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쪽에 좀 주워들은 게 있는 입장에서 대충 아는 썰을 풀어보겠는데, 읽기 귀찮으면 맨 및에 한줄요약만 읽으면 됨.


기적의 도서관을 만들때 처음 나왔던 이야기가, "해외에 가면 도시마다 어린이도서관이 있는데, 우리나라엔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로 기획의도를 이야기하는 걸 찾아볼 수 있음. 그런데 이건 아주 거짓말은 아니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좀 있는 발언임.


당시 국내 도서관들은 군사정부 시절을 거쳐오며 거의 준 공부방에 가까운 형태로 굉장히 위축되어 운영되던 시절이었기에 어린이실이 없거나, 있어도 매우 열악한 실정이었음. 그래서 "어린이도서관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님. 어린이가 도서관에 가도 어린이가 볼 만한 자료(책) 자체가 거의 없었고, 어린이 이용자에 특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던 거니까. 허나 비교사례로 제시된 외국에도 어린이 이용자에 맞춘 전문적인 도서관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그런 면에서 보면 사실 이 "외국에는 어린이도서관이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도 볼 수 있음.


그럼 외국의 상황이 정확히 어떻냐? 공공도서관이 동네마다 작게나마 하나씩 다 있고, 그 공공도서관 모두에 어린이 이용자에 맞춘 공간이 별도로 있는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임. 책을 책꽂이에 꽃아서 책등이 보이게 하는게 아니라 책 표지의 그림이 보이도록 진열하여 흥미를 유발하거나, 계단에 오르기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 1층에 어린이실을 마련하고 등, 일반인 대상 자료가 있는 다른 서가보다 좀 더 어린이친화적인 배치를 하는 경우가 많지. 현재는 대부분의 국내 공공도서관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어린이서비스를 하고 있음. 하지만 건물을 따로 지어서 어린이 대상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하는 경우는 외국에도 많지 않음.


그래서 도서관계에선 기적의 도서관 운동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함. 안그래도 한국의 도서관은 시설이나 운영여건이 열악해서 사실 일반인 대상 서비스도 부족한 것이 많은데, 그러는 와중에 어린이 대상의 도서관만 따로 만들 게 아니라 그냥 공공도서관을 만든 다음 공공도서관이 어린이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훨씬 더 옳다는 이야기지.


하지만 그렇게 비판하는 입장에서도 기적의 도서관을 기점으로 국내 공공도서관 인프라 및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발전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인정함. 그 이후로 실제로 도서관 관련으로 시민들의 관심과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몰라보게 발전한 것은 부정할 수가 없거든.


한편, 그렇게 설립된 기적의 도서관은 처음엔 "어린이도서관"이라는 대의에 맞게 정말로 일반대상의 자료를 배제하고 어린이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했지만, 워낙에 학부모들의 요구가 강했기에 점차 일반대상 자료를 구비해서 같이 서비스하게 된 경우가 꽤 있음. 언젠간 정말로 기적의 도서관이 어린이도서관이 아니라 그냥 일반 공공도서관이 될지도 모를 일임.



한줄요약: 외국엔 전문적인 어린이도서관이 있는게 아니라 공공도서관마다 어린이실이 있는 거고, 현재 국내 공공도서관 대부분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