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제천시.

서쪽으로는 충주시, 동쪽으로는 단양군, 북서쪽으로는 강원도 원주시, 북동쪽으로는 강원도 영월군과 접해 있습니다. 남쪽으로 경상북도 문경시와 접해 있긴 하지만 길이 없기 때문에 딱히 의미는 없습니다.

제천을 한자로 쓰면 堤川입니다. 이 중 川(내 천)은 전국 지명 곳곳에 보이는 접미사 같은 느낌이라 딱히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중요한 건 堤('제방'의 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더 옛날 지명인 내제(奈堤)에도 堤자가 들어가니 말이죠. 제천의 가장 유명한 제방은, 바로 의림지입니다.

의림지는 김제(이쪽도 '제'가 堤입니다.)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유일하게 지금도 기능하고 있는 저수지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한국에 남아있는 저수지 중 제일 오래되었다는 뜻입니다. 와!) 어디서 듣기로는 충청도를 일컫는 호서(湖西) 지방의 호(湖)가 의림지에서 따 온 것이라고도 하는데... 이건 카더라이니 적당히 걸러 들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의림지(義林池)라는 이름 자체는 지역 현감이었던 '박의림'에서 따 왔다고 합니다. (저도 가물가물 기억나는 대로만 써서...) 다만 축조 시기로는 삼한시대나 삼국시대가 유력하다고 합니다.


삼국사기에도 기록이 되어 있고, (확실하진 않지만) 제천이라는 이름과 호서 지방이라는 이름에까지 영향을 끼친 유서 깊은 유적이지만, 직접 와 보시면 역사 유적이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풍치 좋은 호수...입니다. 근처에는 자그마한 놀이공원도 있고요.

제천 사람으로서, 저에게 가장 먼저 다가오는 의림지의 이미지는 '심심할 때 놀러가는 곳'입니다. 경치 좋지. 시내에 붙어 있지는 않지만 적당히 가깝지... 근교 주민들을 위한 완벽한(?) 관광지입니다. 근처 숲(이제 보니 '제림'이라고 하더군요)도 잘 가꿔져 있어서 둘러보기 좋고, 인공폭포도 만들어 놓은 데다가 그 밑으로 걸어갈 수도 있어서 더더욱 좋습니다. 오리배도 탈 수 있습니다. (※경고: 힘듦)

의림지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세명대 후문 쪽 대학가가 나오고, 약간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솔밭공원'이라는 돗자리 깔기 좋은 풀밭이 나옵니다. 제천에서 어린이날 관련 행사가 열리면 거의 다 여기에서 열렸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어린이날을 즐길 나이는 한참 넘어서... ㅇㅅㅇ)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일명 '제2의림지'라 불리는 호수가 나옵니다. 사람이 항상 많은 원래 의림지와는 다르게 이쪽은 사람도 별로 없고 많이 외진 곳입니다. 저도 여긴 거의 안 가봤습니다.


'의림'이라는 이름은 제천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제천역 앞에서 출발해 시민회관·하나은행 등등이 있는 번화가를 지나, 솔밭공원에서 끝나는 제천 제1의 간선 도로의 이름도 '의림대로'이며, 의림지와는 생판 상관없는 위치지만 시내에 '의림동'이라는 동네가 있고(행정동상 중앙·의림·명동이었다 인성동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생판 상관없는 곳(하소동)엔 의림여중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근처에 있는 호수지만, 제천에 살면서 의림지라는 존재는 의외로 크게 다가옵니다.


덤: 제천시에서 제천10경이라는 걸 만들어서 홍보하고 있는데 순서대로 의림지, 박달재, 월악산, 청풍문화재단지, 금수산, 용하구곡, 송계계곡, 옥순봉, 탁사정, 배론성지입니다. 솔직히 저도 안 가본 데가 반이 넘지만 의림지가 1경이라는 것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