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
만화의 세계는
작가의 실수로 인해
연재가 중단된 채 멈췄어
절묘하게 찾아온 나쁜 사건이
이 세계를 덮친 그 순간에 말이야
주인공은
이 세계가 위치한 곳들을
저 거대한 화면 너머로 지켜볼뿐이야
독자는 이 세계가 그리워 슬퍼하지만
주인공은 독자의 세계를 부러워하고 있어
주인공은
멈춰있는 다른 인물들을 바라보고 있어
어째서 자기 혼자만 움직이는지
그러한 의문만이 남게 될 뿐이었어
주인공은
저 거대한 화면으로 가서
어떠한 말을 적었어
이 세계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
주인공은 팬만화를 보고 있어
자신의 모습은 가짜이지만
그럼에도 행복한 느낌인가봐
그 순간 문득
주인공은 그런 생각을 했어
누군가 이 세계를 재연재해주지 않을까?
오래 전
주인공은 저 거대한 화면에
이러한 말을 적었어
바로 '희극'이야
그 말을 적은 뒤 이 세계에 관해 말했어
주인공의 말풍선:
멈춘 이 세계가 실수가 아니라면
작가가 담은
세계의 본질의 껍질이 벗겨질 때
썩은 무언가로 가득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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