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말했다시피 초정약수축제에 다녀옴. 정식 명칭은 세종대왕과초정약수축제로 엄청 길다... 후기를 올려달라는 반응이 있어서 한번 돌아보기로 한다.

오늘 약수축제를 간 목적 중 하나가 약수축제 기간 한정 임시 시내버스를 시승하기 위해서였음. 강내면에서 출발하면 가경터미널에서 환승하는 게 제일 나으니 가경에서 밥을 먹고 문제의 임시 시내버스를 타러 나옴.

그리고 버스가 등장함. 전광판에 '세종대왕과초정약수축제'라고 써있는데 카메라에는 전광판이 제대로 안 찍힘. 임시 노선이지만 교통카드도 받고 무료환승도 됨 ㅇㅋㄷㅋ. 위에 현수막에 언급된 곳만 정차하기 때문에 정류장 휙휙 넘어다니면서 완전 날라다님. 747보다 더 빠른 급행. 잠깐 롯데아울렛 정차하고 나면 2순환로랑 엘지로랑 3순환로 타고 내달림.

3순환로에서 본 오창과학단지와 미호평야 북부. 이렇게 들판을 감상하며 가다 보면 가경에서 내수까지 30분컷을 함. 105번 타고 가면 거의 1시간은 잡는 거리인데 소요시간이 반토막 남.

그렇게 축제장소인 초정삼거리에 도착. 가경에서 42분만에 도착함. 곧 2시가 돼가는 시각이었는데 하늘에 구름이 껴서 햇빛은 적었음.

삼거리 남서측에는 이렇게 분수대가 있는데 왕이 초정약수를 마시는 모습을 이렇게 조각상으로 만들어놓음. 세종대왕이 초정약수를 마시러 와서 몇 달을 머무르면서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축제에서도 세종대왕과 연관을 지어서 전통문화 체험으로 컨셉을 잡았음.

삼거리 남동측에는 원래 예비주차장이 있는 거 같은데 이렇게 부스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길래 무슨 부스가 있나 여기부터 가봤음.

이쪽 부스는 지역 농민들이 상품을 준비해서 파는 곳이랑 내수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주막으로 구성돼있음. 보통 지역 축제를 망치는 3대 요소라고 하면 어딜 가든 있는 요란한 디자인의 주막, 축제와 하등 상관없는 물건을 파는 잡상인, 시끄럽게 떠들기나 하는 각설이인데 여긴 그 3대 요소가 없어서 상당히 깔끔해보였음.

삼거리 북측 초정문화공원 쪽이 메인인 거 같아서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음.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직지가 있었음(...). 이 동네는 무슨 뭐만 하면 직지부터 밀고 봄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탁본 같은 거를 뜨는 체험을 하길래 한번 해봤음.
먹물을 판에 고르게 묻히고 종이를 대고 넓적한 물건으로 슥슥 문지르면 글자가 찍힘. 근데 원래 활판 인쇄는 낱개로 된 활자를 틀 안에 넣었다 뺐다 할 수 있어야 되는데 저건 그냥 통짜 철판처럼 보여서 진짜 활자 맞냐고 물어봤는데 진짜 활자라 그럼. 어차피 인쇄 체험용으로만 쓸 거라 글자 움직이지 말라고 뭔가로 단단히 붙여놓은 거 같기도 하다.

초정의 상징 격인 비석. 영 믿음이 안 가는 '세계 3대 광천'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음. '청원군 북일면'이 포인트. '청원군 내수읍'도 아니고 북일면이랰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오래 된 거여 ㅋㅋㅋㅋㅋ 이제 본격적으로 축제장을 둘러보기 시작람.

이 두 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전통 문화 컨셉이란 게 아주 잘 느껴지고 세종대왕과의 연관성을 매우 부각하고 있음. 심지어 옆에 운영본부에서 부채랑 종이 모자를 나눠주는데 모자가 익선관 모양으로 돼있음 ㅋㅋㅋㅋ 

그리고 이런 식으로 애들이 체험할 만한 요소를 매우 많이 구비해 놓았음.


