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친구들은 지금 흙으로 둘러싸인 놀이터 안,

바로 앞에는 오두막을 중심으로 두 개의 그네, 

3m쯤 되어보이는 미끄럼틀을 포함한 

O와 X를 돌려서 표현할 수 있는 9가지의 돌림판

그리고 원의 지름을 4분의 1로 쪼개어 만든 사다리,

출구를 포함한 계단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미끄럼틀이 보이는 성, 그리고 시소 두 개와 

운동기구들이 보인다. 

쭉 들어가서 오른쪽에는 전에 나와 친구가 묻어둔 비둘기 시체, 누구 꺼인지도 모를 신용카드와 지갑, 심지어는 누구 똥인지도 모를 토사물이 있는 아파트 주위에 있는 울창한 숲이 놀이터를 장식했다. 

구덩이를 digging 하고, 또 digging 하자, 점점 막아놓은 돌이 보였다. 어느새 친구들 사이로 널브러져있는 물병수는 늘어났고, 플라스틱 삽자루, 포크, 숟가락 등 많은 장난감들이 있었다. 바로 우측에는 베란다를 연결지어 놓은 어린이집이 보였는데, 베란다를 장식하고 있는 작은 숲에는 토끼풀과 네잎클로버들이 우거진 풀밭이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었다. 

우리는 구덩이를 함정으로 만들려고, 큰 나뭇가지를 가져와서 다닥다닥 붙인 다음에 낙엽들로 덮고 흙을 뿌려 함정을 만들려고 했었지만, 뒤에서는 경비아저씨와 함께 파놓은 구멍들을 메꿔야 한다며, 우리가 애써 파놓은 구덩이를 도로 매장하게 했다. 놀이터 뒤에 수돗가가 있어서 물을 퍼고 나르고 고생했었는데, 참 아쉽다. 햇빛이 쨍 했던 점심시간은 노을지었고, 아기자기한 공사장에서 남자 여자 상관없이 일을 같이 했던 특유한 경험이라서 좋았다. 그때는 어렸을 때니까 철없던 재미난 행동들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나는 추억을 추억인채로 묻고 싶지 않은 존재임을 깨달았고, 그런 의미로 

놀이터에서 옛날같이 흙탕물을 손으로 맨들맨들 만지며 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