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어디 가고 있나?"

"나 라벤더에 가야해."

"그건 꽃 아닌가?"

"꼭 꽃이란 법 있나?"

"라벤더라는 곳은 어딘데?"

"매우 향기로운 곳이지."

"겨우 향기때문에 그곳을 간다는건 조금 어리석지 않나?"

"향기는 하찮지 않다네. 자넨 코 없나?"

"코는 있지만 굳이 필요할 것 같진 않네."

"자네가 여자냄새 기막히게 맡아서 부인이 아주 곱지 않나?"

"그런가, 그러고보니 자넨 여태까지 순결을 지키고 있으니 오히려 자네가 코 따윈 필요없겠어. 하하!"

"난 단순하지 않은 사람이야. 자네처럼 본능에 몸을 맡기진 않는다고."

"근데 세상 사람들이 다 자네처럼 본능을 애써 무시한다면 인구는 어떻게 증가하겠나?"

"자기들 마음이지 뭐. 만약 이성까지 사랑을 부르짖고 있다면 자네가 걱정할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거지."

"근데 그게 라벤더랑 무슨 상관인가?"

"나도 잘은 모르겠네. 한가지 중요한 건, 거기가 매우 향기롭단 거지."

"여자의 품속보다?"

"차원이 다르지."

"장미향기보다?"

"우월하지."

"라벤더 꽃향기는?"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를거야."

"자넨 뭣 때문에 가는가?"

"나도 모르네. 확실한건, 향기가 끝내준다는 거지."

"포기해! 다 포기했네! 그깟 향기가 뭣이 중요하다고."

"자네가 모른다면 나는 어떨지 묻고 싶군."

"자네도 포기하겠지."

"자넨 초면인데 나를 이렇게 모르는군."

"초면이라도 모를건 모른다네."

"자네 부인은 자넬 잘 알겠지?"

"글쎄. 초면이 아니라."

"그런가?"

"... 혹시 자네 라벤더에 향기말고도 아는게 있나?"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는 거지."

"지금도 좋지 않나?"

"아니. 난 지금 최악의 기분이네. 당장 자네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내 기꺼이 죽어주지. 자 어서 날 찌르게."

"아. 유감이지만 난 칼이 없다네."

"아쉽군. 라벤더에 갈 수 있을줄 알았는데."

"이봐, 친구 라벤더는 죽어서만 갈수있는것이 아니네."

"뭐? 자네 지금 도로 한가운데에 있지 않나?"

"꼭 그 뜻이 죽는단 뜻은 아니지 않나?"

"하긴. 살아있으니까."

"아 이제 다 왔네."

"어디? 라벤더?"

"아니 자네 집."

"우리 계속 서있기만 했지 않나."

"그렇지. 버스 안에서."

"아 그렇군."

"자넨 여기서 내릴건가?"

"당연하지."

"라벤더는?"

"가야지."

"그럼 더 타고 가야하지 않나?"

"버스에 탄다고 라벤더에 갈거란 보장 있나?"

"그래도.."

"난 가고있네. 아마 내일 도착할거야."

"아니면?"

"아니면 목을 매지."

"나도 같이 매세."

"만일 도착하면?"

"우린 목숨 건진거지."

"그것 참 재밌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