왜 하고 많은 나무 중에 산초나무냐면 초정의 초가 산초 초(椒)라 산초나무 젓가락이라고 한 것 같음. 근데 초정이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는 산초가 많이 났다기보다는 선조들이 초정약수를 맛보고 산초와 같은 맛이 났다고 묘사하여 초정이 됐다는 게 좀 더 신빙성이 있음.


그리고 세종대왕 하면 훈민정음이 빠질 수가 없었다(...).

애긔들을 위한 체험활동을 정말 많이 준비했는데, 더우니까 물놀이 하면서 놀 수 있는 곳도 있고, 애들한테 가마를 태워 주는 곳도 있음. 가마를 태우고 축제장을 한 바퀴 돌아댕김. 길은 여기서 주무대 쪽 통로로 이어짐.

수라간 궁녀의 초정 에이드... 조선시대 느낌 내려고 수라간 컨셉을 잡았는데 '에이드'는 차마 조선시대처럼 못 바꿨나 보다. 😂😂😂 보물찾기 같은 걸 하면 음료수를 공짜로 주는 모양.


역시 세종대왕 하면 한글을 엮어야 제맛이지.

주 무대. 이때는 좀 작은 공연들을 연달아 하고 있는 거 같았음.

그리고 옆에 맥콜 공장에서 나와서 맥콜을 공짜로 나눠주더라 공짜 음료수 개꿀 ㅎㅎ

이것이 바로 인간 포토존. 직원 분들이 막 포졸, 무사, 왕, 왕비, 기생, 꽃거지(...) 등으로 분장을 하고 돌아다니는데 죄인 분장은... 흠... 과연 돈을 얼마를 주길래 저런 수치플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왠지 숙연해졌음.

내수 부녀회 주막 말고 여기도 주막이 있음.

이게 바로 가마 체험. 그리고 가마를 들고 가는 거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전 마마 납시오~'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주상 전하 납시오~' 이렇게 소리를 치면서 다님. 부끄러움 많은 사람은 아무래도 여기서 일 못 할 듯...

근데 이쯤 되니 'ㅅㅂ 약수 축제라매 약수는 어딨어' 이런 생각이 들며 약수를 먹으러 가고 싶어진다. 일단 문화공원 쪽에 있는 팔모지붕 약수터가 찐인 거 같아서 거길 들어가는 입구를 찾아서 위로 올라갔음.

높은 곳에서 본 주무대

족욕을 할 수 있는 곳. 족욕을 하면서 주무대를 바라볼 수 있어서 꽤 위치 선정을 잘 했다는 느낌을 받았음.

푸드트럭도 있음. 불초밥, 카페, 닭꼬치 등등 이것저것 많이 왔음. 그리고 이쯤인 팔모지붕 약수터로 들어가는 길이 있나 싶었는데...

응 공사중. 초정행궁 복원 공사 때문에 막혀있더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목욕탕 옆에 있는 약수터를 찾아감.

초정약수로 목욕을 할 수 있는 대중목욕탕. 근데 처음부터 목욕을 할 생각이었으면 목욕도구를 챙겨왔을 텐데 그런 생각이 없었기에 그냥 목욕탕에는 안 들어감.

목욕탕에서 관리하는 약수터. 나도 물 좀 떠갈려고 큰 생수병 2개를 갖고 왔는데 아재아짐들은 누가 약수터 아니랄까봐 막 말통 갖고 와서 채우고 그럼 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앞에도 말통 들고 온 분이 있었는데 자기는 오래 걸리니까 먼저 물 담고 가라고 직접 채워주심. ㄱㅅ. 그리고 드디어 물을 시음을 해 봄.

물 맛은 탄산수가 다 그렇듯 약간 시큼한 맛이 남. 가스는 세지 않았는데 왠지 집에 가면 가스가 다 빠질 거 같은 느낌.

