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정말 많은 민족이 살고 있고, 투바나 야쿠트 산골짜기 들어가서 러시아말 쓰면 지나가는 사람들 다 째려본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음. 또한, 실제로 과거 체첸이나 타타르 등 많은 민족이 소련 해체 직후 독립하겠다고 나섰고, 결국 타타르스탄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은 이권을 얻는 선에서 마무리됐지.


근데 지금은? 독립을 원하는 민족이 거의 없음. 이미 서쪽에 가까울수록 많이 동화되었고 체첸 얘들도 분리주의라고 하면 학을 뗌. 왜냐면 당시 분리주의자들이 너무 수구꼴통이라 차라리 카디로프같은 차악이 낫거든. 너같으면 IS 지배 받을래 아니면 박근혜 지배받을래? 아무리 지도자가 병신같아도 더 병신이 새끼보단 나은거야.


캅카스 쪽으로 이렇게 설명 충분히 된 것 같고, 동부를 보자. 사실 대부분의 동부쪽 소수민족은 러시아 중앙정부와 푸틴 정권에 비판적이야. 일단 푸틴과 그 부하들 중 극우 성향이 많잖아? 푸틴이 스킨헤드한테 지원해준다는 썰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공공연한 비밀이고, 동양계들 입장에서는 좋아하고 싶어도 좋아할 수가 없겠지?(물론 그 반대로 푸틴이 진짜 대놓고 때려잡는 놈들은 박멸했지만, 막심센세같은 새끼들은 정부의 뒷돈을 받는걸) 물론 이런 스킨헤드들은 중국인이나 우즈벡 이남 중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을 때려잡지, 야쿠트, 부랴트 쪽 얘들이나 카자흐스탄, 한국, 일본같은 비교적 부유한 나라에서 온 얘들은 쉽게 건들지 못해. 하지만, 얘네가 구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 얘네가 선빵친 다음에 "아잉 가카 한번만 봐주세요오 짱깨인줄 아라쏘요" 이러면 그만이거든. 그래서 종종 야쿠트나 부랴트 등 동양계 러시아인을 중국인으로 오인해서 폭행한 사례가 종종 생겨. 또, 최근에 울란-우데에서 어떤 미친놈이 샤머니즘이 미개하다면서 점집만 골라서 총기난사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졌어.


하지만, 이런 악재가 이들이 분리독립을 외칠만한 정도까지 가게 하진 못해. 일단, 시베리아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지역이야. 부랴트나 투바같은 동네는 아예 동남아보다 못살고, 부유해 보이는 야쿠트는 가즈프롬과 푸틴의 재벌친구들이 지역경제를 움켜쥐고 있고, 러시아가 분리될 수 있는 상황까지 가면 모르겠는데, 러시아의 돈줄이니만큼 러시아가 이 지역을 포기하고 싶을까? 시베리아가 분리독립을 선언하면, 아무리 러시아군이 약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곳만은 지키려 할걸? 인구는? 투바 인구는 순천만도 못하고, 부랴트 인구는 안성만도 못하며, 인도보다 크다는 야쿠트 인구는 성남만도 못해. 그나마도 야쿠트인 인구는 딱 성남 구도심 인구야.


무엇보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러시아인이라고 여기고 있어. 민족적 의미가 아닌, 국적의 의미야. 러시아 국적이라는 의식이 확고하고, 아주 촌에서 가축 키우면서 게르 치고 사는 사람 아니라면 러시아어를 할 줄 알아. 소수의 유목민들도 최소한 젊은 층은 모두 러시아어가 가능해.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민족어를 모르는 사람도 종종 있어.


시골이라면 이야기는 좀 다르다. 광활한 시베리아 유목민들이 사는 시골이라면...예전 소련 시절에도 정부가 별 신경을 안 썼던 동네거든. 그래서 전근대를 맘껏 즐길 수 있어. 그 말은 뭐다?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닿지 않는다! 경찰은 동네 아저씨 하나, 정부기관은 우체국 하나. 이게 뭐다? 그래 아나키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