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그러니까 2002년... 어휴

난 한창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가출과 외박을 밥먹듯이 했다.

암튼 2002 월드컵이 끝나고 가을 초입쯤.

그러니까 개학한지 얼마 안됐을 시점.


학교가기도 싫고 뭐도 싫고 암튼 다 싫을때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혼자 가출을 함.


뭐 그땐 하도 가출해서 정확히 그때까지 몇번이나 가출을 했는지 세지도 못할때였음.

심지어 휴대폰 마저 집에 던져놓고 나오는 쿨한 남자였음.

지갑에 현금 20쯤 하고 체크카드(통장)에 돈도 있었고

전화기만 없었을 뿐 다 있었음.

캐리어에 옷도 좀 챙기고...


암튼 그렇게 아침에 수원역에서 내려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올라갔음.

영등포에 내려서 지하철 보관함에 캐리어 짱박아넣고

어께에 매는 가방 작은거 하나 들고다님.


그때 하도 귀에 뭐 꽂고 다니던 시대라서 나도 시발 귀에 뭐 좀 꽂아보자 해서

홍대 근처 음반가게를 들러 싸구려 휴대용 카세트를 그때돈으로 3만원인가 주고 샀음. 그리고 테이프도 두개 삼.

명랑소녀 성공기 OST랑 네 멋대로 해라 OST ㅋㅋㅋ

이거 두개 아직도 집에있다 ㅋㅋㅋㅋ

암튼 내가 처음으로 사본 카세트였음.

당시에 MP3가 진짜 처음 나올때라 가격이 비싸서

대부분 90년대 후반부터 카세트, CDP가 유행이었음.

암튼 카세트에 첨에 ‘명랑소녀 성공기’를 틀었는데 30분 듣고 노잼이라 ‘네멋대로해라’를 틀었음

3호선 버터플라이 음악에 미쳐서 신촌역에 내림.

신촌역에서 대충 음악에 취해 걷다가 홍대로 갈라고...


신촌로타리에 그때 롯데리아가 있었던걸로 기억함.

거기서 햄버거 쳐먹으면서 귀에 꽂고 네멋대로 해라 OST만 존나 들었음.

그리고 홍대로 걸어감.

그때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 ‘네멋대로해라’에 나오는 공효진 옥탑방 건물이 있었음.

건물 맞은편 구석탱이에서 귀에꽂고 담배 존나 피면서

공효진 나오는 장면 존나 생각하고

그러고 다시 나옴....


연남동쪽으로 걸어와서 피시방을 들어감.

네멋대로 해라 촬영지 존나 검색해서 프린터로 출력한 뒤에 피시방을 나옴.

어느덧 저녁이었음...

연남동에서 내려와 철길쪽에 포장마차들이 있길래

들어가서 김떡순(김밥 떡볶이 순대)을 먹음


다 먹고 홍대역 4번출구 KFC앞에서

일산사는 친한 형님을 만남.

내가 서울와서 연락을 하니까

퇴근해서 연락 한번 더 달라해서

홍대 와서 연락했더니

KFC 앞에서 몇시에 보자 해서

KFC에서 만남.


영등포 가서 짐 챙기고 일산을 갔음.

일산에서 한 1주일 있었나...?


암튼 그 형 출근할때 나도 나오고

퇴근할때 마포에서 만나서 같이 퇴근하고

어쩔땐 마포 전골목 가서 부침개 존나 먹기도 하고

신촌 무한리필 고기집에서 고기도 존나 먹고

소주도 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그때 한창 서울 지하철 완주 하면서

1주일쯤 그 형이랑 놀다가

대구 내려왔는데


아 시발

대구 내려오니까

대구가 존나 초라해보였음......


서울에서 존나 쳐놀다가 서울 뽕에 맞아서

대구는 진심 개좃으로도 안보였음

전철도 꼴랑 한개...

홍대도 없고 신촌도 없고 시발

개같았음


그나마 대명동 계대가 홍대 흉내를 내고 있었지만

현실은.... 홍대보다 못함.... 시발.....


아 서울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