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어에 아직 어휘가 없는 고유명사는 한글 낱자에 대응하는 지문자로 주로 표현하는데, 고유명사여도 자주 사용하는 경우는 지문자를 하나씩 하기 번거로우므로 수어에서도 고유 어휘를 만들어 사용함. 예를 들면 '이슬람교' 같은 것도 다 수어가 따로 있음. 사람 이름은 보통 지문자를 쓰지만 농인들이 자주 보는 사람(친한 농인이나 수화통역사 등)에게는 수어 이름을 지어주는데 주로 외현적 특징을 따서 짓는다고 함. 수어 고유 어휘를 살펴보면 한국 수어의 조어법을 알 수 있는데, 시군급 이상 지명은 다 고유 어휘가 하나씩 있다고 함.


한자 차용

오랫동안 한국 문화와 함께한 '한자'의 모습을 본떠 만든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한자는 상형•지사•합성을 통해 만들어지고 표의성을 가지는데, 수어의 어휘도 그러하므로 그야말로 절묘한 조합이다. 지명 중에는 특히 한자를 본딴 게 많이 보임.

서울: 턱에 손가락 3개를 댐 (京을 형상화)

부산: 양쪽 엄지와 검지를 펴서 교차 (釜의 윗부분을 형상화)

광주: 손가락 3개를 구부려 보였다가 아래로 내리면서 폄 (光과 州를 형상화) 사실 그냥 손가락 3개를 내리는 건 川이지만, 州보다 하기 쉽기 때문에 그냥 저렇게 쓰게 된 듯함. 

창원: 왼 손끝과 오른 손끝을 각각 맞대고 2번 부딪침 (昌을 형상화)

전주: 왼 손끝과 오른 손끝을 각각 맞대고 비스듬히 세운 다음 벌어지듯 내림 (全의 윗부분을 형상화) '전라도' 등에도 활용된다.

인천: 왼 주먹의 1·5지를 펴서 1지 끝이 아래로 향하게 거꾸로 세우고, 그 오른쪽에 오른 주먹의 1·2지를 펴서 등이 밖으로 향하게 모로 세운 다음, 오른 주먹의 1·2·3지를 펴서 등이 안으로 향하게 세워 아래로 내린다. 따로 설명하기 힘들어서 그냥 복붙함. 1이 검지, 5가 엄지다. (仁과 川을 형상화) 예전에 모 강좌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서울 지역 방언으로서, 서울 농인들이 심심하면 인천에 많이 놀러갔는지 '심심하다'를 인천이라는 뜻으로 쓰기도 했다고 함(...). 수어도 자연 언어이기에 방언도 있다. 

공주: 두 손을 깍지를 껴서 비스듬히 세우고 오른손으로 세모를 그리다 다시 끼움 (公을 형상화)


상형  

몸으로 뭔가를 표현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 수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구어를 보조하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서 청인들도 많이 사용했을 것이다.

대구: 왼 주먹을 오른손으로 감싸서 돌림 (대구에서 많이 났던 '사과'를 닦는 동작)  

경주: 엄지만 펴서 내민 왼 주먹을 오른손을 펴서 2번 두드림 (왕릉 혹은 거북을 형상화) 전주와 마찬가지로 얘도 '경상도' 등에 응용됨. 

제주도: 모두가 아는 '산'을 왼손으로 만들고 오른 손바닥을 옆에 댔다가 왼쪽으로 슥 돌림 (한라산이 있는 섬이므로) 기존의 '섬'이라는 수어는 사전에 따르면 그냥 손끝을 모은 것으로 하는데 이게 업그레이드된 걸로 볼 수 있다. 제주시, 제주도 다 해당된다. 

독도: 방금 제주도에 있던 '산'을 '2'로 바꾼다. (서도와 동도 두 개의 섬을 의미) 1부터 4까지는 청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수 손모양과 지숫자가 서로 같고 5부터 다르다.


지사

지명은 대체로 상형 가능한 것을 따서 만들어 지사 원리로 만든 경우가 그닥 없는 거 같다.


합성

구어에도 합성어가 있듯 수어에도 합성어가 있다.

대전: '매우'와 '밭'을 결합 (밭이 아주 큼) 참고로 '밭'을 뜻하는 수어 또한 한자에서 차용했다. 

울산: '잎'과 '산'을 결합 (푸른 산) 아마 蔚이 '풀 이름 울'이므로 거기서 따온 것으로 보임. 옛날에는 울산이 '울다'+'산'이었는데 뜻이 좋지 않아서 바뀜(...).  

청주: '깨끗하다'와 '州'를 결합 (淸이 맑다는 뜻이므로) 州의 경우는 왼 손가락 3개를 펼치고 오른손 검지로 왼손을 관통하듯 움직이는 동작을 사용함.  

수원: '물'과 '곳'을 결합 (물이 있는 들판이므로) 

춘천: '봄'과 '川'을 결합. (봄 내) 川은 인천에서 쓰인 것과 같다. 

울릉도: '울다'와 '섬'을 결합. ~~향찰~~ '섬'에 들어가는 것은 제주도와 같은 것을 쓴다. 아마 이것도 울산처럼 나중에 바뀔 것 같다. 

경기도: '서울'과 '길'을 결합. '길'이 들어가는 이유는 도(道)의 뜻에 맞추기 위함이다.

강원도: 아까 제주도가 뭐였는지 다시 보고 오자. 그리고 오른손을 왼손에 대고 돌리는 대신 반대쪽으로 주르륵 흘러내린다. (결국엔 걍 산골이란 것... 안습)

전라도: '전주'와 '길'을 결합.

전라북도, 전라남도: '전주'와 '춥다', '따뜻하다'를 결합. '춥다'를 북, '따뜻하다'를 남으로 쓰기도 하므로 이와 같이 된다. 한국수어가 만들어진 지역인 한국이 '북반구'라는 사실이 드러나있다.

경상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방금 본 거에서 전주만 경주로 바꾸면 된다.

충청북도, 충청남도: 방금 본 거에서 전주, 경주가 들어갈 자리에 엄지와 새끼를 편 오른 주먹을 이마에 대는 동작을 하면 된다. 저게 충의를 표하는 동작이라는데 '충성'이란 말은 이것과 완전히 달라서 뭔가 어원이 묘연하다. ~~그리고 위키러들에겐 좀 안 좋은 의미가 떠오르겠지~~ 그리고 '충청도'가 왠지 모르게 사전에 없는데 전라도, 경상도랑 같은 규칙으로 하면 될 듯.


근데 주요 국명, 도, 대도시, 기타 유명 지명 같은 건 국립국어원 제공 한국수어사전에 있는데 중소도시 급으로만 가도 사전에 안 나옴(...). 다만 작은 도시의 이름이더라도 그 도시에 사는 농인들은 자주 언급해야 하니 수어 어휘를 만들어 사용할 것이며, 시군마다 수어통역센터를 겸하는 농아인협회가 하나씩 있어서 해당 행정구역 소재 농아인협회에 연락하면 그 지역의 지명 수어를 알 수 있다고 함. 누가 이런 거 정리해서 모으면 개꿀잼일 듯 ㅎㅎㅎㅎ


~~한국수어도 국어니까 국어 교과서에 '수어에 대해 알아보자' 이런 단원 나오고 국어교육과 전공과정에 한국수어형태론, 한국수어통사론 이런 과목 생기면 개꿀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