내 귀를 간질이며

살짝 알싸한

재작년 김장김치가 차갑게 묵어간 향내가

잠자코 있던 내 코를 흔든다.

그저께 사오셨다던 돼지고기 전지 반근이

숭덩숭덩 썰어져 들어갈때 

풍덩풍덩 냄비에 파문이 일고

알싸한 김치냄새 사이사이 배여있는

돼지고기의 간질한 맛을 코와 귀로 느낀다.

어느덧 할머니의 손으로 하는 시간이 지나고

냄비 속 김치가 보글보글 끓어갈 때

냄비뚜껑이 자글자글 진동할 때

할머니가 살짝 열어 붉은 국물을 맛보시고는

되었다 하시면

하나 둘 올라가는 반찬들 가운데 비어있는 한 자리

할머니가 가져오는 찌개냄비가 자리를 잡으면

모두 모여 붉은 국물 한수저

호오 호오 붉은 입술 한구석

그렇게 오늘도 한입 머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