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망하는 가게에 일하고 있어서 생각이 많아짐.

뭔 거창하게 읽을거리 카테고리 걸어놨지만

사실 반 쯤 푸념이라 이런글 불편하면 굳이 읽진 말어


3월에 개업해서 만 한달쯤 된 가게야.

컨셉부터 초밥롤, 커피를 같이 운영하겠다는

반 정신나간 컨셉이라

운영 난이도는 애초에 불지옥난이도였음

여기까지만 읽어도 내가 주변에 하도 말을 하고 다녀서

나를 안다면 특정하는게 가능할텐데

제발 모르는 척좀 해줘.

그래 너.


나는 이런 가게에 지인 소개로

카페전반을 담당하는 직원으로 들어갔고

사장은 음식쪽을 하는데

커피는 손도 안대겠다고 공언을 하더라고.

여하튼 난 컨설팅하는 느낌으로 일에 임했는데

사장이건 사모건 카페메뉴, 작업환경, 동선 등 기타 전반을

자기 입맛대로 바꾸는거야.

다시 말하지만 사장은 카페일 안한다고 공표했고

사모는 학원가서 돈내고 자격증만 사왔지

(쓰면서도 샀다는 표현이 너무 정확해서 감탄이 나온다.)

일자체를 할줄을 몰라.


나는 내가 창업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요식업에서

근 10년가까이 일을 한사람인데

사장 사모 둘다 나이가 많아 인지도 떨어지고

고집도 너무 강해서

내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 물건이 여기있어서

동선유지해야한다, 어떤 통에 담아 보관해야한다,

쓰는 크림 농도는 음료용이라 와플에 쓰면 흘러내린다,

소스 드리즐통 입구는 이거보다 넓으면 굵게나와서

음료에 안뜨고 다 가라앉아버린다 등등

내가 일할 곳에 내가 설정한 것들을

자기는 음료주문한잔 안받을거면서 다 갖다 바꾸더라고


심지어는 장사안돼서 폐업하는 가게가서

테이블, 와플기계, 붕어빵기계,

소스 시럽 파우더등 부재료들을 돈주고 왕창 업어오더니

이미 내가 다 설정해놓고 원가•단가까지 뽑아놓은 메뉴에

레시피를 변경을 하라더라고.


그래도 사장이니까.

니가 그 재료를 쓰고 싶다면 써줘야지 싶어서

"그러면 이 재료로 다 레시피 변경합니까?

다만 맛이 어울리는지 원가가 어떻게 나오는지

저는 장담 못합니다."

하니까 사온 재료만 다 소진하래 ㅋㅋ

개업초기에 모든 사람이 처음 온 손님인데

병신같은 레시피로 냈는 음료로 첫인상 박고

그거먹고 손님들 다 손절했을때

괜찮은 레시피음료로 돌리자는거나 다름없어서

네 알겠습니다 그러고 재료는 안쓰고있긴한데 아무튼.

(그래도 모르더라)


심지어는 뭔 자바칩 파우더니 망고스무디 퓨레니

기존에 없던재료까지 싹 다 가져왔길래

안쓰는데 버릴게요 하니까

신메뉴로 추가하라더라 ㅋㅋ

잘나가면 계속팔고

안나가면 재료소진하고 메뉴삭제하래.

생각이 너무 얕아서 헛웃음이 나오더라.


여튼 카페 전반에 메뉴에 대해서만

저만큼 분탕을 쳐놨는데 오픈 하고 근 보름가까이를

50%할인을 쳐래. 심지어 오픈당일에 전달받음 ㅋㅋ

나는 음료퀄리티를 정말 잘올려놨고

가격까지 어느정도 합리적이었지만

사장이 저렇게 재료에 분탕을 쳐놓은데다

저 이벤트가 치명타로 작용해서

50퍼때 사먹은사람은 현재 방문하는걸 본적이 없다.

아무리 맛있어도 저쯤 할인되면

5000원짜리 2500원에 사먹은걸 잊을 수가 없거든

8000원 퀄리티로 내줘도 돈이 아까울 수밖에없음.

아무튼 음료는 이런식으로 사장이 자살시켜서

매상이 박살난 상태이다.


광고에 대해서도 완전히 무지한터라

개업하고 현수막한개, 배너하나 설치한적 없고

배달은 기획부터 한다고 해놓고

한달이 지나는 이제와서

해당 회사들 매니저들이랑 미팅끝내고 설치돼서

다음주중이나 개시할 듯 하다.

이쯤되면 당연한지 깃발은 하나도 안꽂더라고.

50%할인할때도 마찬가지로 입간판 하나 세워놓는게

모든 홍보의 끝이었다.

그래. 저번에 읭읭이 배너 올렸던거 그거 내가그런거다.

