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채널

1:1.6 경쟁률 일반전형으로 광역형 자사고 응시해서 합격하고 재학중인 고1입니다.

고등학생이 된지 몇 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뼈저리는 후회 속에서 쓰는 글이니 학력수준 높은 학교 진학 계획중이신 분들 중에 꽤 여유롭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부디 읽어주세요.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저는 한 번도 국영수 학원에 다닌 적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다닌 것이라고는 유치원 때부터 초3때까지 다닌 피아노학원, 1때부터 중1때까지 1주일에 2번 갔던 미술학원이 전부입니다그 예체능학원에서조차도 피아노학원에서는 악보 읽는 법 배우고, 체르니 30 하다가 그만뒀고, 미술학원에서는 입시미술은커녕 중고등학생들이 밟을만한 명암처리, 입체도형 그리기 등등은 거의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니는 내내 찰흙놀이 같은 조형, 풍경화, 인물화 정도나 조금 그렸고요. 과외 또한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친구가 일본어 과외 받는 거 딱 한 번 본것밖에 없어요.


그렇게 학원 갈 시간에 저는 학교에서 주최하는 행사나 활동이나 교내외대회에 더 참가하곤 했습니다. 각종 글쓰기대회, 과학탐구대회, 토론대회, 골든벨 등등... 음악대회 작곡부문이나 미술대회도 나갔는데 이 둘은 솔직히 장난삼아 나갔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학원 가서 고등학교 과정 미리 떼고 오고, 영단어는물론 영어교과서 본문을 죽으라고 외우는 동안 저는 학교에서 내는 과제를 고퀄리티로 수행하고, 예습복습 대충 하고, 책 읽는 데 거의 모든 시간을 썼습니다. 감탄사를 내뱉으면서도 왜 굳이 뭐하러 그렇게 공들여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사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성 따위 조금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남들보다 덜 공부해도 성적이 꽤 높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역 자체가 학력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데다가 제 기준에서는 상당히 부족한 점수였지만, 다른 학생들은 부러워하더라고요.


그래서 선행학습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입학하기 몇 주 전에 수학 다항식 단원 아주 대충 훑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몇 주라고는 하지만, 입학과제가 있어서 선행학습을 많이 하지도 못했지만.


중학교 3년 내내 예체포함 학업성취도 올A

지필평가 최저점수 수학 82

평균점수 97 유지

전교 5등 내외


대략 이정도 성적으로 응시했고 합격은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입학하고 나니까 헬게이트가 열렸습니다.


진도 자체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는 없으나 수업 난이도 자체가 높은 편입니다. 공들여야 하는 과제는 많은데 주어진 시간은 적어서 야자시간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교내대회까지 출전하게 되면 해야할 일은 급속도로 늘어납니다.

공부할 시간이 정말 없습니다.

학교 수준이 있다보니까 시험문제도 어렵습니다. 중학교 때처럼 교과서, 자습서로만 대충 공부하다가 시험 3주 앞두고 시험대비 문제집 대충 풀어서 해결될 수준의 시험이 아닙니다. 전혀. 특히나 우리 학교에는 수학과 영어에 부교재가 있고, 모의고사 기출문제도 시험범위에 추가됩니다수학 부교재에는 난이도가 다양한 문제들이 실려있는데, 당연하게도 어려운 문제로 골라 숫자를 약간 바꿔서 출제하십니다.


딱 한 번 82점 맞은 걸 빼고는 수학 성적이 적어도 92는 넘었던 제가

이번 시험에서 약 50점을 받았습니다.

교과서 본문을 외우는 학생들을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그냥 문장구조 어려운 문장 몇 개만 대충 보고 시험봤지만 단 한 번도 90점 아래로 떨어진 적 없던 제가 영어 점수를 약 70점을 받았습니다.


개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국어는 예전에 책을 많이 읽은 영향 때문인지 문법 대충 공부하고 93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등급컷이 높아서 아마 낮은 성적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니까 제발 선행 하세요.

중학생인데 미적분을 하고 기벡을 하고 이런 수준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냥 아는 범위가 넓은 것이 아니라 앎이 깊어야 합니다.

1학기 정도만 완벽하게 선행해둬야 후회 안할 겁니다. 기본문제는 물론 고난도 심화문제도 머리 조금만 굴리면 풀 수 있을 정도로 해두세요. 저처럼 후회하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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