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외국인등록증, 일본에는 재류카드 등 장기체류하는 외국인한테도 일종의 신분증이 발급되는데 중국은 영주권자한테만 영주거류증을 발급해주고 비영주권 체류자한테는 아무것도 안줌.
그래서 재중외국인은 여권이 중국내에서 신분증의 역할을 하고 여권번호가 신분증 번호의 역할을 하는데, 이게 증말 일을 여러모로 귀찮게 만듬.

일단 당연하지만 여권을 들고다니기 거추장스러움.
중국에선 외출을 할때 가급적 신분증을 들고다니는게 좋음. 불시검문도 그렇고, 밖에 놀러다닐때 관광지 같은데서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매우 많음.
근데 여권...지갑에는 당연히 들어가지도 않고 주머니에 넣기도 애매한 사이즈라 결국 가방을 꼭 들고나와야 하게 되있음. 가방 자체도 귀찮은데, 특히 중국은 툭하면 소지품 엑스레이 검사...으으
물론 복사본이나 사진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이건 케바케라.

들고다니는건 그렇다 치자, 이놈의 여권&중국신분증의 차이때문에 외국인들은 여러 중국의 "신문물"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하고 있음. 제일 단적인 예로는 기차 탑승.
중국의 기차는 철저한 실명제이기 때문에, 기차표를 예매하거나 현장구매할때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함.
중국에서 기차표를 탑승하려면 (인터넷 예매를 예로 들자면), 인터넷 예매를 끝내고 (1)창구에 가서 신분증을 들고 발권 후 탑승한다. (2)자동화기기에서 발권 후 탑승한다. (3)신분증을 검표기기에 태그하여 발권 없이 탑승한다. 이 3가지 방법이 있음. 
하지만 검표기기와 자동화기기는 중국인신분증/중국전자여권/외국인영주권증 등 "중국에 특화된 신분증"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인은 설렁 전자여권을 소지한다 할지라도 제일 원시적인 (1)만 사용이 가능함.
더 골때리는건 요 몇년새 이 실명제가 더 깐깐해지면서 일부 역에서는 심지어 역 입구에다가 실명확인 부스를 설치했는데, 베이징역을 예로 들자면 십몇개(몇십개였나) 부스중에 여권이 통행 가능한 창구는 딱 하나. 나머지는 죄다 중국신분증 전용 자동화기기임.

"어? 그럼 대부분 기차 승객들은 중국인이니까 다들 자동화기기 쓰고 창구는 한산하지 않음?" 싶겠지만 천만에 말씀. 자동화 기기 사용이 불가능한 사람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아직 신분증이 없는 애기 데리고 타는 일가족+군인이나 유공자혜택을 받으려는 승객+ic칩이 고장난 신분증이나 임시신분증으로 탑승하려는 중국인+기기를 잘 못다루는 어르신들/시골사람들 등등......그래서 기차역 실명인증 창구도 여권사용이 가능한 딱 그 하나만 줄이 쭈욱 서있고, 발권하는곳도 자동화기기 앞은 한산한데 창구는 바글바글함. 남들 여유롭게 역에 도착해서 발권하고 기차에 탑승하는데 나는 여권들고 티켓창구로 전력질주하니깐 서럽더라.
이번에 한국 잠깐 들어와서 ktx 탔는데 예매하고 창구 안거치고 다이렉트로 기차를 탈수 있다는거에 감동먹어서 울뻔했음.

물론 제일 빡치는건 각종 본인인증. 예를등면 중국은 온라인게임을 하려면 반드시 신분증 인증을 해야함. 대륙인이라면 신분증번호+이름 입력하고 쉽게 끝났겠지만 외국+홍콩+마카오+대만인이라면 상황이 180도 달라짐. 중국인 아니면 플레이를 포기하는게 편한게 다반사고, 텐센트같은 대기업 게임은 그나마 고객센터로 여권 들고있는 사진 업로드하거나 화상통화해서 인증을 받는 루트가 존재하...지만 효율이 느려터졌다고 함. 그래서 내 친구들은 차라리 인터넷 검색해서 아무 신분증번호 갖다쓰거나 중국인 지인 신분증을 빌린다고 함.
게임 말고도 실명인증이 필요한 사이트가 수두룩한데, 항상 "잘못된 신분증번호 양식입니다" 뜨는거 보면 정말 그 사이트 개발자 두개골을 망치로 뚜드리고 싶어짐.

이외에도 사소한 은행 업무도 번호표 뽑아야하는거, 심카드 재발급도 더럽게 까다로운거, 여권번호 바뀔때마다 통신사+은행+각종 사이트 고객센터를 순례해야하는거 등등...이럴때마다 머릿속엔 대학 졸업하면 얼른 중국이랑 인연 싹다 끊고 한국에나 처박혀있어야겠다는 생각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