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이해가 됨.


공화국 수립 이전에 오스만 제국 시기 쿠르드들은 각자 부족들로 나뉘어서 부족장이 사실상 그 동네 짱먹고, 오스만 제국도 얘네들이 세금만 잘 내면 건들지 않는 식으로 통치했음. 특히 동부지역의 쿠르드인들은 페르시아를 견재하는데 매우 유용했기 때문에 특혜를 막 퍼줘서 사법권, 징세권, 군대동원권까지 모두 줌. 문제는 공화국 수립 이후, 중앙정부는 무질서한 동부의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임.


오스만 제국의 유산으로 터키 동부는 1970년대까지 극소수의 대지주와 다수의 소작민들이 지주의 땅을 부쳐먹고 사는 전근대적인 시스템이 존재했음. 거의 봉건영주처럼 소작민들은 자기네 지주의 동의를 받아야 결혼도 하고, 집도 짓고, 땅도 부치고 완전히 봉건제도였는데, 앙카라의 중앙정부는 1970년대까지 이 부분에 대해 신경도 안씀. 정확하게 말하면 신경쓸 여력이 없었지.


그런데 1960년대부터 터키 동부지역에는 Eşkiya(에슈키야, 도적)이라고 떼도둑들이 지주들의 영지에 말을 타고 출현해 분탕질치고 도망가고 하는 마적단이 골치를 썩이기 시작함. 지주들이 중앙정부에 치안관리를 요청하자, 터키정부는 그제서야 군대도 출동시키고 하는데 솔직히 동부의 인프라는 오스만시대 수준이라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음. 이 마적단 중에서 좌익사상을 받아들인 '혁명단'이 존재했는데, 이들이 PKK의 시초임.


PKK는 솔직히 처음에는 일부 공산주의사상의 영향을 받은 지식인성분의 극좌 모험주의자들과 지주제의 착취를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일으킨 도적단에 가까움. 이들이 처음 약탈을 시작한 것도 그래서 대지주들의 저택과 모스크였음. 하지만 지지자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터키 동부지방의 주류민족이 쿠르드족이라는 것과, 또한 1980년대 초 케난 에브렌 정권 당시 정부가 우경화 되면서 튀르크 민족주의와 이슬람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슬슬 분리독립으로 목표를 바꾸고 더욱 과격해지기 시작함.


동시대에 북이라크에는 페슈메르가가 있었고, 북시리아에는 지금의 YPG인 쿠르드 자치정부가 있었는데, PKK는 터키정부와 군경, 민간인을 대상으로 분탕질을 치다가 정권이 진압군을 보내면 페슈메르가나 YPG쪽으로 토까서 거기서 재정비를 하고 다시 국경을 넘어 분탕질을 치는 쪽으로 감. 얘들이 해외에서도 테러활동을 하는 바람에 PKK는 미국과 EU에서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상태임.


터키 정부는 키프로스 여권으로 위조한 PKK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을 2002년에 체포했지만 PKK 조직은 와해되지 않아 2014년까지 산발적인 교전이 있었음. 동시에 터키 정부는 취약한 터키 남동부와 동부의 인프라를 개선시켜 사람들이 딴맘 안품게 하려 하고, 쿠르드어 방송을 허용하는 동시에 PKK에서 갈라져 나온 쿠르드 온건파들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함. 이쪽이 HDP(인민민주당)임. PKK와 터키정부는 2014년에 휴전을 체결하고 한동안 소강상태였음.


하지만 IS가 일어나자 PKK는 YPG, 페슈메르가의 편을 들어 IS와 싸우는 동시에, 터키도 선빵까면서 휴전을 깸. 빡친 터키가 PKK를 터키 남동부 산골짜기로 몰아넣으며 진압작전을 펼침. 그런데 PKK를 YPG, PYD가 지원하면서 사살되거나 포로로 잡힌 PKK 조직원들한테서 미국 무기와 YPG측 요원들이 발견됨. 터키는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을 해야한다고 YPG, PYD를 테러단체로 여기는 동시에 2018년, 아프린 지역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북이라크의 페슈메르가와는 협정을 맺어 PKK와의 관계를 끊게 함. 지금의 평화의 샘 작전(Barış pınarı harekatı)은 시리아 국경지대의 YPG가 점유하고 있는 영토 중 터키국경과 맞대는 부분을 안전구역으로써 확보하면서 PKK의 이동을 차단하고, 동시에 테러리스트의 터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명분임. 물론 그게 옳다 안 옳다는 여기서 논할 사항은 아니지만. 여튼 터키가 무조껀 나쁜놈이고 PKK, YPG가 무조껀 착한 놈인것도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