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궁금해서 조사해본 다음에 써 봄. 틀린 부분 지적은 대단히 환영함

 

1. 주(Staat)


 

총 16개. 독일은 기본적으로 연방국가이고, 그 때문에 각 주는 상당한 자치권을 갖고 있음. 아예 주방위군까지 있는 미국의 주보다야는 아니겠지만, 독일은 원래 여러 개의 왕국이나 공국들이 각자 살아가고 있던 걸 통합한 것이고 그 통합된 역사도 타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짧다 보니까 자치권이 강함. 조금 특이한 경우로 베를린, 함부르크, 브레멘은 Stadtstaat라고 해서 도시가 주와 동급의 지위를 갖고 있는데, 베를린이야 수도라는 특성상 그렇다고 치고 함부르크, 브레멘은 예전 신성로마제국 시절에 상당한 자치권을 인정받았던 역사가 있어 주와 동급이 된 것. 단, 위 지도에서도 보이듯이 브레멘의 경우는 완전히 하나의 도시는 아님,

 

2. 군(Kreis/Land-kreis), 군급시/자치시(Kreisfreie Stadt)

영문위키에서는 그냥 Kreis를 Rural district, Kreisfreie Stadt를 Urban district라고 번역함. 아무튼 위에서 언급한 16개주 중 도시주인 베를린, 함부르크, 브레멘을 제외한 나머지 주는 모두 군이나 군급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군급시는 원래 군 아래에 있던 시(Stadt)가 많이 커져서 분리 독립한 행정구역임. 때문에 군급시와 그 주변에 붙어있는 군의 명칭이 같은 경우도 있고, 여기에 더해 도농분리 시절 한국처럼 군청이 그 이름을 딴 군급시 안에 있는 경우도 있음.

 

(예시)

바이에른주 아우크스부르크시-아우크스부르크군(Urban district라고 써 있는 곳이 아우크스부르크시. 아우크스부르크 군청은 아우크스부르크시 내에 있음)


 

바이에른주 바이로이트시-바이로이트군(가운데 구멍 뚫린 부분이 바이로이트시. 바이로이트군청 역시 바이로이트시 내에 있음.)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이 군급시와 군을 통합해 관할하는 행정기구를 설치하기도 함. 여기에 더해 몇몇 주에는 주와 군 사이에 현이라는 행정구역을 두기도 하는데 이거는 아래에서 설명함.

 

3. 게마인데(Gemeinde), 시(Stadt)

게마인데는 번역할 말이 없는건지 여러 자료에서 그냥 게마인데라고 말함. 이 게마인데라는 게 단순히 어떤 행정구역 등급을 이야기하는거라기보다는 최소한의 자치단위 그 자체임. 때문에 그냥 순수하게 게마인데라고 불리는 것도 있지만, 위에서 말한 군급시도 하나의 게마인데고, 베를린, 함부르크같은 도시주도 하나의 게마인데임. 일단 가장 막연하게 이야기하자면 도시주나 시같은 다른 호칭 없이 게마인데라고 하면 한국의 읍, 면에 가깝고, 이 게마인데의 인구가 충분히 많아지면 시(Stadt)라고 부름.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김. 게마인데는 자치단위인데, 독일법상 일정 인구에 미달하는 게마인데는 행정기구를 둘 수가 없음.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1) 행정게마인데

북부의 주에서 쓰이는 방식인데, 행정기구를 갖추고 있는 게마인데에서 자치권만 있고 행정기구를 둘 수 없는 게마인데의 행정 사무를 처리해줌.

 

2) 통합게마인데(대 게마인데)

여러 개의 작은 게마인데가 모여 하나의 게마인데 연합을 형성함. 이렇게 해서 그 게마인데들을 관할하는 게마인데 연합이 만들어지고 이 연합에서 행정사무를 처리함.

 

4. 현(Regierungsbezirk)

몇몇 주에는 주 아래에 바로 군이 있는게 아니라 그 사이에 현을 두고 있음. 이 현의 지사는 주민직선이 아니라 주에서 임명해서 내려보내는거라 현 대신에 행정구라고 번역하기도 함. 원래는 많은 주에 있었는데, 이렇게 되어버리면 주 아래에 현-군-게마인데의 3층구조가 되다 보니까(한국으로 비교하자면 시/도 위에 주나 현, 성같은 상위 행정구역이 있는 거) 비효율적이라고 해서 대부분 폐지해버림.

 

5. 구(Bezirk/Stadtbezirk), 지구(Stadtteil)

도시주나 군급시의 하위 행정구역. 한국의 특별시, 광역시 아래에 있는 자치구가 아니라 도 산하 시에 있는 구에 가까움. 지구는 구 아래에 좀 더 세분화해 놓은 것임.

 

개인적인 인상으로 독일은 소규모 자치+적극적인 거버넌스의 경향이 강한 것 같음. 독일에서도 게마인데를 통합하고 폐지하는 식으로 크기를 키워놓기는 했는데, 전반적으로 행정구역을 통합하기보다는 거버넌스를 위한 기구를 별도로 설치해서 주변 지역과 공동으로 행정을 하는 데 적극적인 듯. 물론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니 이걸 무조건 도입하자 그런 건 아님.

일단 기본적인 것만 정리해보기는 했는데 독일은 지방자치 성향이 강하다 보니까 각 지역별로 다른 게 있을 수도 있고, 본인이 빼먹고 안 쓴 것도 있고, 아예 설명이 틀린 것이 있을수도 있을텐데 그런 것들 지적해주면 매우 감사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