내수읍소재지에서 출발한 공영버스. 평상시에는 청주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론 바로 올 수 없고 내수에서 버스를 갈아타야만 올 수 있음.

3시부터 왕 행차를 한다고 해서 다시 주무대쪽으로 가다가 대장간 체험을 자세히 봤는데, 애긔들 눈 다치지 말라고 꼭 보안경을 끼고 체험을 하게 하는 모습이 안전 의식이 있는 거 같아서 보기 좋았다.

왕 행차는... 그닥 위엄 쩔고 그러는 행사는 아닌 거 같았음. 왕 분장을 한 사람이 무대 위로 들어서면서 행차 끝. 이걸 보면서 '왕은 원래 가마를 타고 돌아다니지 않나? 왜 왕이 제 발로 걸어나오지?'라는 생각을 했음. 근데 그렇다고 왕이 가마를 타면 같은 알바들인데 가마꾼만 뺑이 치고 왕은 꿀 빪 ㅋㅋㅋㅋㅋㅋㅋㅋ
행차 다음에는 사물놀이 공연과 부채춤 공연이 이어졌음.




멋지고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줌. 그리고 사물놀이를 보면서 상모 돌리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과, 역시 사물놀이는 징이 제일 꿀 빤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리고, 왕이 상민의 음악을 공연하는 걸 보는 장면이 뭔가 웃겼음 😂😂

이어진 공연은 부채춤. 충북예고 학생들이 출연했다 카더라.

공연이 끝나고 나서 이제 곧 갈 시간이 됐으니 쇼핑이라도 하면서 시간 좀 삐대고 싶어서 다시 부녀회 주막 쪽으로 갔음. 딸기 하는 집에서 딸기를 갈아서 딸기주스(라기보단 스무디)를 팔길래 한 잔 마셨다. 맛이 아주 좋았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클리셰~~ 이것도 사진 찍어놓을 걸 구경에 정신이 팔려서 이건 사진으로 못 남겼다.

매실원액을 파는 데가 있길래 집에서 매실차라도 타 먹을까 해서 구경했는데, 딱 한 병 남은 게 먼저 온 사람이 사서 못 샀음. 그리고 막걸리가 싸길래 부녀회 주막에서 막걸리나 마시다가(심지어 초정약수 막걸리라고 하니 더 구미가 동함) 좀 늦게 들어갈까 했는데, 공연이 끝나니까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더라. 원체 복잡하기도 했고 한 명 손님은 자리 없다고 안 받을 거 같아서 그냥 4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가경터미널로 돌아갔음. 4시 다음엔 5시에 출발하니까 주막에서 막걸리 마셨으면 1시간 늦게 갔을 듯.

그리고 쇼핑하면서 끔찍한 혼종을 발견했음.

안 그래도 xx빵 시리즈가 전국각지에 난립해서 이제 억지처럼 느껴지는데 거기다가 또 직지를 뿌렸다... 그래도 이거라도 사갈까 싶었는데 쪼끄만한 게 4천원이라고 해서 비싸단 생각이 들었음.

이 축제를 보면서 느낀 점이, 일단 미관을 해치는 각종 잡상인이 없어서 깔끔했고, 또 양산형 지역 축제는 대체로 할아버지들만 득실거리는데 여기는 그다지 알려진 축제가 아닌데도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활동들이 다양해서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놀러오기 적합했음. 그래서 이 축제의 경관이 지역 축제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젊은 세대들에게 보여주었다고 느꼈음. 그리고 오기 힘든 지역인데 시내버스까지 차출해서 교통편을 마련할 정도로 청주시의 집념이 대단했다는 생각이 들었음. 한편으로는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서 가족 단위로 많이 오던데 그런 사람들은 자가용 이동을 더 선호하기에, 도로가 좁고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차가 밀리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이것만 해결이 됐어도 더 좋은 축제라고 할 수 있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