그렇게 50퍼때 광고도 안해서 어차피 올손님

절반값으로 깎아받고 그 손해본금액이 보름동안

일이백은 우스울텐데

그걸 일종의 마케팅비용이라 생각해도

단돈 이만원 현수막, 단돈 오만원 배너간판

비싸긴하지만 효과확실한 배민 깃발까지

그런거엔 돈 한푼을 안쓴다.


그렇다고 음식쪽은 괜찮은가,

일단 사장이 메뉴 하나만 들어와도

패닉이 걸려가지고 머리에 빨리빨리밖에 생각을 못해서

첫마디부터 짜증이 시동이 걸리고

메뉴 하나를 온전히 자기가 못하더라.

옆에서 접시며 손님한테 낼 간장, 수저세팅 등

(카페랑 동시에 한다고 그런 세팅이 테이블에 없다)

모든 자질구레한걸 옆사람이 다 해줘야한다고 생각하더라

본인은 정말 음식만 만들길 원하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게

식품규격과 위생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고

엄청난 막입이라는거임.

철물점에서 파는 플라스틱 바게쓰, 공업용 뺀찌,

검은 절연테이프를 붙인 자가제작 도구 같은걸

음식에다가 그냥 다 쓰고

작업대에 깔아놓은 도마에 자기 쓰는 노트, 택배상자,

기타등등 영수증같은걸 그냥 놓고 까면서 쓰는데다

여느 일식집처럼 행주에 칼을 닦으며 쓰는데

만으로 한달이 돼가지만

단 한번도 행주를 삶는걸 본적이 없다.


그러다가 한번은 개업한지 얼마나 됐다고

무려 흰살생선인 광어에서 냄새가 난다고

컴플레인이 들어왔는데

내가 가서 대응을 했지

흰살생선은 신선할 땐 특유의 그 깔끔하고 시원한,

약간은 고소한 그런냄새가 나고

거기서 조금만 지나면 별 냄새는 안나지만

그 신선해서 나는 시원한 냄새까진 없는 그정도가 되지

일반적으론 식당에서 이 이상가는건 폐기하기 때문에

더 맛간 냄새를 잘 모를텐데 여기서 더 가면

그 양배추즙 맛을 표현하는 걸레빤물느낌.

살짝 그런 냄새가 나기 시작함

나는 맡으니까 이미 걸레빤물 냄새가 좀 나길래

바로 정말 죄송하다 사과박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고

음식접시 회수해가서

사장님한테 냄새로 컴플레인 들어왔다고

냄새 한번 맡아보시라고 하니까

"괜찮은데?.... 괜찮은건데 이거"


진짜 여기서 이런 사람도 음식,

그것도 날걸 취급하는 음식을 할 수 있나 싶더라.


언제는 밀대로 바닥을 닦는데 여기 밀대가

물통에 밀대빠는게 일체형으로 된 뭐 희한한거임.

근데 통 옆에 밀대 빤 물이 흘러서 검은 줄이 좀 있었는데

사장이 그게 보기 더러웠는지

그걸 그대로 싱크대 들고가더니

설거지하는 수세미로 그걸 아주 깨끗이 닦고는

수세미 행구지도 않고

수세미 담궈놓는 세제푼물 담긴 통에 바로 집어넣더라.

만약 다른 가게에서 직급이 동급이거나

심지어 한두단계 윗사람이 그런행동을 했다해도

난 바로 쌍욕을 쳐박았을거다.

근데 이쯤 보니까 그냥 여기 사장은 고집도 고집이고

개념없는거도 없을대로 없어서

지인소개고 지랄이고 그냥 그대로 퇴사결정했다.

아직 말은 안했는데

그 소개한 지인이랑 곧 식사약속이 있어서

밥먹으면서 얘기 하고 통보를 할지

선통보하고 밥먹으면서 이야기를 할지

그거때문에 참 고민이긴 하다.


그런데 이렇게 ㅈ망트리를 있는대로 다타고

고집은 여전해서 일단 자기는 옳으니까

매출이 꼴아박은걸 보면서 왜이러지.. 거리더라

나는 모든 이유를 말해주고 모든 마케팅수단 동원하라고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까지 지면으로 보여줬는데

아무것도 안하면서 일단 장사가 될거라고 믿고있더라고.

이제 아마 전형적으로 망하는 사장의 표본인

액션없이 매출보며 한숨만 쉬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네.


혹시나 장사를 하고있거나 창업을 계획하는 챈럼들아

적어도 직원보다 못하진 말아서 이런 소리 절대 듣지말고

진짜 열심히 목숨걸고 장사해서

대성하길 바란다.


또 취업알아봐야되네 어휴 씨발진짜